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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In] 내 땅에 내 건물 짓겠다는데…

"한번 더 상기시키자면 잔디광장은 엄연히 사유지입니다."

한인 최대 부동산 업체 제이미슨 서비스(회장 데이비드 이)측의 매트 드주렉 개발담당자가 지난 7일 인허가 시공청회에서 한 발언이다.

이날 그는 제이미슨측이 추진 중인 초고층 주상복합 프로젝트에 대해 발표했다. 윌셔 불러바드와 옥스퍼드 인근 잔디광장을 철거하고 36층 건물을 올리는 건축 계획이다.

그의 말대로 땅 주인은 제이미슨이다. 굳이 '한번 더' 상기시키지 않아도 될 말을 그가 해야만 했던 배경은 공청회 진행 중 주민들의 반대 발표가 워낙 강경해서다.



드주렉씨는 개발 명분으로 판에 박힌 "장기적인 지역 경제 혜택"을 내세웠다.

이에 반해 주민들의 반발은 구체적이다. 잔디광장은 LA한인타운내 유일한 녹지 공간이다. 잔디광장을 기준으로 동쪽 라파예트 공원까지 거리는 19블록, 서쪽 LA카운티미술관까지는 37블록 떨어져 있다. 주민들은 타운내 녹지 공간이 '관 크기보다 작다'고도 했다.

찾아보니 그냥 작은 게 아니라 훨씬 작았다. 관의 평균 크기는 세로 7피트에 가로 2.3피트, 넓이로 따지면 15평방피트다. 현재 한인타운의 녹지공간은 1000명당 3050평방피트다. 1인당 3평방피트로 관 크기의 1/5 수준에 불과하다.

그 결핍의 증거가 매일 잔디광장으로 산책나오는 주민들의 숫자다. 주민들이 "관 크기 만한 행복조차 빼앗지 말아달라"고 시개발국 담당자들에게 호소한 이유다.

교통 체증도 불 보듯 뻔하다. 잔디광장 동서쪽 양 도로는 왕복 1차선이다. 공사중의 불편은 물론이고 완공 후가 더 문제다. 제이미슨이 제출한 건축계획서에 따르면 초고층 건물의 예상 주차 공간은 1143개다. 주상복합이라서 거주민과 상가 고객들이 함께 쓰는 주차장이다. 출퇴근 시간은 물론이고 낮시간에도 그 좁은 길로 차들이 몰리면 일대 교통은 마비될 수밖에 없다.

여기까지는 뻔한 반대로 들릴 수 있다. 냉정하게 따져볼 때 녹지나 교통 문제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이익만 앞세운 주장일 수 있다.

그러나 한걸음 더 들어가면 근본적인 반대 원인은 따로 있다. 공청회 이후 주민들이 시개발국에 보낸 진정서를 살펴보자.

주민들은 '정부와의 유착'과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수상함은 공청회 현장에서 감지됐다. 주민들의 반대 발언이 끝나갈 무렵 LA한인타운이 지역구인 허브 웨슨 시의장의 대변인이 급히 공청회장에 나타났다. 그리고는 제이미슨의 잔디 광장 부지 남쪽 시소유 피오피코 도서관의 주차장 일부를 공원으로 개발 중이니 '대체 녹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진정서에서 합리적인 의심을 제기했다. "특정 개발사의 개발계획 인허가 심사에 시의장의 대변인이 직접 나와 대체 녹지까지 주겠다고 주민들을 설득하는 이유가 이해되질 않는다. 만약 공원 조성계획이 제이미슨측 개발계획의 일부로 진행되고 있다면 공공부지를 '불법 선물(illegal gift)'로 제공한 셈이다. 시검찰이 수사해야 한다."

진정서 말미에서 주민들의 칼 끝은 제이미슨의 데이비드 이 회장에게로 향했다. "이 회장은 타운내 가장 많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음에도 지난 수십 년간 건물 관리및 유지를 형편없이(poor)한 기록이 있다. 그의 부실한 관리가 이번에는 잘 될 것이라고 도대체 무엇으로 보장할 수 있는가."

개발 반대 목소리의 뿌리는 결국 인허가권을 쥔 시정부나 제이미슨을 믿지 못하는 민심이다.

공청회에서 드주렉씨가 '그 땅은 사유지'라고 했던 발언은 객관적 사실만 나열한 말이다. 그러나 곰곰이 되새김질해보면 '내 땅에 내가 건물 짓겠다는 데 무슨 상관이냐'는 땅 주인만의 입장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부디 이 프로젝트가 공평한 심사를 받길 바란다. 특혜도 없었기를 바란다. 한번 더 상기시키자면 엄연히 법을 준수해야 할 사유지 아닌가.


정구현/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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