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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수퍼 화요일의 보이지 않는 손

지난 3일 점심시간에 들른 버지니아 북부의 폴스처치 그레이엄로드 초등학교 대선 경선 투표소에선 이변의 조짐이나 열기를 느낄 수 없었다.

노인들이 자원봉사자로 투표소를 지키는 가운데 주민들이 이따금 투표를 하고 가는 한가로운 모습이었다. 아이오와 코커스처럼 각 후보 지지자가 모여 연호를 하거나 캘리포니아처럼 투표 시간을 넘겨서까지 20·30 젊은층이 길게 줄을 선 광경도 없었다.

이날 밤 개표가 시작되자 무언가 이상했다. 전날 밤 바이든 지지를 선언한 피트 부티지지와 에이미 클로버샤 후보의 이름도 투표용지에 분명 인쇄돼 있었지만 버지니아에선 각각 0.8%, 0.6%밖에 표가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앨라배마·메인·매사추세츠·메인·오클라호마·노스캐롤라이나·아칸소·테네시 등 바이든이 승리한 주 대부분이 두 후보를 합쳐 득표율 5%를 넘지 않았다. 중도 ‘단일화 효과’는 이런 식으로 불과 12시간 만에 민주당원이 사전에 약속이나 한 듯 미국 동부·남부 10개 주를 휩쓸었다. 샌더스가 맞서 싸우겠다고 다짐했던 민주당 기득권층이 거꾸로 뭉친 셈이다.

은퇴한 대학교수인 마이크는 "건강보험이든 대학 등록금이든 공짜로 한다는 데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겠느냐"면서도 "하지만 결국 누군가가 돈을 지불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샌더스가 후보가 되면 민주당원들도 트럼프를 찍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샌더스가 주장하는 새로운 정치의 기반이던 20·30 새로운 젊은 정치세력의 결집은 약했다. 샌더스 스스로 4일 회견에서 "내가 바랐던 만큼 젊은이들을 모으는 데 실패했다”고 자인했을 정도다.

수퍼 화요일이라는 동시 경선을 도입한 기원 자체가 전통 남부 민주당원(Southern Democrat)이 경선 이변으로 너무 진보적 후보가 탄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견제장치였다.

1972년과 1984년 각각 현직인 닉슨과 레이건 대통령을 상대로 조지 맥거번과 월터 먼데일 같은 진보 후보를 냈다가 50개 주 중 49개 주에서 완패한 뒤 남부 민주당 주지사들이 뭉쳐 88년부터 제도화했다.

특히 맥거번은 72년 당시 샌더스와 같은 국민의료보험(메디케어 포 올)과 베트남 철수, 국방비 30% 감축 같은 급진적인 공약을 냈다가 닉슨에게 선거인단 520대 17이란 최악의 참패를 당했다.

토머스 슈워츠 밴더빌트대 교수(정치학)는 "이번에도 민주당 지도부가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가 후보가 되는 데 두려움이 컸기 때문에 바이든을 중심으로 결집했고, 여기에 일반 민주당원들도 호응한 것"이라고 했다. 이들이 보이지 않는 손인 셈이다.


정효식 /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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