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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자격 심사 잘 봐줄 테니...”

[토론토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0/02/23 11:24

(속보)3년7개월 전 토론토에서 난민자격을 신청한 한인여성에게 난민지위를 부여해주는 대가로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줄 것을 요구한 악덕 난민심판관에 대한 법원의 공판이 시작됐다(본보 2006년 10월4일자 1면 참조).

전직 토론토시의원 출신으로 지난 2000년 연방고등난민심사위원회(Immigration and Refugee Appeal Board) 심판관(adjudicator)에 임명된 스티브 엘리스(50)씨는 2006년 7월 캐나다에서 난민을 신청한 한인여성 김지혜(당시 25세, 현재 29세)씨를 상대로 ‘부적절한 행위’를 하다 들통 나 직위해제와 함께 사법처리를 받게 됐다.

22일(월) 온타리오 고등법원에서 열린 이 사건 관련 첫 공판에서 린다 트레플러 연방검사는 사건의 전모를 자세히 공개했다.

검찰에 따르면, 폭력적인 아버지와 빚 독촉에 시달리던 김씨는 캐나다에서 난민자격을 신청했으며, 2006년 7월17일 열린 첫 청문회에서 엘리스 심판관을 만났다. 한국어 통역을 통한 이 청문회에서 엘리스씨는 김씨가 일하는 곳과 거처, 결혼여부 등을 꼬치꼬치 캐물은 뒤 30일 이내에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그 후 엘리스씨는 김씨가 일하는 토론토 다운타운의 레스토랑에 나타났으며 김씨가 “일이 어떻게 됐느냐”고 묻자 “아직 결정이 안 났다”고 말했다. 그는 그 후 또다시 나타나 “어려운 문제가 생겨 아직도 심사가 진행 중”이라면서 “언제 커피나 한잔 하자”고 제의했다.

이때 엘리스씨의 행태를 수상하게 여긴 김씨는 남자친구와 함께 엘리스씨와의 만남 현장을 녹화하기로 했다.

블루어/배더스트에 있는 스타벅스 커피숍 패티오에서 김씨를 만난 엘리스씨는 “우리가 좀 다른 일을 한다고 걱정할 것 없다. 나와 함께 살자고 요구하지는 않겠다”면서 “설사 난민자격이 거부돼도 뒤집을 수 있다. 그러면 성대한 축하행사를 벌이자”고 제안하며 헤어질 때 키스까지 했다.

그는 특히 “친밀한 관계(intimate relationship)를 맺으면 난민심사를 긍정적으로 해줄 것”이라며 “이는 철저히 비밀로 해야 한다. 이를 남자친구에게 발설하면 나도 곤란해지고 난민자격도 안될 것”이라고 경고까지 했다.

이 같은 장면은 김씨의 남자친구 브래드 트립씨(현재는 남편)에 의해 생생하게 녹화됐으며 김씨와 남자친구는 이 비디오테이프를 난민심사위원회에 보냈다. 이에 따라 엘리스씨는 즉시 직무가 정지됐으며 연방경찰(RCMP)이 나서 신의위배 및 이민난민보호법 위반혐의로 수사를 벌이게 됐다.

이 비디오는 23일(화) 온타리오고등법원 법정(티 허먼 판사)에서 속개될 공판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특히 엘리스씨는 그동안 한인여성들이 가정폭력을 사유로 난민자격을 신청한 사례를 상당수 다뤄왔기 때문에 한인여성들의 불안한 심리를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엘리스씨 사건에 대해 한 한인변호사는 “그는 한인여성들이 가정폭력을 사유로 신청한 난민자격 사례를 여러 차례 다뤄온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아마 한인여성들의 절박한 심리를 잘 알고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나 추측된다”고 말했다.

(이용우 기자 joseph@joongangcan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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