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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2035] 화장실의 자유

성인이 된 걸 처음 실감한 때를 기억한다. "저, 화장실 가도 돼요?" 습관이 돼 하마터면 말할 뻔한 문장을 부여잡고, 교수님의 목소리를 강의실 문 뒤로 닫아둔 채 화장실에 갔다.

화장실은 자유의 공간화다.

모두의 자유가 늘어난 곳엔, 모두를 위한 화장실이 생긴다. 7년 전, 스웨덴에서 낯선 화장실을 마주했다. '남성용 화장실' '여성용 화장실' '장애인용 화장실' 등 입장 자격을 확인하고 알맞게 들어가려 했는데 그런 표지가 없었다. 그중 하나의 문을 열어 보니, 비행기 안 화장실처럼 변기와 세면대 등 모든 게 1인용이었다. 아무도 마주치지 않고 필요한 시간을 혼자 보내고 나올 수 있도록.

요즘 '성 중립 화장실'이란 말로 이슈가 된 그 화장실의 본질은 '나만 쓰는 공공 화장실'이 아닐까 싶다. 사람 단위로만 세는 공간엔 성별뿐 아니라 모든 분류가 불필요하다. 너는 어느 쪽이냐 묻는 입구에 대고 소설 '광장'의 이명준처럼 "중립"이라고 답할 결연함도 필요 없다. 나만 쓰는 화장실엔 나의 자유만 있을 뿐이다.



더 많은 공간, 더 잦은 점검, 가능한 범죄에 대한 더 정확한 처벌이라는 비용에 대한 동의가 모인다면 우리는 화장실이 우리에게 더 많은 자유를 주게 할 수 있다. 먹는 일은 능력과 차별의 영역이지만 배설은 귀천도 계급도 없는 평등의 영역이니까. 우리의 가장 원초적이고 사적이며 동등한 일을 나만의 자유가 허용된 공간에서 행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


문현경 / 한국 탐사보도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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