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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네트워크] 악플은 나라님도 구제 못한다

‘수고 많으십니다’라는 제목의 e메일은 무섭다. 특정 정치적 성향을 가진 일부 분들이 악성 비난 e메일에 붙이는 ‘낚시’ 제목이어서다. 북한이나 한·일 관계,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 관련 기사를 쓰면 으레 날아드는데, 이렇게 나 다양한 욕설이 존재하나 싶어 한국어의 우수성을 체감하곤 한다.

연예인 같은 공인은 하물며 어떨까. 뉴스 범람의 시대라 벌써 울림이 사그라들고 있어 안타깝지만, 고(故) 최진리(설리)씨와 고(故) 구하라씨의 명복을 빈다. 얼마나 지났다고, 이젠 또 대세 펭귄 캐릭터 '펭수’까지 악플에 시달린다니, 악플은 나라님도 구제 못 하나 보다.

어이 상실인 건 상당수가 별생각 없이 악플을 단다는 점. 올 10월 한 설문조사(인크루트·두잇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성인 3162명 중 ‘악플을 단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5%였는데, 악플을 단 이유는 ①분노(55%) ②시기와 질투(16%) ③스트레스 해소(15%) ④단순 장난(9%)이었다. 악플러 약 넷 중 한 명은 익명성 뒤에 숨어 스트레스를 풀거나 심심풀이를 했던 셈. 국가 운명에 대한 고매한 비전과 치밀한 분석, 노벨문학상급 표현을 악플에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좀 심하다.

악플은 국제사회에서도 골칫거리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달 사이버 왕따 문화인 ‘캔슬 문화(cancel culture·비판 대상의 존재 자체를 '소멸'시킨다는 온라인 왕따)’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영국 윌리엄 왕세손은 2017년부터 사이버 왕따(cyber bullying) 반대 캠페인을 이끌고 있다.



국경없는 기자회(RSF)도 지난해 악플의 폐해를 다룬 보고서를 펴냈는데, 북구에서도 약 3분의 1의 기자들이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독립 언론인 존 론슨은 악플 등 인터넷 스캔들로 패가망신한 케이스를 추린 책 ‘공개 망신을 당했다고?(So You’ve Been Publicly Shamed)'까지 냈다. 악플 피해자뿐 아니라 악플러를 직접 찾아가 속내를 인터뷰한 게 포인트다. 대다수 악플러는 “이렇게까지 일이 커질 줄은 몰랐다”며 미안해한다.

하지만 이미 악플 피해자들은 해고 또는 이혼을 당한 뒤 정신과로 향하는 중이다. 도중에 만나는 행인들이 악플러일지 모른다는 공포에 떨면서.

사람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는 악플은 범죄다.

최근 페이스북에서 불붙은 악플 금지 릴레이 운동은 그래서 반갑다. 해당 릴레이에 올라가는 글로 마무리를 대신한다. “지금부터 나는 나와 같지 않음을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인정하며, 단점보다 장점을 크게 보며, 좋은 말, 따뜻한 말로 소통할 것을 다짐합니다.”


전수진 / 한국중앙일보 국제외교안보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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