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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2백만 불체자 단속 강화 전망

전문직 취업비자(H-1B) 문호확대 차질
부시 정치적 패배로 레임덕 가속될 듯

이민 개혁안 좌초 파장

1천2백만명에 달하는 불법체류자에게 합법 지위를 부여하려 했던 이민개혁법안이 좌초됐다. 상원은 지난달 28일 이 안을 찬성 46, 반대 53으로 부결, 지난 6주간 의회를 뜨겁게 달군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번 이민개혁법안의 무산은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가깝게는 불법체류자의 경우, 당장은 신분 변경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민개혁에 대한 논의 자체가 내년 대선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치적으로는 이 안을 핵심 국정과제로 밀어붙였던 백악관의 타격이 예상된다. 내년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히스패닉계를 비롯한 이민자표의 향배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민개혁법안이 좌초한 배경과 이에 따른 파장 등을 살펴보자.

불체자 사면반대 슬로건에 밀려

이민개혁법안은 지난달 초 상원 민주당과 공화당 중진 의원들이 초당적인 합의안을 냈을 당시만해도 '어렵지만 가능할 것'이라는 조심스런 낙관론이 대두됐었다.

무엇보다 백악관이 강력히 밀고있다는 점이 통과전망을 가능하게 했다. 부시 대통령은 임기내 이민개혁을 목표로 많은 공을 들여왔다. 의회를 상대로 적극 로비를 벌이는 한편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민개혁의 당위성을 역설해왔다.

이민개혁법안이 상원에서 반대여론에 밀려 사장될 위기에 몰리자 의회를 직접 방문해 반대의원들을 설득, 되살려내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은 표결 하루 전까지도 통과를 자신했다. 하지만 백악관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반대여론이 예상보다 컸던 것이다. 미국내 대표적 이민옹호단체인 전국이민포럼(NIF)은 이번 이민개혁법안이 무산된 주된 원인으로 반이민단체들이 들고나온 '불체자 사면반대'슬로건을 꼽았다.


실제로 반이민단체들은 이번 이민개혁법안을 지난 1986년 '불법체류자 대사면' 에 비유하며 조직적인 반대운동을 벌여왔다. 포괄적인 조치들을 담은 이민개혁법안의 논의를 불체자 사면에 대한 찬반논란으로 몰고가려는 전략이었다. 이같은 전략은 주효했다.

이번 이민개혁법안의 속 내용을 들여다보면 당시 대사면과는 거리가 멀지만 9.11 사태 이후 미국의 민심은 이런 슬로건이 먹혀들기에 충분했다. 여기에다 보수 성향의 텔레비전 및 라디오 토크쇼 프로그램들도 반이민여론몰이에 적극 나서며 거들었다. 상황이 이쯤되자 지지입장에 섰던 의원들이 하나, 둘 이탈하기 시작했다. 공화당과 민주당에서 각각 12명, 6명씩 모두 18명이 당초 지지입장에서 반대표를 던졌다. 부시 대통령은 표결 당일 반대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탈표 막기에 안간힘을 썼지만 상황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H-1B 문호확대 차질 예상

이민개혁법안의 무산으로 당장 전문직 취업비자(H-1B) 확대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H-1B는 대학 학력 이상의 고학력 소지자에게 발급되는 비자로 컴퓨터 등 주로 전문직 종사자가 대상이다. 이 비자는 최근까지 연 평균 약 13만건이 발급됐으나 현재는 쿼터가 모두 소진된 상태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이민개혁법안 지지의원들은 이 비자의 문호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H-1B의 연간 쿼터를 현 수준의 두 배로 늘리는 한편 미국 석사학위 이상 소지자들에게는 무제한적으로 비자를 발급하도록 관련법을 수정할 계획이었다.

현재는 미국 석사학위 소지자들에게 연 2만건이 발급되고 있는데 사전접수 수개월만에 조기 소진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 계획은 이민개혁법안의 무산과 함께 백지화될 위기에 놓였다. 현재 인력난을 심하게 겪고 있는 첨단 기업들이 지역구 의원들을 상대로 관련조항의 수정을 위해 로비를 벌이고 있으나 전체 이민개혁법안에 대한 논의가 중단된 상태에서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둘지 의문이다.


불체자 입지 더욱 좁아질 듯

이민개혁법안 불발의 또다른 피해자는 1천2백만명에 달하는 불법체류자들이다.
합법적인 신분을 취득하는 길이 막힌 상황에서 당국의 단속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욱이 이민개혁 논의가 불체자 사면논쟁으로 불거지면서 불법체류자들은 미국내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일부 반이민단체들은 당국에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일부 지방정부들은 자체적으로 불법이민에 대한 단속을 벌일 조짐이다.

전국주의회협회에 따르면 올 4월 현재 전국 50개 주 의회에 발의된 이민관련 법안은 1,169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에 비해 두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들 법안 대부분은 심의과정에서 폐기됐으나 일부는 실제 법으로 시행되고 있다. 오클라호마 주의 경우, 최근 불법체류자의 운전면허증 취득과 정부보조 수혜를 금지하는 법이 시행에 들어갔다. 콜로라도 주는 불법체류자 고용을 금하고 고용주로 하여금 채용직원의 체류 신분을 반드시 확인하도록 하는 법이 6개월 전부터 시행되고 있다.

시 와 타운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텍사스 달라스 서버브에 있는 파머스 브랜치 시는 최근 불법체류자에게 주택임대를 금하는 법을 시행해 전국의 관심을 끈 바 있다. 이 법은 현재 적법성여부와 관련해 소송이 제기된 상태다.


부시 타격, 내년 대선에도 영향

이민개혁법안의 좌초는 여러 정치적 파장들을 몰고올 전망이다.
무엇보다 이번 파문은 부시 대통령에게 뼈아픈 정치적 패배를 안겨주었다. 이라크전쟁, 측근들의 연이은 비리 연루 등으로 곤경에 빠진 부시 행정부에게 성공적인 이민개혁은 한가닥 유일한 희망과도 같았다. 더욱이 같은 당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점이 부시 대통령에게는 더욱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백악관내 일각에서는 조기 레임덕의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번 파문 이후 백악관의 의회에 대한 영향력이 어떤 식으로든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번 파문은 내년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내 불법체류자들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히스패닉계 이민자들의 반발이 거셀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미국내 히스패닉계 출신 공직자 5· 000여명을 대표하는 단체인 라티노공직자전국협회는 이민개혁법안이 무산된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상원의 결정을 강하게 비난한 바 있다.

미국내 최대 소수계인 히스패닉계 인구는 미국 전체 인구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유에스에이투데이와 갤럽이 공동으로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의 경우,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가 공화당에 비해 거의 3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중 상당수는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뉴욕, 텍사스 등 주요 표밭에 집중 거주하고 있어 대선 후보들로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벌써부터 일부 대선 후보들은 히스패닉계 단체들을 찾아가 이민개혁 재발의를 약속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예로 이민개혁법안이 무산된 뒤인 지난달 30일, 라티노공직자전국협회가 주최한 민주당후보 연설회의 경우, 한 명을 제외하고 후보들 전원이 참석한 반면 하루 앞서 열린 공화당후보 연설회는 한 명만 참석하고 나머지 후보들은 모습을 보이지 않아 좋은 대조를 보였다.

<한영훈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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