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아름다운 우리말] 휘파람을 불다

우리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휘파람을 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내가 왜 휘파람을 불고 있지 하고 놀라기도 합니다. 휘파람은 때로 자연스럽게 내 감정을 표현합니다. 휘파람이 재미있는 것은 노래나 휘파람이나 한계가 분명하다는 겁니다. 휘파람을 못 부는 사람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휘파람도 실력입니다.

주로 노래를 못 부르면 휘파람도 못 붑니다. 음정이나 박자도 휘파람에 고스란히 적용됩니다. 높은 음이 안 올라가거나 낮은 음에 약점이 있는 사람은 휘파람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납니다. 휘파람도 음악 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휘파람도 연습하면 늡니다. 노래처럼 말이죠. 휘파람 연습은 색다른 기쁨도 줍니다. 휘파람은 주로 즐거울 때 불기 때문입니다.

휘파람이라는 말은 발음도 예뻐서 휘파람이라고 말하려다 보면 휘파람소리가 나기도 합니다. 노래가사에 휘파람이라는 말이 자주 들어가는 것도 발음에서 오는 즐거움 때문일 겁니다. '바람'이라는 말 앞에 히읗이 들어가서 '파람'이 되는데 '휘'도 '파람'도 즐거운 기분을 만들어 줍니다.

'휘파람을 불다'라는 표현은 기분이 좋다는 의미로도 사용됩니다. 어떤 일 때문에 휘파람을 불었다고 하면 기분 좋은 일이 생겼다는 것을 느낌으로 금방 알 수 있습니다. 휘파람을 분다는 말이 왜 기분이 좋다는 의미가 되었을까요? 휘파람으로는 슬픈 노래도 부를 수 있는데, 왜 기쁨에 해당하는 표현으로 사용하게 되었을까요?



제가 생각할 때 이유는 간단합니다. 슬플 때나 우울할 때는 휘파람이 나오지 않습니다. 금방 슬픈 노래도 휘파람으로 부를 수 있다고 했지만 정말 슬플 때는 휘파람을 불지 않습니다. 슬픈 휘파람도 알고 보면 즐거울 때 부는 겁니다. 우울한 휘파람을 오히려 멋들어지게 부는 거라고나 할까요? 슬픈 휘파람에도 멋이 있습니다. 우울과는 다른 묘한 흥이 있습니다.

저는 휘파람을 부는 걸 좋아합니다. 물론 다른 사람이 있을 때는 잘 불지 않습니다. 혼자 내 감정을 찾아 휘파람을 불곤 합니다.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간에 휘파람을 불다 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특히 가사를 모르는 노래인 경우에는 휘파람이 제격입니다. 음만 따라가면 되니까요. 휘파람에 다양한 기교도 부려봅니다. 바이브레이션을 넣어 감정도 한껏 표현합니다. 슬픈 노래의 휘파람도 즐거운 일이죠.

그런데 휘파람을 잘 부는 사람이 요즘은 휘파람을 불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아니 불고 싶지 않다는 말이 적당하겠네요. 감정이 휘파람에서 멀어져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휘파람이 아니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새어 나오는 한숨 소리에 깜짝 놀라곤 했을 겁니다. 옆에 사람이 있는데도 갑자기 한숨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감정이라는 건 이렇게 속이기가 어렵습니다. 걱정, 근심, 우울, 후회 등의 감정이 내 속에서 새어나옵니다. 사람의 한숨도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는 하지만 감정을 들키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휘파람을 불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됩니다. 치유가 된 것이겠죠. 내 몸 구석구석을 돌아 나온 바람이 감정의 찌꺼기를 뱉어버리고 맑은 소리가 되어 있습니다. 한숨도 휘파람이 됩니다. 그동안의 슬픔과 기쁨도 맑은 바람이 됩니다. 휘파람이 찬 공기를 헤쳐 나갑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