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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칼럼] 연준의 보험 가입

요즘 금융시장에서는 "insurance cut"이라는 용어가 회자되고 있다. 처음 접해보시는 분들이라면 다소 아리송하게 느껴지실 수 있겠지만, 이 용어의 주체는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이다. 연준의 대표적인 통화정책 수단이 정책금리를 조정하는 것인데, 금리 인상 시에는 영어로 "hike", 인하할 경우에는 "cut"이라는 동사를 주로 쓴다. 그렇다면 "insurance"는 무슨 의미로 쓰인 걸까? 여기서는 보험의 본래 기능과 관련된 의미를 담고 있다. 마치 우리가 운전하면서 발생할 수도 있는 사고에 대비하여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듯이 연준도 불확실한 결과에 대비한다는 의미로 쓰여진 것이다. 정리를 해보면 "insurance cut"이란 연준이 보험적 성격으로, 즉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할 경우 입게 될 피해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정책금리를 인하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 표현이 요즘 들어 언급되고 있을까?

연준은 2015년 12월부터 제로금리 수준으로 유지하던 정책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해 지난해 12월까지 9차례에 걸쳐 총 225bp(2.25%p)를 인상하였다. 금년 들어서도 추가적인 인상은 없었으나 "인내심"을 가지고 경제상황을 지켜보겠다고 함으로써 여전히 인상 기조 하에 있음을 강조해 왔다. 그런데, 최근 개최되었던 6월 FOMC 회의에서 연준은 경기확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통화정책 기조가 바뀌었음을 선언하였다. 앞으로는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보낸 것이다. 직전 회의가 5월초에 개최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 달여 만에 입장이 바뀐 것이다.

연준의 정책기조 선회 배경에는 5월 이후 악화된 글로벌 무역분쟁이 있다. 순조롭게 타결될 것으로 예상됐던 미-중 무역협상이 난항을 겪게 되었고, 멕시코에 대한 관세도 부과될 뻔하는 등 예기치 않은 이벤트가 이어지면서 경제 전반에 걸친 리스크가 급격히 확대되었다. 더군다나 G2의 한 축인 중국은 멕시코와는 달리 강경한 자세로 나오면서 자칫 분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무역분쟁이 장기화되면 교역량이 감소될 뿐만 아니라 기업 투자 및 소비 위축이 불가피해진다. 미국경제가 내수 의존도가 높다고는 하지만 무역분쟁이 지속되면 부정적인 영향을 입게 될 것은 자명하다. 가뜩이나 미국경제의 성장세가 주춤하는 상황에서 자칫 치명타가 될 수도 있는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미국경제가 침체국면에 접어들지도 모른다는 성급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에서는 다시금 연준이 미국경제의 구원투수로 나서줄 것으로 믿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실제 지표를 확인하고 대응에 나서는 통상적인 연준의 신중한 스타일과 달리 이번에는 몇 박자 빠르게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연준의 대응이 경기침체를 예방하는 보험적인 성격의 금리인하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다.

한 가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시장의 이러한 믿음에 연준이 부응할지는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어른과 어린이의 관계에 빗대어 연준이 시장의 바램에 대해 보다 엄격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OMC 회의 이후 파월 의장 등 연준 주요 인사들의 발언 내용이나 금리 전망 점도표 등을 보면 연준이 보다 기민하게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고승환 / 뉴욕사무소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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