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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주의 살며 사랑하며]진심과 진언

진실된 마음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진심을 알고자 한다. 처음 본 사람의 옆모습에서 읽어지는 외로움이나 무심코 팔을 뻗쳐 옆사람을 보호하고자 하는 순간의 제스처에서 경험하는 것이 바로 과장되지 않게 드러난 진심의 한 면면일 것이다.

사람에 대한 애정은 센티멘털한 감정과 연관성이 크다.

명화를 수집하는 취미를 가진 부유한 환경의 아버지와 아들이 있었다. 피카소에서부터 라파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화풍의 걸작품을 보유하고 함께 작품감상을 하며 행복해하던 부자간이었다. 어느날 아들을 사고로 잃게 된 아버지는 상심한 나머지 몇개월 만에 돌연사 했다. 그들이 소장했던 명화들이 경매에 붙여지게 되자 명화수집가들이 입추의 여지없이 자리를 메웠다. 이윽고 경매자가 첫 경매품으로 죽은 아들의 초상화를 보여주며 최소가격으로 100불을 불렀다. 여러 번 재촉을 해도 아무도 아들의 초상화를 사려는 사람이 없이 시간을 끌게 되자 청중들 사이에서 누가 그 딴 것을 사느냐는 심한 불평까지 들려왔다. 경매자가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연속 살 사람을 구하자 기다리다 못해 한 사람이 일어서더니 아들 초상은 그냥 넘어가고 빨리 명화를 경매에 붙이라고 소리를 쳤다. 그때 자리 맨 뒷편에서 조그만한 목소리로 10불에 주면 가져가겠다는 사람이 나왔는데 그는 그 두 부자의 오랜 정원지기였다. 경매자가 혹시 20불에 사 갈 사람이 있느냐고 한번 더 청중에게 기회를 주었지만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결국 아들의 초상화는 10불에 낙찰이 되었고 경매자는 이어 경매의 종결을 알리는 종을 쳤다. 어안이 벙벙해진 청중을 향해 경매자가 설명하기를 아버지가 남긴 유언장에는 아들의 초상화를 사간 사람에게 모든 명화도 넘겨 주라고 써있었다는 것이었다.



감상은 진심의 여운이기도 하다. 부모가 돌아가신 후 자녀들이 관심두는 것이 그 부모가 아끼던 사물, 사람들, 함께 한 추억이 아니고, 돈과 재물, 땅과 건물 같은 실리적인 것 뿐이라면 그 자식이 가진 부모에 대한 진심은 실리에 있을 뿐이다. 아무리 많은 선물을 받아도 원하는 것이 그 이상으로 많은 사람의 얼굴은 불만과 불화의 기운이 서리듯이, 감상이 없는 사람의 영혼은 가면을 쓴 듯 표정이 없고 건조하다. 아무리 작은 한 조각일 망정 진심은 낡아지는 법이 없이 세월이 가도 헤어지지 않는다.

오래전에 들었던 진언(眞言)이 하나 있다.

바람까지도 비단실 마냥 / 올올이 헤아려내고 / 늘 있던 햇볕까지도 / 풀무 끝에서 더 빛나게 살아나오던 불씨들처럼 / 화안히 읽어내던 그런 사랑을 한 적 있었네 // 바라만 보아도 / 가슴 한 구석이 쪽문처럼 열리고 / 땅에 후드득 쏟아지는 / 소낙비의 냄새를 닮은 / 살아낸 적 없는 먼 옛날마저 / 정신없이 그리워지던 시절에 // 식당과 화장실에 가는 일이 / 똑 같이 부끄럽던 시절에 / 물만 마셔도 살아질 것 같던 / 하늘을 바라 오르던 풍선 같던 시절에 / 내가 한 사랑은 / 스무살에만 보이던 그런 세상이었지. // 아무리 손 내밀어도 / 잡히지 않던 햇살을 쥐듯 / 아무리 애를 써도 소리가 되지 못한 말들은 / 철로변에서 맥없이 터뜨리던 / 족두리 꽃씨 속으로 숨어들고 // 서랍 깊숙이 간직한 / 꽃씨가 까맣게 잊혀지도록 / 사랑이라는 말 대신에 / 눈물 괸 눈길로 살고 싶다고 말하던 사람 / 다음 봄은 영영 올 것 같지 않던 시절이었네 // 그 후론 기다려 듣고픈 말 하나 내 마음을 심을 씨앗으로 품게 된 것 / 그 날들이 데불고 왔던 한 사람의 전언(傳言)처럼 / 바라보며 세상을 살고자 하는 마음이 일면 / 밑도 끝도 없이 살아있음이 그저 감사해지면 / 이는 사랑임을. [종려나무교회, Ph.D]


최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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