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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호 역사 칼럼] 대통령의 천적, 특별 검사

미국에서 ‘특별 검사’라는 말을 언론에서 들먹이면 마침내 대통령이 무슨 일을 잘못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대통령이 무슨 일을 크게 저질렀을 때는 으레 등장하는 사람이 특별 검사라는 말이 되겠다. 특별 검사를 임명하는 제도는 원래 대통령을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제도의 성격상 대통령을 겨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보면 된다.

미국에서는 ‘특별 검사’를 ‘Special Counsel’, ‘Special Prosecutor’, ‘Independent Prosecutor’ 등으로 부른다. 모두 같은 의미를 가진 말인데 시대에 따라 변천해 온 것으로 보면 된다. 이 제도에 본래의 취지는 정상적인 검찰 계통을 통해서는 사건의 조사가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 우려되는 경우에 검찰의 체제 밖에 있는 법조인을 검사로 임명해서 사건을 조사하도록 하여 사건 조사가 공정하게 이루어지게 하자는 것이다. 그러므로 검찰을 지휘하는 위치에 있는 대통령 혹은 법무부 장관이 관련된 사건이 주로 그 대상이 된다. 엄밀히 말하자면, 검사나 경찰의 범법 행위에 대해서도 특별 검사가 조사하고 조치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검사나 경찰이 잘못을 저지른 행위에 대해서 특별 검사가 수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안의 중대성이 크지 않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다만, 대통령 혹은 법무부 장관 등 검찰 계통을 지휘하는 사람의 행위에 위법성이 보일 때 특별 검사를 이용한다고 보면 된다.

미국 역사를 돌이켜 보면, 첫 특별 검사는 제18대 율리시스 그랜트 대통령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1875년 ‘Whisky Ring’ 스캔들이 일어났을 때 그랜트 대통령은 특별 검사를 임명해서 사건을 조사하도록 했다. ‘Whisky Ring’ 스캔들이란 위스키 제조업자와 판매 업자들이 세금을 덜 내기 위해 공무원들을 매수한 사건을 말한다. 그랜트 대통령의 측근들이 모두 연루되었기 때문에 대통령 자신이 이 사건에서 빠져나오려면 어쩔 수 없이 특별 검사를 임명할 수밖에 없었다. 행정부가 총체적으로 부패해서 어떻게 손을 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결정이다. 이것이 미국 최초의 특별 검사 제도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 후 20대 카필드 대통령, 26대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 30대 캘빈 쿨리지 대통령, 33대 해리 트루먼 대통령 시절에도 크고 작은 스캔들로 특별 검사를 임명했었다.

제대로 특별 검사가 큰일을 하게 된 것이 바로 37대 닉슨 대통령 시절이다. 우리가 너무도 잘 아는 워터게이트 사건이 터진 것이다. 민주당의 선거 활동을 도청했다가 들킨 이 사건은 대통령이 직접 연루된 대형 스캔들이었다. 그러다가 보니 세간의 이목이 이 사건에 쏠려 여론을 등에 업은 특별 검사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특별 검사는 백악관에서 이루어진 대통령과 측근들의 대화 내용을 수집하기 위해 녹음테이프를 요구했으나 대통령은 비밀 보호를 이유로 이를 거절했으며 이로 인해 상원에서 테이프를 특별 검사에게 넘겨주라고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궁지에 몰린 닉슨 대통령은 급기야 법무부 장관에게 특별 검사를 파면하도록 명령했다. 법무부 장관이 임명했으므로 법무부 장관이 파면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정황상 그럴 수 없었던 법무부 장관은 특별 검사를 파면하는 대신에 스스로 사표를 내는 길을 택했다. 그러자 그의 아래 서열에 있던 사람이 특별 검사를 파면했다. 닉슨 대통령은 바로 특별 검사 제도 자체를 없앤다고 발표하였다. 이 발표는 결국 여론을 들끓게 만들어 닉슨 행정부는 새로운 특별 검사를 임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새 특별 검사는 전번의 특별 검사와 마찬가지로 백악관 녹음테이프를 요구하게 되고, 탄핵의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 지면서 더는 버틸 수 없었던 닉슨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사임하고 말았다.

이 사건을 돌아보면, 지금 미국 정치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특별 검사를 임명해 놓고 그를 파면하려고 애쓰는 점에서 말이다. 대통령이 특별 검사를 직접 파면하기 어렵게 되자, 파면하라는 지시를 제대로 듣지 않는 법무부 장관을 파면했다. 이렇게까지 무리수를 두는 것을 보면 실제로 대통령이 뭔가 많이 잘못한 일이 있는 것이 아닌가 국민들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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