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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인종 갈등의 출구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로 모두 어수선하고 힘든 상황에 몸도 맘도 편치 않은 요즘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인종갈등 문제도 불거졌다.

외출 자제와 자택 격리로 영화를 많이 보던 중 넷플릭스에서 캐서린 스토킷 원작의 영화 ‘헬프’를 봤다. ‘헬프’는 2009년에 출간되자마자 뉴욕타임스와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300만부 이상 판매되는 큰 성공을 거뒀다.

‘헬프’는 영화로도 제작돼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을 비록해 4개 부문의 후보에 올랐다. 미니 잭슨 역의 옥타비아 스펜서는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작품의 주제는 인종차별이다. 흑인들이 변변한 직장을 가질 수 없던 시절, 거의 모든 흑인 여성들은 평생을 백인 가정의 가사 도우미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간다. 그러나 그들이 받는 대우는 보잘 것 없다. 피부색으로 인한 인종차별은 박해를 넘어 인간의 기본적인 면모도 지킬 수 없을 만큼 심하다. 그럼에도 분노조차 할 수 없는 억압된 시대의 사회상을 다루고 있어 요즘 대두되는 이슈와 맥락을 같이 해 더욱 흥미롭게 감상했다.



1963년 남부 미시시피주의 잭슨. 스키터 역의 엠마 스톤은 당시 부자 남편을 만나 정원이 딸린 집에서 가정부를 두고 사는 것을 최고의 삶으로 여기는 대부분의 여성과 달리 대학을 졸업하고 신문사에 취직한다.

살림정보 칼럼의 대필을 맡게 된 스키터는 베테랑 가정부 에이블린의 도움을 받으면서 둘의 관계는 깊어진다. 그녀는 17명의 백인 아이를 헌신적으로 키워냈으면서도 정작 자신의 아들은 잘 돌보지 못해 비오는 날 트럭 차고로 잃어버린 쓰라린 사정이 있다.

에이블린의 친구인 미니는 비바람 몰아치는 날 밖에 따로 분리된 화장실을 쓰지 않고 집안의 화장실에서 소변을 봤다는 이유로 해고된다.

스키터는 이를 써서 출판사에 보낸다. 출판사는 반응은 좋았으나 책으로 내려면 많은 에피소드를 써야 한다고 요구한다. 하지만 당시에는 백인에 대한 불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없는 분위기여서 흑인 가정부들은 아무도 이에 도움을 주려고 선뜻 나서지 못한다. 스키터의 끈질긴 설득으로 난색을 표하던 가정부들은 하나 둘 그들의 억울한 사정을 털어놓게 되고 원고는 일사천리로 마무리 된다.

책은 베스트 셀러의 반열에 오르고 여기에 참여한 모든 가정부들은 생각지 못한 엄청난 고료를 나누어 받게 된다.

억압으로 압축된 것은 결국 폭발하게 된다. 검은 피부에 대한 차별의 역사는 뿌리가 깊다. 이 흑백의 갈등은 과연 언제쯤이나 끝날 수 있을까. 현재 흑인사회의 높은 범죄율과 낮은 교육 수준을 생각하면 요원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동안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평화 시위기 전국에서 열렸지만 일부 난폭한 폭동도 있었다. 폭력으로는 인종차별로 인한 갈등의 출구를 찾아낼 수 없다.

우리 모두는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절규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민유자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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