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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원 칼럼] 미시간 호수는 어디 있나

수퍼 보울로 가는 마지막 관문인 양대 컨퍼런스 챔피언 결정전이 열린 20일. 비록 시카고 베어스는 탈락했지만 우리집에선 나름 열띤 응원전이 펼쳐졌다. 공교롭게도 세대에 따라 응원팀이 갈렸다. 젊은 세대는 신예 쿼터백, 제러드 고프(24)와 패트릭 마홈스(23)가 이끄는 램스와 치프스를, 중년세대는 백전노장 드루 브리스(40)와 탐 브레이디(41)의 팀들인 세인츠와 패트리어츠를 각각 응원했다. 먼저 열린 램스-세인츠전은 램스가, 이어 열린 치프스-패트리어츠전은 패트리어츠가 각각 승리하면서 상반된 반응이 오갔다.

경기를 보는 내내 응원하는 팀에 따라 같은 상황을 놓고도 서로 생각이나 해석이 달랐다. 베어스 경기 때 한마음으로 일희일비 하던 것과 달리, 한쪽이 환호하면 다른 쪽은 의기소침해 하는 일이 반복됐다.

특히 램스-세인츠전 4쿼터 막판, 심판진이 램스의 결정적 반칙을 못 보고 지나가는 일이 발생하자 논란이 심화됐다. "심판이 놓치는 상황이 종종 있다. 이번만 특별히 문제 삼을 수 없다"는 입장과 "심판 오류로 인해 주요 경기의 승패가 바뀌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심판 판정에 대해서도 리뷰를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

리시버가 그라운드에 넘어질 때 볼을 확실히 소유했는지, 리턴 한 킥이 스페셜 팀의 몸에 맞았는 지 여부를 두고도 판단이 엇갈렸다. TV 화면은 그 상황을 천천히 여러 차례 반복했지만 각자 응원하는 팀에 유리한 시각으로 상황을 받아들였다.



흔히들 "객관적으로,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는 그대로 현상을 보려 노력한다"고 하지만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상황이나 입장에 따라 눈과 머리, 가슴이 다르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손혜원 국회의원의 목포시 부동산 구입과 관련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권력과 정보를 이용한 투기로 몰아세우고 있고, 다른 한편에선 전통 문화에 대한 지극한 관심, 지역사회를 살리겠다는 선의였다고 주장한다. 각자 입장이나 친소 관계에 따라 전혀 다른 접근이나 해석을 하고 있다. 결론도 일찌감치 갈라졌다.

각자의 결론을 옹호하거나 해석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보수 측에선 가족사를 드러내고, 은행 대출 과정을 따지고 있다. 반면 진보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해 음모설을 제기하거나 의미를 축소하고 애써 외면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팩트는 손 의원이 목포 문화재 거리 지정을 1년 5개월 앞둔 시점부터 해당 구역 내 부동산 20여 채를 재단과 친인척, 측근들의 이름으로 매입했다는 것이다. 왜 매입했는지, 왜 다른 사람 이름을 빌렸는지, 지인들에게 매입을 권유하면서 뭐라고 설득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런데도 양측의 논조는 매우 확신에 차 있다.

'알 수 없다'는 전제로 시작되어야 실체에 근접해갈 수 있다. 작지만 확실한 사실 하나 하나를 모아가는 것이 진실을 찾아가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한다. 판단을 먼저 내리고 상황을 바라보면 왜곡된 실상이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다. 섣부른 옹호론은 불신을 불러 외려 해가 될 수 있다.

‘미시간 호수는 북쪽에 있다"고 말하는 게리 사람들에게 에반스톤 시민들이 "틀렸다. 미시간 호수는 동쪽에 있다"라고 말할 수 있나. 미시간 호수는 일리노이 주 에반스톤 사람들에게는 해가 떠오르는 동쪽에, 미시간 주 그랜드 헤이븐 사람들에게는 해가 지는 서쪽에, 인디애나 주 게리 사람들에게는 북쪽에 있는 호수다. 어디에 서있는지에 따라 대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진다는 것만 서로 인정해도, 불필요한 대치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을 조금쯤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발행인)


노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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