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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폭력’ 만연한데 ‘조건부 영주권’이라니…

매 6일마다 1명 가족-지인에 피살
폭력사건 12%는 ‘가정내 폭행’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여성에게 폭력을 경험한 일이 있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반면 여성폭력에 관한 국내 사회 전반적인 여론을 조사해 보면 국내의 여성폭력문제는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응답되기 일쑤다. 그러나 사실 국내의 여성폭력문제는 대단히 심각한 수위에 달해 있다. 수천명의 여성들이 매일 생명에 위협을 받을 정도의 위험천만한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6일마다 한명의 여성이 가장 가까운 배우자나 애인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있으며 매일 3천명이 넘는 여성들이 가정폭력을 피해 긴급대피소에 들어와 살아가고 있다. 국내에서 발생되는 폭력사건 전체의 12%에 해당하는 약 4만명의 폭력범들 대부분이 가정폭력사건으로 체포되고 있다. 그러나 경찰에 보고되는 사건수는 총 가정폭력사건의 22%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것이 국내 여성 폭력의 현주소이다.

♦매일 3천명의 여성이 위험 피해 대피소로…

만일 연방 정부가 가정폭력을 이유로 법적 별거나 이혼을 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폭력 상태가 최소 2년 이상 유지돼야 한다는 법을 통과시킨다면 국내의 많은 여성들은 경악을 금치 못할 것이다. 또 여성 인권을 위해 싸우는 단체들은 이같은 규정은 여성들을 학대상태에 내버려 두는 가혹한 조치라며 기염을 토하고 나설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같은 규정을 정부가 최근 입법화해 보호받지 못하는 연약한 여성들을 더욱 궁지에 내모는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

2012년 10월 25일 발효된 새로운 법률은 배우자 초청으로 국내에 입국한 모든 영주권자들에게 2년의 기간동안 초청 배우자와 동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초청 배우자와 2년 동안 거주했거나 2년 이하 거주시 자녀가 없는 경우의 배우자 초청 영주권 수속 신청자에게 적용된다. 새로운 법규에 따르면 배우자 초청으로 국내에 입국한 영주권자들은 국내 입국후 해당 배우자와 최소 2년 동안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동거를 해야 하며 만일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배우자 초청으로 입국한 자는 영주권이 취소되어 추방당하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



♦영주권 위해 최소 2년은 “지옥일찌라도….”

법안 통과 전, 수많은 여성인권 관계자들은 “학대상황에 있는 많은 이민여성들은 자신의 상황을 매우 치욕스럽고 부끄럽게 여기며 특히 자신들의 이민상태가 박탈당할까 두려워 심각한 폭력을 당하는 상태에 놓여 있어도 잘 밝히지 못한다. 이 법안은 결국 폭력을 당하는 상황에 있는 많은 여성들을 더욱 위험에 빠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라고 연방 이민부를 향해 경고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이슨 케니 연방 이민부 장관은 당사자가 학대를 당하고 있거나 방치됐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는 단서조항 하나만을 추가한 채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가정에서 당하는 폭력의 심각성을 고발하고 학대에서 도피한다는 것은 그저 경찰에 전화를 걸어 신고하면 되는 정도의 쉽고 간단한 일이 아니다. 가정 폭력을 경험하는 수많은 여성들은 공포와 치욕스러움에 몸을 떨면서도 집을 벗어나면 당장 수입이 끊어지고 막상 갈 곳도 없는 막막함에 놓여 있다. 게다가 이젠 추방의 위협까지 가중되게 됐다. 추방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학대를 당한 사실을 스스로 입증해야만 한다. 그러나 여성에 대한 폭력이 널리 성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인정하려 들지 않는 현 문화에서는 이같은 입증을 하기란 너무나 어렵다. 게다가 무임승차격으로 입국하는 외국인에 대한 혐오증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분위기의 사회에서는 더욱 불가능하다. 몬트리올에서 있었던 로나 아미르 모하마드(Rona Amir Mohammad) 사건을 돌이켜 보면 이같은 상황에 처한 많은 이민 여성들의 처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모하마드 샤피아(Mohammad Shafia)의 첫번째 부인이었던 로나는 가정주부의 자격으로 비자를 받아 국내에 입국했다. 입국 후 로나의 결혼생활은 상상을 초월한 학대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비자연장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다른 어떤 사회기관에도 도움을 청하지 못했고 로나는 결국 남편의 손에 살해당하는 비극적 최후를 맞이했다.

♦통상 120여견의 ‘사기’ 단속위해 수천명이 고통의 나락

정부는 이같이 만연해 있는 문제들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없이 “결혼사기”나 “이민을 위한 결혼”을 제한하겠다는 명목하에 앞서 언급한 조건부 영주권 법규를 새로 마련한 것이다. 연방국경수비대의 보고에 따르면 한해에 120명 정도가 배우자 초청 이민의 조작 혐의로 이민수속이 중단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만일 이같은 120명의 경우 모두가 “결혼사기”라 할지라도(거의 그럴 확률은 없지만) 그정도로 수천명의 여성들을 위험에 몰아넣는 법개정의 정당성이 확보되지는 않는다.

가정폭력은 여전히 국내의 가장 큰 문제들 중 하나이다. 다행히 최근들어 국내 인구 중 여성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가정폭력 발생률이 다소 감소하는 추세이기는 하다. 그런데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의 조건부 영주권 규정은 성차별에 근거한 폭력 퇴치를 위해 투쟁해 오고 있는 국내 사회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시대역행적인 법률 규정이다. 특히 이는 남편과 그 가족을 떠나서는 어떤 법적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배우자 소유물로서의 여성 개념을 부활시키는 구시대적인 악법이라 하겠다. 이제 국내 사회는 오랜동안 투쟁을 통해 찾은 여성의 인권과 가치를 정치적 편리주의와 맞바꿀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지금은 바로 모든 국민들이 새로운 조건부 영주권 규정을 규탄하면서 이 땅의 모든 여성에 대한 폭력 근절을 부르짖으며 일어나야 할 때다.


이안나 기자 anna@ck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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