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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민 칼럼] 희망의 나라는 어디인가

“배를 저어가자 험한 바다물결 건너 저편 언덕에, 산천 경개좋고 바람 시원한 곳 희망의 나라로. 돛을 달아라…, 자유평등평화 행복 가득찬 곳 희망의 나라로.” 한국에서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자주 불렀던 가곡 일종의 노래다. 내용이 정말 진취적이고, 밝고, 희망적 이어서 신나는 일이 있을 때에는 너도나도 불렀던 곡이다.

그런데 이 곡이 조선으로서는 가장 우울한 때였던 1931년 일제치하에 작곡, 작사되었다는 점에서 과연 바다건너 산천경개좋고 바람 시원한 곳은 진정 어느 나라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국가적으로 암울한 때라 조선자체를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고, 그렇다면 험한 바다건너 좋다고 하는 곳은 대만, 아니면 미국일까.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야만 갈 수 있는 나라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곳 역시 아닐 것이다. 국제정세에 어두웠고, 잘 살지도 못했고, 국가적 힘도 없던 조선 에서 바다건너는 일본밖에 없지 않나. 확실하지는 않지만, 특히 작사 작곡가가 일제시대 친일적인 입장에서 만든 곡이라 일본이 살아가기에 가장 좋은 나라로 미화하여 그들의 침략을 당연시 하고, 오히려 일본에 희망을 두고 살도록 한 가사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이런 감정은 이미 지난 해 한국의 충청북도의 어느 시에서 3·1절에 이 곡을 부르는 것으로 하였다가 친일의 의미가 담겼다는 이유때문에 취소했다는 기사가 있기도 한 점에서 더욱 그와 같은 확신을 갖게 한다.

중요한 것은 강요에 의해, 아니면 분위기 파악에 민감하여 자발적으로 작사했든 아무리 희망적인 가사라 할 지라도 불행을 뛰어 넘을 수 없는 사실이라는 것이다. 국가를 이끌어 갔던 자들의 무능함 때문에 전 백성이 고난을 당하게 되었고, 예의 작사자도 독립운동가들을 토벌 하는 데에 앞장섯던 조선인 출신 일본 군인도, 또는 일본 앞잡이로서 정치활동을 했던 사람이 아닌 순수 음악가로서 고난 받았던 그런 국민중의 하나라는 사실에서 우리 모두가 자괴적 분위기를 느끼는 것이다.



예수 전 586년경, 유대인들이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가게 되었다. 성경 시편 137:1-3을 보면, 포로들은 바벨론 어느 강변 강제노역에 동원되었는데, 이때 바벨론 관리자가 잡혀온 유대민족 에게 “너희 나라 노래를 불러 보라” 강요하는 내용이 나온다. 포로 신세에서 노래를 불러야 하는 상황이 되어, 그들은 오히려 “시온을 기억하며 울었다” 한다. 이 성경 구절을 배경으로 베르디는 오페라 ‘나부코’ 제 3 막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을 작곡하기도 했다. 베르디의 가사작성의 동기와 내용은 다르기는 해도, ‘희망의 나라로’가 정복자 국가를 찬양하기 위해 작사되었다면 결국, 그런 곡을 만들 수 밖에 없었던 일로 인하여 개인이 아닌 조선 전체가 수모를 당한 것이라 할 수 있다.

3·1 운동은 동아시아 어느 국가가 제국주의의 침탈로 부터 벗어 나고자 했던 독립을 위한 단순한 민족운동이 아니라, 제국주의의 탐욕의 일탈을 고발하고, 자유와 평화를 위한 새로운 세계질서 재편의 필요성을 제기함과 더불어 실제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인류 국제정치사에 길이 남을 본을 보인 사건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운동의 의미는 반복하고 반복해도 모자람이 없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어쨋든, 지금 우리에게 희망의 나라는 어디인가 하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 조국임은 말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정말 희망적인 삶을 살고 있는, 또는 희망을 걸고 살만한 나라인가. 요즈음의 모습을 보면 참으로 시끄럽기 짝이없는 상황이다. 남북얘기는 차치하더라도 대부분의 국민이 양갈래 극단에 서서 살자죽자 상호 비방 혐오하고 있는 것이 걱정스런 수준이다. 어떻게 하나가 되고, 하나의 모습을 보이는 치유가 가능한지 가늠하기 어렵게만 보인다. 어디가나 반대 의견은 있겠지만, 상호 인정받을 수 있는 의견들이 신사적으로 오고가면 좋을 것이다. 그것이 국민이 바라는 희망의 나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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