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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m 허공에서 내려다본 시카고…오금이 저릿저릿

미국 최고의 건축·음악 도시
300m 넘는 건물 빼곡한 다운타운
윌리스타워 등 유명 건축물 즐비
밀레니엄 파크에선 무료 음악축제
공원·클럽 어디 가나 라이브 연주

시카고 하면 딱히 연상되는 이미지가 없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 뮤지컬 ‘시카고’, 두툼한 피자 정도가 떠오른다. 그러나 도시를 구석구석 누비면 달라진다. 기기묘묘한 건축물과 바다처럼 드넓은 미시간호, 밀레니엄파크에서 여유를 누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거리와 식당‧클럽에서 들었던 끈적끈적한 블루스 노래도 귓가를 맴돈다. 시카고는 그저 뉴욕‧로스앤젤레스에 이어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그래 봤자 인천 인구보다 적다) 미국 대도시가 아니었다.

유람선 타고 즐기는 건축 투어

오전 7시 운동화 끈을 단단히 묵고 호텔을 나섰다. 조깅이 취미는 아니다. 시차 적응도 안된 아침부터 야단을 떤 건 시카고여서였다. 그냥 이 도시에서는 그러고 싶었다. 인적 드문 빌딩 숲과 시카고 강변을 달렸다. 고층 건물이 하늘을 가리고 있는데도 답답하지 않았다. 건물 창문에 반사된 하늘이 눈부시게 파랬다.

시카고는 마천루의 도시다. 높이 150m 넘는 빌딩이 120개, 300m 넘는 빌딩이 6개나 된다. 고층건물 숫자는 뉴욕이 더 많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미국 최고의 건축 도시로 시카고를 꼽는다. 단지 높은 빌딩이 많아서가 아니다. 흥미로운 도시 형성의 역사와 빼어난 건축미 때문이다. 건축에 자부심 높은 도시 시카고에는 건축 투어 프로그램도 많다. 시카고건축재단에서 운영하는 90분짜리 유람선 투어를 권할 만하다.



200명을 태운 퍼스트 레이디호가 선착장에서 출항을 준비했다. 시작부터 가이드가 바쁘게 설명했다. 선착장 주변에 유명한 건물이 많았다. 고딕 양식의 트리뷴타워, 애플 스스로 전 세계 매장 중 최고의 야심작이라 꼽은 애플스토어, 건물 자체보다 ‘Trump’라는 간판이 튀는 트럼프타워가 한눈에 들어왔다.

낡았지만 기품 있는 석조건물과, 서 있는 게 위태해 보이는 기하학적인 건물이 유람선 좌우로 슬라이드 필름처럼 나타났다 사라졌다. 높이도 디자인도 제각각인 건물이 어우러진 모습이 하나의 예술작품 같았다. 시카고에는 왜 고층 빌딩이 많을까. 건축학도라는 가이드의 설명이다.

“1871년 대화재 당시 목조건물 대부분이 파괴됐습니다. 도시 재건 과정에서 급격히 늘어나는 인구 유입과 경제 발전을 예측해 고층 빌딩을 올렸습니다. 5층 건물이 대부분이던 시절 10층, 20층짜리 건물이 척척 들어섰죠. 이때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같은 유명 건축가가 시카고에서 활동했습니다.”

현재 시카고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윌리스 타워(110층, 442m)다. 1980년대까지 세계 최고층 빌딩의 지위를 누렸던 윌리스타워는 여전히 필수 방문 코스로 꼽힌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1분 만에 103층 전망대에 닿는다. 건물 밖으로 툭 튀어나온 유리바닥에 섰을 때는 오금이 저렸지만, 전망이 썩 인상적이진 않았다. 국토 70%가 산지인 나라에서 온 사람에게는 구릉 하나 없는 시카고의 풍경은 다소 밋밋해 보였다.

블루스‧가스펠… 흑인음악의 본고장

시카고에는 높은 건물만 있는 건 아니다. 고개를 쳐들지 않아도 도시 곳곳에서 멋들어진 예술품을 마주친다. 시민 쉼터이자 공공예술 전시장인 밀레니엄파크가 대표적이다. 공원 서쪽에 콩 모양의 조각품 ‘클라우드 게이트’가 있다. 인도 조각가 아니슈 카푸르의 작품으로, 철판 168개를 붙였다는데 이음매가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감쪽같다. 공원 주변 마천루가 클라우드 게이트에 왜곡된 형태로 비친 모습도 이채롭다.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을 설계한 프랭크 게리의 작품도 공원 안에 있다. 야외 공연장으로 쓰이는 ‘제이 프리츠커 파빌리온’이다. 하얏트 호텔 창업자인 제이 프리츠커의 기부금으로 만든 공연장이어서 그의 이름을 붙였다. 마침 파빌리온에서는 하우스 뮤직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었다. 시카고 출신 디제이들이 무대에 올랐고 관객들은 신나게 몸을 흔들었다. 이 자리에서 블루스‧재즈 페스티벌 등 세계적인 음악축제가 열리는데 모두 무료다.

사실 시카고는 음악의 도시이기도 하다. EDM(전자댄스음악)의 뿌리인 하우스를 비롯해 재즈·알앤비 등 수많은 음악 장르가 시카고에서 발전했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시카고의 음악은 블루스다. 유명 식당이나 술집, 심지어 벼룩시장 한편에서도 블루스 연주가 들려온다. 흑인 노예 음악인 블루스가 왜 시카고에서 유행했을까. 시카고 역사 박물관 직원 마이크 펠튼의 설명이다.

“19세기 말부터 남부 흑인이 경제가 급격히 발전한 시카고로 몰려왔습니다. 윌리 딕슨, 무디 워터스 같은 불세출의 블루스 뮤지션도 그런 경우죠. 이들은 다양한 음악 장르를 받아들이고 전자기기를 활용해 시카고 블루스를 만들었습니다. 농촌인 남부에서는 어쿠스틱으로 연주해도 음악을 잘 들을 수 있었지만, 대도시인 시카고는 너무 시끄러웠던 거죠.”

시카고 도심 남쪽에는 50~70년대 블루스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체스 레코드가 있다. 지금은 윌리 딕슨 블루스 헤븐 재단이 박물관으로 운영한다. 롤링스톤스, 에릭 클랩튼 같은 기라성 같은 뮤지션들이 당시 체스 레코드를 찾아와 음반 작업을 하면서 시카고 블루스 뮤지션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시카고 강변에는 ‘하우스 오브 블루스’라는 재미난 공연장이 있다. 매일 밤 다양한 공연이 이어지는데 일요일 오전 공연이 가장 인기다. 이른바 ‘가스펠 브런치’다. 블루스 공연장에서 웬 가스펠? 사실 가난한 흑인이 부르던 기독교 음악인 가스펠도 블루스에서 파생했다. 브런치를 먹으며 흑인 합창단의 흥 넘치는 노래를 감상하고, 관객을 무대로 초대해 함께 춤을 추기도 한다. 공연도 흥미롭지만 음식 맛이 웬만한 호텔 뷔페 못지않다.


최승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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