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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빼고 꾸준히 하면 못할 게 없죠"

61세에 시작해 3년 전부터 강사
"강연·세미나 정보 일찍 써주세요"

405번 남쪽 프리웨이를 한 시간 반 달려 은퇴자의 도시 라구나우즈에 도착했다. 두 달 전 LA중앙일보로 손 편지를 보낸 주인공을 찾기 위해서다. 독자를 만나다 7번째 주인공은 요가 강사 킴 민(76)씨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자줏빛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76세 여성 독자에게 호칭을 뭐라고 해야 할까. 할머니 어르신 독자님.

"요즘 나이 70이면 아줌마라고 하잖아요. 80이 돼야 노인네 대접받죠."

'아주머니' 킴 민 독자가 이민 온 건 1976년이다. 이모부가 물류회사를 운영하던 LA로 남편과 두 딸을 데리고 왔다. 성실하게 일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며 이모부가 적극 추천했다. 남편은 세탁소를 운영하고 민씨는 이모부 회사에서 수금과 배달 세일즈 등 1인 다역을 했다. 8년을 일했다.

"회사가 흑인 동네에 있었어요. 이모부가 위험하다며 남장을 하고 다니라고 했죠. 그래서 늘 티셔츠에 바지만 입었어요. 헤어스타일도 이제껏 커트머리죠."



84년도쯤 LA한인타운에서 식당을 운영했다. 바비큐를 팔았다. 가수 조용필 김완선 송골매 등 당대 유명가수들이 식당을 찾아왔다. 하지만 한인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오래 맞추기 어려웠다. 4년 반을 운영하다 손해를 보고 접었다.

하지만 민씨는 의기소침하지 않았다. 사업 아이템을 물색하다 브로커를 통해 토런스 리돈도비치쪽 샌드위치 프렌차이즈를 보러 갔다. 변호사 2명이 운영하는 적자 식당이었다. 식당에는 주인 없이 직원 14명이 일하고 있었다. 민씨 부부는 근처에 차를 세워두고 며칠을 관찰했다. 직원들이 가게를 뛰어다니며 떠들고 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생각했죠. 직원 관리만 잘하면 손해는 안 보겠구나."

카드빚을 내고 돈을 최대한 끌어 모아 가게를 인수했다. 먼저 직원 7명을 잘랐다. 카운터는 철저히 민씨가 맡았다. 재개점 후 3개월 만에 찾아온 크리스마스. 가게는 흑자로 돌아섰다. 급한 빚도 대부분 갚았다. 특히 흑인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3~4년 뒤에는 지역 일간지에 맛집 기사가 나가기도 했다. 아침 8시에 출근해 밤 10시까지 추수감사절 부활절 크리스마스만 빼고 매일 일했다.

"제가 한 번 시작하면 끝까지 하거든요. 거의 쉬지 않고 일했어요." 요가를 시작한 건 61세부터다. 뱃살을 빼겠다는 가벼운 생각이었다. "그런데 장난이 아닌 거예요. 몸을 이리저리 비트는데 며칠 안 하고 포기하고 싶었죠." 끝장을 보겠다고 생각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무조건 나가 운동을 했다. 4년 전 라구나우즈로 이사를 와서도 지역 커뮤니티센터에서 요가를 배웠다. 그러던 어느 날 민씨를 눈여겨본 한인 교사가 "다음주부터 킴이 수업을 진행할 거예요"라고 했다. 급한 일로 수업을 못하게 되자 민씨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수업을 떠맡긴 것이다.

"못하겠다고 손사래를 쳤어요. 그래도 해보라는 거예요. 쩔쩔매면서 중구난방으로 수업을 했죠."

2014년 1월 첫 수업을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두 차례 지도를 하고 있다. 수강생들은 대부분 은퇴한 백인들로 많게는 50~60명이 한 수업에 들어온다. 강의는 무료다. 칙칙한 표정으로 들어온 수강생들도 수업이 끝나면 늘 밝은 표정으로 돌아간다. 고난도 스트레칭에 명상 수련도 한다.

"뭐든 건 늦은 때가 없어요. 바로 그 순간 시작해야 해요."

민씨는 그동안 신문을 바꿔가며 구독했다. 3년 전부터는 다시 중앙일보로 돌아왔다. "한인 소식을 더 자세하게 다루더라고요." 지적도 빠트리지 않았다. 강연회 정보를 행사 며칠 전에 다뤄달라고 말했다. 또 중앙일보 회원카드도 잘 쓰고 있다며 서비스 영역을 확대해 달라고 부탁했다.

"강연회 당일이나 하루 전날 신문에 행사 내용이 보도되면 저희는 가고 싶어도 못 가요. 미리 계획을 짜기가 힘들거든요. 미리 자세히 알려주세요."


황상호 기자 hwang.sangh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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