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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고향과 손주 사랑", 이북식 만두 vs 크레플락

외세 침략 역사적 아픔 공유
역시 만두맛은 '할머니 손맛'

만두는 정으로 가득 채운다. 따로 조리한 갖은 재료들을 섞어 만두소를 만들고, 밀가루를 반죽해 피를 빚는 과정은 식구를 위하는 정성없이는 만들기 어렵다.

만둣국을 먹는 새해 첫날을 앞둔 지난 12일 '뉴욕 매거진'이 만두 특집을 게재했다. 국가별 전통 만두와 역사 등 만두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았다.

그중 눈길을 끄는 기사가 이북 출신의 한인 할머니 김산옥씨와 라트비아계 유대인 할머니 애나 거센슨씨의 '만두 만담'이다. 어른 손바닥 만한 넉넉한 이북식 만두(Mandu)와 유대인식 만두인 '크레플락(kreplach)'이 대화 매개체였다. 한국에서 새해 첫날 만둣국을 먹듯 유대인들도 2월 부림절에 크레플락을 먹는다.

두 나라는 외세의 침략과 전쟁에 끊임없이 시달렸던 역사적 아픔도 공유한다. 젊은 시절 격동의 시기를 통과해 노년에 미국에 정착한 두 할머니들에게 만두는 '세월'이었다. 나만의 비법을 묻는 질문에 할머니들은 한목소리로 '할머니 손맛(grandma's touch)'이라고 했다. 다음은 두 할머니의 대화.



-만두 빚는 법은 누가 가르쳐줬나.

▶애나 거센슨(이하 애나)="혼자 배웠죠. 자랄 때 친정 엄마가 만들어 주시곤 했는데 그때마다 돕긴 했어요. 실제 요리법을 배운 것은 오래전 미국에 이민와서였죠. 원조 요리법을 몰랐기 때문에 찾아봤어요. 어디서 찾았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노트에 꼼꼼히 적어뒀었죠. 지금은 내가 친정 엄마보다 잘 만드는 것 같아요(웃음). 내가 음식 맛을 내는데 특별한 재주가 있다고들 해요. 그래서 내 별명이 '맛(flavor)의 여왕'입니다."

▶김산옥(이하 김)="친정엄마한테서 배웠어요. 자랄 때 가족끼리 만두를 자주 만들어 먹었죠. 이민와서도 내 자식들, 손주들을 위해 지금도 만들어요. 난 이북 출신이에요. 딸 내외가 바빠서 주말이면 손주들을 내가 봐줘요. 그때마다 같이 만두를 만들어요. 내게 만두는 내 손주들과 내 고향을 연결해주는 길과 같습니다. 아이들 말로는 한국식 표현으로 '할머니 손맛(grandma's touch)이 있다고 해요. 손이 먼저 느낀다는 뜻이죠."

▶애나="동감해요. 손맛은 내 안에서 나와요. 뭘 해야할지 자연스럽게 알죠."

▶김="이젠 눈감고 손으로만 만들어도 만두속의 적절한 양이나 만두피의 두께를 알 수 있어요."

-나만의 만두 요리 비결은.

▶애나="만두피를 얇게 빚되 너무 얇아도 안되죠."

▶김="고기가 뻑뻑해선 안 되요. 그래서 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섞죠. 고기가 말라있으면 다 망쳐요."

▶애나="공감해요. 난 육즙을 다양한 방법으로 유지해요. 그중 하나가 고기 기름이에요다. 육수를 만들 때 위에 뜬 기름을 일부분만 걷어내고 육수와 섞는다."

-서로의 만두에 대해 평가한다면.

▶애나="유대인 만두는 속을 만들 때 고기 이외에는 잘 쓰지 않아요. 한식 만두는 두부와 당면이 맛을 거드는 것 같아요. 퍽퍽한 간고기를 촉촉하게 해주네요. 훌륭해요."

▶김="육수가 멸치 다시인 것 같은데 뭘로 만들었죠 아, 닭고기요. 한국에서는 소뼈를 고아 식히고 다시 고기를 넣어 육수를 만드는데요. 맛이 순하네요. 만두가 정말 부드럽고 맛있어요. 닭육수가 이렇게 맛있는줄 몰랐어요."

쌀쌀하고 축축한 요즘 할머니 손맛이 그립다.


정구현 기자 chung.koohyu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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