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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바시장 '불의 덫'(fire trap: 화재시 탈출 힘든 건물)

UCLA·근로자센터 공동 보고서
천·솜뭉치 등 인화성 물질 가득
42% "탈출구 막혀 접근 불가"
"105년 전 뉴욕 참사때와 비슷"

전국 최대 의류업체 밀집지역인 LA '자바시장'의 건물에서 불이 나면 대형 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지난 2일 한인 여성 등 36명이 숨진 오클랜드 창고 화재와 한국 대구 서문시장 화재가 먼 이야기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UCLA노동연구소와 의류근로자센터(GWC)는 지난주 공동으로 발표한 '더럽고 위험한 공장'이라는 보고서에서 자바시장내 열악한 노동 환경과 안전 사고에 취약한 건물 실태를 고발했다.

양 기관은 자바시장의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근로자 30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근로자들은 불 타기 쉬운 건물 내부 환경을 먼저 우려했다.

응답자의 72%가 공장 내부에 먼지나 작은 천조각들이 가득하다고 답했다. 솜뭉치, 의류, 원단 등 인화성 물질도 사방에 쌓여 있다. 또 재봉틀, 다리미 등 각종 기계 작동으로 내부가 뜨겁고, 환풍 시스템이 잘 가동되지 않는다는 답변이 60%였다.



설문에 응한 한 근로자는 "공장에서 다리미 25대와 압착기 25대를 매일 최소 10시간 돌리는데 창문 하나 없어 숨쉬기 조차 힘들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이런 실태를 '불의 덫(fire trap)'이라고 정의했다. 작은 불씨 하나에도 삽시간에 불이 번져 빠르게 전소할 수 있는 건물이라는 뜻이다.

더 심각한 점은 화재에 취약한 건물 구조다. 42%의 근로자가 일하는 건물내 비상구와 출입구가 각종 장애물로 가로 막혀 있거나 접근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인화성 물질, 내부 과열, 통풍 시스템 미비에 탈출 불가능 구조까지 겹친 최악의 조합인 셈이다.

현장 설문조사를 지원한 GWC의 마리엘라 마티네스 기획담당자는 "공장 근로 환경이 나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 몰랐다"면서 "화재 발생시 근로자들이 내부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해 대형 참사가 벌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경고한 분석 결과"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화재에 취약한 LA자바시장 공장 실태를 1911년 146명이 숨진 뉴욕 트라이앵글 공장 화재 참사와 비교했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산업재해 사건이다.

당시 공장 책임자가 잠긴 비상구를 열지 않고 혼자 탈출하는 바람에 대부분 10대 20대 어린 여공들이 희생됐다. 불을 피해 살기 위해 9층 창문에서 뛰어내린 어린 여공들이 발견돼 사회적 공분을 샀다.

보고서는 화재 위험성과 함께 열악한 근로 환경도 지적했다. 최저임금제가 아닌 '건 당 시급 계산(piece rate)'이 여전히 만연했다. '일한 만큼 더 준다'는 성과급 제도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 근로자들이 받는 시급은 평균 5.15달러에 불과하다. 현재 가주 최저임금 10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불결한 위생도 문제다. 42%가 공장내에서 쥐를 봤다고 답했고, 47%가 화장실이 분뇨로 넘쳐 더럽다고 했다.

보고서는 자바시장내 근로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를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자바시장내 공장들은 대부분 하청업체들이다. 이들이 만든 옷은 한인 패션체인기업인 포에버21을 비롯한 파파야, 웻실 등 '패스트 패션' 대기업에 납품된다.

보고서는 "이들 대기업들에게도 근로 환경 개선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구현 기자 koohyun@koreadaily.com chung.koohyu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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