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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미주한인패션협회’를 제안한다

김병일 / 경제부 부장
김병일 / 경제부 부장  

[LA중앙일보] 발행 2019/12/18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9/12/17 17:58

남가주 한인 경제단체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단체는 가입경쟁이 벌어질 정도로 인기다. 예산도 넉넉해 여유자금을 어떻게 써야할지 고민하고 있다. 반면 대다수 단체는 회원이 줄면서 임원진 구성조차 쉽지 않다. 회원은 줄고 협회 자금은 바닥을 보인 지 오래다. 회장 선거를 해도 나서는 인물이 없다. 다른 업체보다 장사가 더 잘되는 업체의 사장이 추대 형식으로 떠밀리다시피 회장직을 맡는 모습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이런 단체 가운데는 10여 년, 20여 년 전에 한인사회의 핵심 경제단체로 활동한 곳도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협회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정도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한인 경제의 젖줄로 불리는 의류 관련 업계에서 볼 수 있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황금기를 누렸던 봉제협회, 1990년대부터 2010년 무렵까지 잘 나갔던 의류협회, 화려하지는 않아도 꾸준히 존재감을 보여주던 섬유협회(옛 원단협회)가 올해는 약속이나 한 듯 모두 송년모임을 열지 않았다. 그 정도로 업계 환경이 좋지 않고 협회 운영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한인 경제 곳곳에 피를 공급하는 심장 같은 역할을 하던 이른바 ‘자바시장’은 고질적인 구조적 문제에 더해 2010년 이후에는 악재까지 잇달아 발생했다.

불체자 고용 및 노동법 위반 단속과 소송, 여기에 의류업체의 박한 마진 주문에 한인 봉제업계는 더 이상 피할 곳이 없을 정도로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의류 생산 및 도매업체는 국세청(IRS)과 연방수사국(FBI)의 급습 작전에 사실상 현금 거래선이 막히는 고통을 겪었다. 여기에 최근에는 포에버 21의 파산보호신청까지 터져 나왔다. 섬유협회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협회까지 챙길 여유가 없어졌다. 장사가 잘 될 때는 여유있게 기부에도 나서고 외부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급변한 상황은 모든 것을 올스톱 시켰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모두가 손을 놓는다면 한인 의류업계의 앞날은 더 암울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두 팔 걷고 힘을 합쳐도 헤쳐나갈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모두 나몰라라 한다면 좌초 속도는 더 빨라질 뿐이다.

협회는 일이나 성향이 비슷한 사람이 모여 자신이 원하는 이익이나 목표를 추구하는 조직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익집단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익이나 목표를 달성하려면 조직이 일시적 모임이어서는 곤란하다. 지속적으로 존재하면서 활동해야 한다. 효율적인 활동을 위해 조직을 이끌 회장단 등 임원진과 이들의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조직원이 필요하다. 어느 하나 엇박자가 나면 조직의 생명력 유지는 어렵다.

현 시점에서 각 협회는 다시 조직에 생명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기존의 틀로 유지하기 어렵고 필요한 인원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합종연횡을 통한 새로운 협회 창립도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의류산업계가 다시 한인사회의 젖줄 역할을 할 수 있게 대통합이라는 획기적인 변신이 필요하다. 의류협회와 봉제협회, 섬유협회, 그리고 신발이나 가방, 액세서리 등 패션 관련 업계와 주변 협력 업체까지 함께하는 가칭 '미주한인패션협회' 아래 하나로 뭉친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내 것만 고집하기 보다는 한 자리에 모여 공생공존하는 묘책을 찾아야 할 때다.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환경과 특성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서로의 관계가 애매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인사회 근간 산업을 되살린다는 대의를 위해 크게 양보하는 쪽도 나올 수 있어야 한다. 아이디어가 있는 쪽이 먼저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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