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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공부하는 아이]꺼삐딴 리

김윤회 / 공부습관 예스클래스 러닝센터 원장

꽤 오래전에 읽은 소설 중 ‘꺼삐딴 리’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일제강점기로부터 광복과 6.25 전쟁 이후까지 수난의 시대를 살아간 한 인물의 모습을 그려낸 작품입니다. 제목에 나타난 ‘꺼삐딴’은 해방 후 북한에 진주한 소련군들이 ‘Captain’을 지칭하던 말입니다. 다음은 작품의 내용입니다.

이인국은 일제강점 시절 제국대학을 졸업한 외과 전문의입니다. 잠꼬대에서도 일본어를 할 만큼 황국신민에 동화되어 완전한 일본인으로 살아가면서 일본인과 부자들 위주로 진료를 하여 많은 재산을 모읍니다.

그런데 해방이 되자 삼팔선 이북인 그의 고향에는 소련군이 진주합니다. 이전까지의 친일 행각으로 인해 치안대에 체포된 그는 수차례의 죽을 고비를 맞습니다.그러던 중 감옥 안에 전염병이 돌자 그는 의사 경력을 인정받아 의무실에서 일하면서 능력을 인정받게 됩니다. 소련군 장교의 혹까지 성공적으로 수술하면서 소련군의 비호를 받게 된 이인국은 어린 아들을 소련으로 유학 보내는 등 철저한 친소파로 변신합니다.

6.25가 터지자 이인국은 아내와 딸만 데리고 월남합니다. 거제도 수용소에서 아내를 잃는 등 어려움도 있었지만 다시 작은 병원을 시작한 이인국은 이후 타고난 처세술과 계산적인 성격을 바탕으로 큰 성공을 거두어 종합병원 원장이 됩니다.
이인국은 딸을 미국으로 유학보내고 자신도 미국으로 이민갈 방법을 찾습니다. 미국 대사에게 고려청자까지 선물하면서 환심을 산 후 결국 미국 국무성으로부터 이민 허가를 받게 됩니다. 그는 일제 치하에서, 소련군 점령하에서, 그리고 월남후 미군정하에서 성공을 거듭해 온 과거를 생각하며 자신이 미국에 가서도 반드시 성공할 거라고 확신합니다.



주인공 이인국과 같은 인물을 문학에서는 ‘전형적 인물’이라고 합니다. 어느 집단이나 부류의 성격 특성을 드러내 보여준다는 말입니다. 일제강점 시기와 해방, 전쟁, 분단에 이르는 질곡의 현대사 속에서 현실에 영합하고 개인의 영달을 위해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전형화하여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일제 강점하에서 제국에 충성하는 군인으로, 경찰로, 교육자로, 기업인으로 부역하다가 해방 후 변신하여 부과 권력을 누리고 그것을 후손에게까지 물려주었던 많은 전형적 인물들을 기억합니다. 반면에 안중근, 윤봉길, 이육사, 윤동주 등 신념과 정의를 위해 불의와 맞서면서 많은 것을 잃어야 했던 사람들도 압니다.

이것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2016년의 미국. 우리는 지금 소설과는 다른 시간적, 공간적 배경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삶의 가치에 대한 판단과 선택은 이인국이 살았던 그때와 다르지 않습니다. 돈과 권력, 일신의 편안함을 위해 살 것인가, 올바름과 신념, 정의로움을 지향할 것인가.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가치를 심어줘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부모님들의 몫입니다. ‘나보다 얼마든지 날뛰던 놈들도 있는데, 나쯤이야.’ 이인국의 마지막 대사는 2016년의 어느날, 많은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문의: 703-314-2899, yesclassv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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