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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겨울을 벌써 잊은 봄나무

밤새 무섭게 눈보라 치고 난 겨울의 아침이었다.

우리 뒷뜰에 봄이면 분홍 꽃이 무성히 피던 복숭아 나무의 큰 가지 하나가 모진 바람에 부러져 눈 속에 누워 있었다.

온 몸으로 추위를 견디고 있는 모습이 애처러워 보이기도 하고, 맨 가지가 통째로 누웠으니 아깝기도 하고. 큰 가지라서 바로 치우지도 못하고 있는데 나 아직 살아 있으니 다시 살게 해달라는듯 싶어 그 큰 가지를 방안에 끌고와서 물동이에 담아 벽에 기대어 세워 놓았다.





봄기운이 조금씩 도는 듯한 어느 날, 물동이에 담긴 그 가지에서 봄꽃이 가득 피어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생명을 사랑하는 자연의 힘. 나뭇가지는 매섭던 겨울바람이나 부러지는 아픔은 벌써 잊은 듯 '망각'이라는 축복과 함께 저나름의 봄을 더없이 즐기고 있다.

그 뒤 나는 꼬챙이 같은 눈덮인 겨울 나무가지들을 꺽어 집안에 항아리에 담아놓고 긴겨울, 봄은 올것같지않은 날들에도 분명히 다가올 봄을 엿보며 봄을 기다린다.



부러진 나무에서도 가득 피는 봄.

절망과 두려움도 화려한 꽃이 되게 하는 생명을 향한 사랑의 에너지는 강인하고 분명하고 또 아름답다.

꽃들이 말한다. 눈보라 따위가 뭐라고 내가피지 않을까?


김원숙 / 화가·인디애나 블루밍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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