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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린의 문화 cafe]원더풀 코리안, 홍수진ㆍ수경 자매

[공연리뷰] 완벽한 호흡 일치의 유니즌 선보여

자유로운 ‘보헤미안’성공적으로 표현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콧대 높은 FCM(실내악의 친구들, Friends of Chamber Music)이 올 시즌 첫 공연으로 콘 브리오 코펜하겐을 초청해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다.
이들 눈으로 보자면, 갓난아이(1999년 창단)에 불과한 이 풋내기 삼중주단이 어떻게 시즌 첫 테이프를 끊는 영광을 차지할 수 있었을까.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콘 브리오는 프랑스 로스트로포비치 콩쿠르, 오스트리아 브람스 콩쿠르, 뮌헨의 아아르데(ARD) 콩쿠르, 요제프 하이든 국제 실내악 콩쿠르 등 굵직한 세계대회에서 연이어 우승하면서 빠르게 도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성과는 지난 2005년 칼리히스타인/라레도/로빈슨 (Kalichstein/Laredo/Robinson) 국제 트리오 상을 받은 것이다.
이를 계기로 올 시즌 전세계적으로 무려 25개의 컨서트가 예정되어 있다.
(칼리히스타인/라레도/로빈슨은 세계 정상급 피아노 3중주단으로서 30여 년간 활동해 왔으며 KLRITA는 이들 멤버를 기리기 위해 제정되었다.
)

◆어렵고 학구적인 선곡

콘 브리오는 지난 10월 24일 화요일 공연에서 웬만한 음악 애호가들도 머리를 갸우뚱할 만큼 학구적이고 어려운 선곡을 보였다.
하이든의 마지막 피아노 트리오( Piano Trio in C major, H.Xv No.27)와 라벨의 트리오(Piano Trio in A minor), 그리고 드보르작의 둠키(Piano Trio in E minor, Op.90) 다.
테크닉 적으로 웬만한 자신감이 없다면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곡들이다.


많은 음악회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곡, 이른바 명곡으로 커튼을 연다.
연주가나 관객이나 일종의 준비운동(warm-up)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하이든의 후기 소나타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작품은 하이든 특유의 경쾌함과 운동감이 있지만 동시에 최고의 손가락 기술(finger work)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콘 브리오가 과연 하이든의 음악 정신을 제대로 이해하고 표현했을까는 의문스럽지만, 적어도 이들은 완벽하게 호흡이 일치되는 유니즌(unison)을 선보였다.
일단 성공이다, 부끄럽지 않다!

연이어 연주된 라벨의 트리오는 이상스레 객석을 떠돌던 불안감과 걱정을 말끔히 씻어냈다.
이 음악을 들으면서 과거의 멜랑코리한 추억을 떠올리거나 낭만적인 환상에 젖어 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라벨의 트리오는 그 무엇보다 음악적인 정확도(accuracy)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콘 브리오는 빠르게 바뀌는 리듬을 잘 갈아타면서, 아마 그 동안 알반베르크 사중주단에게서 훈련되었음직한 대조(contrast) 미를 마음껏 펼쳐 보였다.


◆원더풀, 코리아!

20분 간의 휴식 후에 선보인 2부의 드보르작 ‘둠키’ 트리오에서 관객들은 아마 결정적인 비평을 내릴 마음을 먹었을 것이다.
때론 오래되었다는 것이 곧 지혜롭다는 뜻이고, 이 곡이야말로 ‘늙은’ 그들이 수없이 들어왔던 곡이 아닌가. 오페라로 치자면, ‘라 트라비아타’(‘버려진 여인, 우리에게는 ‘춘희’로 알려져 있습니다) 같은 작품이다.


하도 많이 듣고 익숙해서 그 어느 단체가 새로운 연주를 선보인들, 단칼에 평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연주기법상 어려운 테크닉은 기본이요, 나아가 작곡가의 정신(soul)을 원숙하게 표현해야만 한다.


우리의 콘 브리오는 연인에게 속삭이듯이 비밀스럽게 중얼거리다가, 한없이 원색적이고 충동적으로 솟구치다가, 이내 스펀지처럼 부드럽게 잦아들면서…마침내 드보르작의 정신, 이른바 자유로운 보헤미안(그 어디에도 정착하지 않고 방랑하는 자유인)을 성공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쏟아지는 박수 갈채를 받았다.
원더풀 코리안!

앙코르로 연주한 멘델스존의 사랑스러운 트리오 D major, 2악장은, 가을비 내리는 도시의 우산이 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밤 길을 포근히 밝혔다.


*콘 브리오 코펜하겐은?

독일 쾰른 국립 음대 최고연주자 과정을 마친 홍수진(바이올린)-수경(첼로) 자매와, 덴마크 출신 최초로 스타인웨이 연주가로 선정된 피아니스트 옌스 엘버케어(수진씨의 남편)로 구성된 삼중주단입니다.


수진-수경 자매는 안양대 피아노과 전신주 교수의 둘째, 셋째 딸로서, 다른 두 자매 수영-수은은 클라리넷과 오보에를 연주합니다.
외삼촌인 바이올리니스트 전용우씨는 KBS 교향악단의 악장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FCM(실내악의 친구들)은?
올해 59회 시즌을 맞이한 유서 깊은 음악단체입니다.
캐나다 전역에 걸쳐 같은 이름을 가진 여러 단체가 서로 협력하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매 시즌마다 밴쿠버플레이하우스에서 10개의 선별된 공연을 선보입니다.


특색이라면, 오로지 화요일에 공연된다는 것이며, 페스티벌 시트(특별히 지정된 좌석 없이, 마음대로 앉습니다)를 아직까지 고수하고 있습니다.
다른 공연 단체와 비교해 볼 때, 티켓 값 대비 가장 수준 높은 공연을 유치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 큼직한 후원단체도 많지만, 무엇보다 직접 음악을 즐기는 관객의 절반 이상이 자발적으로 후원금을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 가보면, 동양인이 거의 없고 평균 연령이 60세 이상 백인이어서 어리둥절하지만, 곧 익숙해집니다.
작년에 본 사람이, 어제 본 사람이 여전히 그 자리에 있습니다.


공연 당일 창구에서도 티켓을 구할 때가 있지만, 인터넷을 통해 예매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최예린 음악전문기자

▷중앙닷씨에이 www,joongang.ca
▷캐나다 밴쿠버 중앙일보 2006년 11월 1일(수), A9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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