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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이유

[Mr. 봉의 미국에서 세자녀 키우기]

전엔 안 그랬는데 애들 키우다 보니 교육 관련 소식에 민감해진다. 며칠 전 공립학교에서 성경 수업을 하겠다는 법안이 상당수 주에서 발의되고 심지어 통과되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다. 보자마자 명백한 위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립학교에서 종교 관련 수업은 1963년 애빙톤 학군 대 쉠프 & 머레이(Abington School District v. Schempp & Murray, 374 U.S. 203) 판결을 통해 금지된 바 있다. 그 바로 전 해인 1962년에는 리 대 와이즈만(Lee v. Weisman, 505 U.S. 577) 판결로 기도가 위헌이 되기도 했다. 이후 미국의 모든 공립학교에서는 종교 자체는 물론 관련된 이론, 예를 들어 창조론과 천동설도 가르치지 못한다. 종교와 언론의 자유가 헌법에 명시돼 있음에도 그렇다. 정교분리의 원칙과 중립적-객관적이고 편견 없는 방식으로 교육받을 학생의 권리가 그보다 우선한다고 본 것이다.

내가 사는 일리노이에서는 아직 그런 움직임이 없어서 다행이다. 그런데 종교가 아닌 다른 문제로 근심이 들게 하는 일이 있다. 정치적인 편견을 어린 학생들에게 투사하는 교사들이 있어서다. 물론 아이들이 다니는 공립학교에서 그런 것은 아니다. 대부분 미국 교사들은 관련 교육 윤리(ethics in education)를 이수하고 해당 교육구의 정책을 성실히 따른다.

간혹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최근 있었던 공립학교 교사들의 사례를 보면 정파적 편견을 드러내는 경우 여지없이 징계가 뒤따랐다.



알라바마의 스캇 존슨이라는 교사는 지난 대선 직후 "오바마 너는 해고!"라는 영상 자료를 학생들에게 배포하고 트럼프 당선을 반겼다가 무급정직 처분을 받았다. 댈러스의 페이열 모디 교사는 반대로 트럼프를 물총으로 암살하는 장면을 보여줬다가 역시 정직 신세가 됐다. 뉴욕에서는 아드리아 자와츠키라는 교사가 단어 시험을 보며 거만하다는 뜻의 haughty를 트럼프에 연결시켰다가 서면 경고를 받기도 했다. 모두 본인의 정치적 성향을 아이들에게 투사한 경우다.

이런 문제와 관련해 미국시민자유연맹(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 ACLU)은 지난 2015년 교사들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한 바 있다.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의 권리지만 개인 자격으로서가 아닌 직무 수행 중 또는 직무 관련이 있는 발언은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적시했다.

그렇다고 공립학교에서 정치적 사안에 대해 토론을 꺼리거나 배척하진 않는다. 오히려 격려하고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나눌 수 있게 기회를 만든다. 다만 교사는 이 과정에서 편견 없이 중립적이어야 한다. 예외적으로 토론 참여자 대부분의 의견이 일치할 경우 반대편에서 의견을 개진하는 devil's advocate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이렇게 수정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이유는 결국 아이들을 위해서다. 교사라는 위치가 학생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따라서 교사 개인의 권리가 올바른 시민교육을 받아야 하는 학생의 권리에 우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캘리포니아 항소법원의 1954년 LA 교육위원회 대 윌킨슨(Board of Education of LA v. Wilkinson) 사건 판례다. 법원은 공산당 가입 여부에 대해 답변을 거부한 교사를 직위 해제한 것이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교사는 어린이들의 생각과 행동에 심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주 정부는 교사의 사상과 신념에 대해 물어 볼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요지다. 법원은 아울러 공립학교의 교사가 되는 것은 특권이지 권리가 아니라고 못박기도 했다.

어느 시절이든 마찬가지지만 현직 대통령인 트럼프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특히 이민을 규제하고 소수계를 특별히 우대하지 않는 정책에 한인 커뮤니티에서도 반감을 가진 이들을 자주 본다. 그러나 정치적 성향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고 많은 경우 어느 한쪽이 반드시 옳다고 볼 수 없기도 하다. 따라서 교사들은 개인적 호불호를 떠나 본인의 의견 및 성향을 학생들에게 투사하거나 그것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

아이들이 주말마다 가는 한글학교에서 한국 역사를 미화하거나 주일학교에서 종교적 믿음을 주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정치사회적 사안에 대해 교사가 아이들에게 편파적인 의견을 내놓아선 곤란하다. 물론 커뮤니티 안에서 자체적으로 꾸리는 교육 프로그램이 위와 같이 법적 규제의 대상이 되거나 교사들이 따라야 할 특정한 내규(policy)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의 공립학교에서 어떤 규칙을 적용하고 있는지는 한번쯤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결국 아이들에게 무엇이 최선인지가 중요한 것 아닐까.

< 관세사, 그레인저 재직 >


봉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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