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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차별하는 서약서 “즉각 폐지하라”…교통편 제공 금지는 노인들에게 투표권 제한

선관위 즉흥적 선거 운영에 노인들 ‘사퇴’ 요구
5개 노인아파트 주민들, 규탄 모임·성명서 채택
김종덕 선관위원장 “나중에 말하겠다”

“후보자 서약서에 ‘노인아파트 유세 금지’ 조항 추진한 한인회장 선거관리위원회는 즉각 사퇴하라.”

시카고 일원의 한인 노인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제32대 시카고 한인회장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김종덕·이하 선관위)가 “노인 차별성 선거 규정 제정을 추진한다”며 선관위를 강력히 규탄했다. 또 이에 대한 규탄성명서를 채택했다.

노인 아파트 5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24일 나일스의 아리랑 가든에서 ‘선관위 규탄 모임’을 갖고 “선관위가 비상식적인 선거 규정을 제정하려 한다”며 “김종덕 선관위원장과 선관위원들의 사퇴”를 요구했다.

아울러 제31대 서정일 한인회장에겐 “선관위를 다시 구성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모임엔 시카고내 무궁화 아파트, 코람 아파트, 쉐리단 아파트, 혜화 아파트, 풀라스키 세니트 아파트 등에 거주하는 50여명의 노인들이 참석했다.



이날 노인 아파트 주민들은 “선관위가 22일 후보자 등록 <본지 23일자 1면 보도> 당시 공정선거를 목적으로 별도로 작성한 추가 서약서에 ‘노인 차별성 조항’이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이 추가 서약서는 한인회장 선거 정식 입후보자 등록 서류엔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지난 22일 후보자 등록 서류접수 시 선관위 측에서 이를 갑자기 들고 나왔다.

노인들이 지적한 문제의 조항은 추가 서약서 제8항과 제11항이다. 추가 서약서의 제8항은 “선관위가 주관하는 공동 유세 이외에 선거 구역 내 노인 아파트에서 개별적인 선거 운동을 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제11항은 “선거 당일 선관위가 지정한 버스 이외에, 노인 아파트로부터 노인들을 투표 장소로 모시고 오기 위해 스쿨버스 등 대형 교통수단을 제공하지않는다”로 규정돼 있다.

모임에 참석한 노인 아파트 주민들은 “서약서 조항 중 ’노인 아파트 유세 금지’ 조항 등은 선관위의 명백한 노인 차별 행위다. 이에 따라 선관위를 규탄하고 우리들의 목소리를 높이고자 규탄 모임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무궁화 아파트의 이한나씨는 “운전이 어려운 노인이라고 투표 참여를 못하게 한다고 하니 한마디로 멸시 당한 기분이다. 그리고 시카고 한인회장 선거인데 왜 서버브에서 투표를 하는지 모르겠다. 교통편이 불편한 시카고 쪽 노인들은 투표하지 말란 말이냐”며 “선관위는 노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차별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풀라스키 세니트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주영씨는 “한인회가 어떤 행사를 할 때 참여하는 사람들의 90% 이상이 노인들이다. 그런데 정작 한인회장을 선출하는데 노인 아파트에서 유세를 하지 말라니 참으로 묘한 기분이 든다”고 비난했다.

코람아파트 거주 송민언씨는 “서버브에 거주하는 노인들은 그나마 차도 있지만 시카고 노인아파트 주민들은 차편이 없는 분들이 많다. 버스 동원하지 말라는 것은 우리 보고 투표하러 가지 말란 것이냐”고 반문했다.

풀라스키 세닛 아파트의 이종술씨는 “한마디로 선관위는 자격 없다. 한인사회를 위해서도 그런 조항은 용납이 안된다”라며 “노인 차별성 언급으로 추락한 정동영 전 대선 예비후보의 사례를 잊지 말라”고 말했다.

