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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대선 오브라도르 대통령 당선

부패·범죄에 시달린 국민들
89년 만에 좌파 정권 선택

1일 멕시코에서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64) 후보가 50%대의 득표율로 압승을 거뒀다고 AP통신 등이 2일 보도했다. 오브라도르의 당선으로 멕시코에서는 89년 간 이어져 온 우파 정권이 물러나고 중도좌파 정권이 들어서게 됐다.

멕시코 선거관리위원회는 현지시간으로 1일 밤, 모레나(MORENA·국가재건운동), 노동자당(PT) 등 중도좌파 통합 후보인 오브라도르가 53%의 득표로 당선이 확정됐다고 발표했다. 자신의 이니셜을 따 암로(AMLO)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오브라도르 당선인은 이날 멕시코시티의 한 행사에서 지지자들에게 "우리는 승리했다"고 발표했다.

오는 12월 1일 취임해 6년 간 임기를 이어갈 오브라도르 당선인은 좌파 민족주의를 기치로 내건 인물로 '멕시코의 차베스' '멕시코의 좌파 트럼프'로도 불린다.

멕시코는 1929년 제도혁명당(PRI) 창당 이후 무려 89년간 우파 보수 성향인 PRI와 국민행동당(PAN)이 장기 집권했다.



보수 정권이 집권한 동안 멕시코는 고질적인 부정부패와 불평등, 폭력과 범죄의 확산으로 몸살을 앓았다. 2012년 당선된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선거 당시 브라질 건설사로부터 부정 선거 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 등 재임 기간 내내 부패 스캔들에 시달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멕시코 경제는 지난 25년 간 매년 약 2.5%씩 성장했으나 이는 개발도상국 평균 성장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더 큰 문제는 경제 성장의 열매가 부유층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멕시코의 절대 빈곤율은 약 40%대에 머물고 있는 반면, 억만장자 수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만연한 살인과 폭력도 선거의 쟁점이었다. 멕시코에서는 2006년부터 마약 갱단과 군인들의 무차별 총격전으로 20만 명 이상이 숨졌다. 지난 해 살인 사건은 2만 5339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올해 5월까지 보고된 살인 사건만 1만 3298건에 달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멕시코의 민심은 부정부패 척결과 사회복지 확대를 내세운 좌파 정당으로 향했다. 멕시코시티 시장 출신으로 2014년 모레나를 창당한 오브라도르는 이번 선거에서 공공안전부 설립, 최저임금 인상,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추진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현 정권 하에서 진행된 친시장 개혁이나 민영화 정책 등을 재검토하고 정치인들의 급여를 절반으로 삭감하며, 대통령 전용기를 없애고 대통령 관저를 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공약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오브라도르의 '멕시코 우선주의'와 포퓰리즘 정책, 자극적인 언사 등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그가 '멕시코의 좌파 트럼프'라는 별명을 갖게 된 이유다. 그는 자신의 닮은 꼴인 트럼프 대통령을 맹렬하게 공격하며 지지율을 높였다. 이민을 막기 위해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멕시코를 압박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자신이 당선되면 종속적인 대미관계를 수평적인 관계로 재정립하겠다고 선언했다.

따라서 그의 집권으로 이민과 무역 정책에서 갈등을 겪고 있는 미국과 멕시코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오브라도르가 멕시코에 새로운 민족주의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이미 시험대에 올라 있는 미국과 멕시코 간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오브라도르는 급진적 사회주의 실험에 나섰던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과는 다른 길을 걸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오브라도르는 전형적인 라틴 아메리카 포퓰리스트가 아니다"라면서 그가 이번 선거에서 극우층이나 보수 종교 단체의 상당한 지지를 얻었음을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오브라도르가 멕시코의 다음 대통령이 된 것을 축하한다"며 "나는 그와 함께 일하는 것을 매우 기대하고 있다. 미국과 멕시코 모두에게 이익이 되도록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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