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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비 깎자" VS "나도 힘들다"

불경기 상가 '두 얼굴'
세입자 "더 이상 버틸여력 없어"
건물주 "우리도 은행빚 시달려"

경기침체 상황에서는 세입자와 건물주가 다같이 어렵다. 테넌트는 임대료 내기가 버겁고, 건물주는 공실률이 높아져 은행 대출금 상환에 쫒기고 있다. 테넌트는 건물주에게 임대료를 낮춰 줄 것을 요구하지만 건물주는 건물 유지조차 힘들다며 맞선다. 세입자와 건물주의 상반된 입장을 들어본다.

▷테넌트 "세입자 망하면 건물주도 망한다" 둘루스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한인 업주는 최근 건물주에게 임대료를 깎아 달라고 요구했다가 냉정하게 거절을 당했다. 월 8000달러 정도의 임대료를 내고 있는 그는 불경기로 매출이 크게 줄면서 운영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같은 건물에서 사무실을 임대 중인 또 다른 한인은 "임대료를 낮춰 달라고 요구하고 싶지만 얘기해봤자 먹히지 않을 것 같아서 아예 포기했다"며 "인근의 한 한인 건물주는 세입자들의 렌트비를 깎아준 걸로 들었는데 우리한테는 택도 없는 소리"라고 하소연했다.

귀넷카운티에 있는 한 대형 쇼핑몰에서 패션 잡화점을 운영 중인 한인 임모씨는 현재 건물주 측과 임대료를 협상 중이다. 임씨는 임대료를 깎기 위해 5개월 전부터 협상을 벌여왔다.



그는 "월세가 7000달러인데 3500달러로 깎아달라고 했더니 건물주가 그 정도까지는 어렵다고 했다"며 "5000달러선까지라도 깎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미 임씨 주변의 가게들은 매출감소로 비즈니스를 접은 상태다. 임씨는 "양 옆의 가게가 모두 임대료를 내지 못할 정도로 어려워 문을 닫았다"며 "두 업체 모두 미국에서 잘 알려진 브랜드 매장이었는데 한 곳은 임대료 5개월치가 밀렸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임씨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임대료만 낼 수 있어도 감사한 것"이라며 "운영비용을 줄이기 위해 일주일에 40시간 근무하던 직원도 20시간으로 줄이고 파트타임은 주말 근무로 돌렸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세입자들도 버티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건물주도 비워두는 것보다는 임대료를 조금이라도 낮춰 주는게 낫지 않겠냐"고 호소했다.

▷건물주 "고의적인 임대료 연체에 분통" 스와니에 있는 한 쇼핑몰 소유주는 얼마 전 법원 절차를 밟아 한 세입자를 강제 퇴거시켰다. 임대 계약을 맺은 뒤 단 1개월치 임대료도 내지 않고 7개월을 버텼기 때문이다. 이 건물 소유주는 "6개월까지는 기다려보기로 했지만 너무도 당당하게 다른 쇼핑몰도 6개월 정도는 임대료를 공짜로 해준다고 해 어쩔 수 없이 법원에 퇴거명령 신청을 해 강제로 퇴거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렌트비를 조정하는 것도 주택 모기지 조정과 비슷한 거 아니겠냐"며 "주택소유주가 갚을 능력을 입증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계획을 제시할 때 은행이 모기지를 조정해주듯이 건물주도 세입자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남들은 이렇게 깎아주니까 우리도 내지 않겠다며 막무가내로 버티는 세입자들이 있다"며 "이런 식으로 고의적으로 임대료를 내지 않는 세입자들을 보면 분통이 터진다" 털어놨다.

부동산과 금융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난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상업용 부동산 투자의 황금기로 꼽힌다. 이준희 새한은행 대출사무소장은 "이 시기만 해도 다운페이먼트 20%정도만 하면 대출 받기가 어렵지 않았기 때문에 쇼핑몰 클로징이 한 달에 3~4건이나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면서 건물주들도 공실률 증가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소장은 "보통 쇼핑몰을 매입할 때 다운페이먼트가 25~30%이고 나머지를 대출 받았다면 최소한 테넌트가 60~65%는 차 있어야 모기지 페이먼트를 맞출 수 있다"며 "이 수준으로 건물을 매입했는데 건물이 텅 비어 있다면 사실상 건물주가 차압 위기에 처해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성은 기자 gracefu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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