이날 모임 참석자들은 행사 말미 ‘제32대 시카고 한인회장 선거를 위한 후보자 서약서에 대한 우리의 향변’를 주제로 한 성명서를 채택했다. 성명서의 내용은 “서정일 한인회장의 선관위를 재구성과 김종덕 선관위원장의 즉각 사퇴”를 골자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종덕 선관위원장은 “26일 오전 11시 30분 한인회관에서 노인아파트 주민들이 채택한 성명서와 관련 기자 회견을 할 것”이라며 “선관위의 입장은 기자회견에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박웅진 기자

“‘노인이라서 기본 권리도 박탈당했다”
무궁화 아파트 거주 최상묵씨


“아무리 생각해도 추가 서약서의 제8항과 11항이 마음에 걸립니다.”

24일 “선관위 규탄 모임”에 참석한 무궁화 아파트 거주 최상묵(사진)씨는 “선거는 유권자들이 가질 수 있는 기본 권리다. 그런데 한인회장 선관위가 후보자들로 하여금 ‘노인아파트서 유세를 못하게 하고, 또 유권자들과 만나지도 못하게 하니 도대체 이런 선거가 어디에 존재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최상목씨는 이어 “‘스쿨버스 등 대형 교통수단을 유권자들에게 제공하지 않는다’는 조항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노인아파트에 거주하는 분들은 차가 없는 분들이 상당수다. 움직이는 것이 쉽지 않다. 단지 차편이 없다는 이유로 투표에 참여하지 말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라며 “이 같은 조항은 전례에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선관위를 향해 최씨는 “우리들이 지적하는 부분을 주의 깊게 살펴서 문제가 되는 조항은 수정해 주기 바란다. 지금의 시카고 한인사회가 누구 때문에 형성되고 누구 때문에 건재한지 떠올려 보면 ‘노인 차별성 조항’을 만들 순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들은 한인회 역사상 유례없던 선관위의 횡포적인 두 조항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노인 투표권 제한 이해 안 돼”
무궁화 아파트 거주 김경자씨


“어떻게 보면 나이를 먹는 것도 서러운데 투표까지 하지 말라고 하니 참 뭐라 할 말이 없네요.”

무궁화 아파트 거주 김경자(사진)씨는 “도대체 서약서에 ‘노인아파트’라는 문구 자체를 왜 넣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우리들도 엄연히 투표권이 있는데 그렇게 꼭 집어서 ‘노인’이라고 명시할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김경자씨는 이어 “사실 서약서 조항 이야기를 듣고 참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뜻맞는 분들과 함께 선관위에 항의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24일 규탄 모임에 참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선거장소가 서버브’로 거론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 견해도 밝혔다.

“시카고 한인회장을 선출하는 것이니 당연히 시카고에서 선거가 치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노인아파트에 거주하는 분들은 이동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 그런데 굳이 투표 장소를 먼 곳으로 고려하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선관위원들도 부모님이 계셨기 때문에 태어날 수 있었던 것 아닌가? 그런데 노인 차별성 문구를 넣어서야 되겠느냐”며 “선관위는 이런 부분을 시정해 주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투표 장소 시카고가 바람직”
풀라스키 세닛 아파트 G동 전영덕 회장


“노인들이라고 해서 못하는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서약서 조항에 ‘노인아파트 유세금지’라고 나와 있으니 참 이해가 가지 않네요.”

풀라스키 세닛 아파트 G동 전영덕(사진) 회장은 “과거 한인회장 선거를 보면 후보자들이 노인아파트를 방문해 인사를 하고, 또 공약도 설명하곤 했었다. 그런데 유독 이번 선거에선 왜 노인아파트에서 선거 유세를 하면 안 된고, 후보자들이 노인들을 만나서도 안 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 회장은 이어 “투표 장소가 시카고가 아닌 서버브가 고려되고 있다고 하는데 그 부분도 납득할 수 없다. 지금까지 서버브에서 투표를 한 적이 없다. 그리고 시카고 일원 노인아파트에 거주하는 분들은 교통편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 투표 당일 대형 버스 동원도 안 된다고 하니 그렇다면 노인들 보고 투표하지 말라는 것 아니냐”며 반문했다.

전 회장은 선관위를 향해 “우리들의 이 같은 마음을 잘 헤아려 서약서 조항을 수정해야 한다. 이 모두가 다 훌륭한 분을 한인회장으로 선출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박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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