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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액션] ‘백인의 나라’ 지키기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다. 그다음에 그들이 사회민주당원들을 가두었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회민주당원이 아니었다. 그다음에 그들이 노동조합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다. 그다음에 그들이 유대인들에게 왔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다. 그들이 나에게 닥쳤을 때는 나를 위해 말해 줄 이들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독일의 성직자 마르틴 니뮐러가 쓴 것으로 알려진 글이다. 그는 공산주의가 싫어 처음엔 히틀러를 지지했다. 그러나 그 뒤엔 정신을 차리고 히틀러에 맞서다 결국 체포돼 수용소에 감금됐다. 1945년 전쟁이 끝난 뒤 그는 독일인들의 뉘우침에 앞장섰다.

시대는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는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처음엔 밀입국 난민들이 탄압을 당했다. 주로 중남미에서 오는 사람들이나 겪는 어려움이라 생각하고, 한편으로는 밀입국은 정당하지 않다고 여기며 많은 이민자도 고개를 돌렸다.

곧이어 이슬람 국가 사람들의 입국이 금지됐다. 많은 이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시위도 벌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또 이슬람교를 믿지 않는 다른 많은 이민자는 애써 눈을 감았다.



그다음엔서류 미비 청년 추방유예(DACA) 수혜자들에 대한 탄압이 시작됐다. 프로그램 폐지가 발표됐다. 이번에는 달랐다. 중남미 사람, 이슬람 국가 출신 뿐 아니라 수많은 한인 등 아시안들이 추방될 위험에 놓였다. 법정 싸움 끝에 연방대법원에서 이를 막았다. 하지만 싸움은 끝나지 않았고 계속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터지자 주로 아시안들이 피해를 보는 신규 이민자 입국 금지 조처가 내려졌다. 애초 60일 금지 조치가 연말까지 확대됐고, 이에 더해 취업 비자 발급까지 금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6일 온라인으로 수업을 받을 유학생들에게 사실상 ‘추방’ 조처가 내려졌다. 학교가 대면 수업을 하지 않으면 전학을 가던가 출국을 해야 한다. 온라인 수업을 하는 학교의 신규 학생 비자 발급도 중단된다. 하버드대학도 가을학기에 전면 온라인 수업을 한다. 이번 조치 역시 출신 국가를 막론하고 모든 외국인 학생들에게 된서리를 내리는 짓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3년 이상 이어온 반이민 정책의 진행 과정이다. 미국 경제나 안보, 보건 등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지만 한 가지 도움이 되는 게 있다. 안으로는 소수계를 탄압하고, 밖으로는 신규 이민자를 막으며 미국을 ‘백인의 나라’로 지키는 것이다. 11월 대선까지 넉 달 남았다.


김갑송 / 민권센터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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