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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한인 끓여준 '금빛 죽' 먹고 세계를 들어 메쳤다

[LA중앙일보] 발행 2017/08/11 미주판 1면 기사입력 2017/08/10 20:09

84년 LA올림픽 유도 95㎏
금메달리스트 하형주 선수
태권도 시범단 인솔 미국 방문
"33년 전 바로 오늘이 생생
LA는 어른으로 태어난 곳"

하형주 선수가 LA다운타운을 배경으로 양손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김상진 기자

하형주 선수가 LA다운타운을 배경으로 양손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김상진 기자

딱 33년 전 오늘(8월10일) 아침 8시, LA하늘이 노랬다.

95㎏ 이하급(하프 헤비급) 계체량 통과를 위해 지난 며칠을 굶었다. 마신 물도 뱉었다. 6kg 감량, 계체량 통과.

첫 경기는 오후 2시. 기운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LA한인동포들이 유도 경기장이 있던 USC 경기장으로 손수 만든 음식을 가지고 왔다. 쌀을 곱게 갈아 끓인 미음이었다. 대형 양철통이 경기장 안 라커룸으로 들어왔다. 뚜껑을 열자 고소한 냄새가 방 안을 휘감았다. 몇 시간을 끓여 만든 전복죽이었다.

몸을 풀던 선수들이 주르륵 달려와 맛있게 떠먹었다. 예선전에서 결승전까지 치러야할 게임 수는 하루에만 6경기. 선수들은 전복을 캐듯 금맥을 캐기 시작했다.

"계체량 통과는 늘 고통이었어요. 체중을 급격히 줄이면 일반 밥을 못 먹어요. 그걸 어떻게 아셨는지 한인들이 죽을 끓여 와 그걸 먹고 금방 회복했죠. 선수들 사이에서는 전복을 먹은 선수들이 금메달을 땄다는 말이 있었죠."

1984년 LA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하형주(55) 전 선수가 '금빛 8월10일' LA중앙일보를 방문했다. 키 184센티미터, 발 크기 310밀리미터의 거구 하형주는 여전히 기세가 있었다. 시선을 떨어뜨리거나 말을 흘리지 않았다. 가볍게 쥔 악수에도 힘이 불끈댔다. "금메달을 땄던 8월 10일은 제2의 생일입니다. 인생의 전환점이었죠."

하형주는 세계 유도선수들 사이에서는 금메달 후보가 아니었다. 게다가 대진운도 나빴다. 8강전에서 일본 유도 영웅 미하라와 혈전 끝에 오른쪽 어깨를 다치고 4강전에서 서독 노이로이터를 만나 종료 41초 전 가까스로 역전승을 했다. 마침내 결승전. 하형주와 브라질의 더글라스 비에라가 눈을 노려봤다. 숨이 턱턱 막히는 긴박한 경기를 전세계 한국사람들이 TV로 지켜봤다. 두 선수의 헉헉대는 거친 소리가 가슴을 졸였다. 하형주는 우세승을 거두고 금메달을 땄다. 잘 생긴 거구에 멋진 미소,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 그날 이후 대한민국은 하형주에 사로잡혔다.

그가 이번에 미국을 방문한 것은 태권도 때문이다. 자신이 학장으로 있는 동아대학교 예술체육대학 소속 태권도 선수단 19명을 데리고 시범경기를 펼치고 있다.

지난달 24일 입국해 미네소타주 미네아폴리스와 오리건주 포틀랜드를 거쳐 13일 어바인에서 시범경기를 연다. 그는 1987년 국내 최초 금메달리스트 출신 교수가 된 뒤 부산 동아대에서 스포츠 심리학을 가르치고 있다.

인터뷰를 마치고 LA중앙일보 옥상에서 사진을 찍었다. 하형주는 그 큰 '소눈'으로 자신이 금메달을 땄던 건물을 지그시 바라봤다. 33년의 세월이 스쳤다. 그리고는 양손 엄지를 번쩍 들었다.

"2028년에 LA에서 올림픽이 열립니다. 그때 오실 건가요?"

"당연히 와야죠. LA는 제가 어른으로 새롭게 태어난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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