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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또순이'에서 부동산 해결사로

[LA중앙일보] 발행 2017/08/23 미주판 4면 기사입력 2017/08/22 22:37

직업탐사: 한인들의 땀과 꿈<4> 부동산중개인 임현씨

부동산 중개인 임현씨. 책상에는 각종 서류로 가득하다.

부동산 중개인 임현씨. 책상에는 각종 서류로 가득하다.

365일 휴일 없이 매달려
비서·청소원·운전사 자처
'연소득 10만 달러' 스타덤

16세 때 텍사스로 가족이민
시장서 보석팔며 장사배워
개인 사업 접고 중개인 도전
'모델하우스'식 판매로 성공


"띵~띵~."

인터뷰 중에도 스마트폰으로 손님들의 메시지가 계속 왔다. 사무실 책상 위에는 거래 중인 서류들이 가득했다.

"손님들 질문에 답하고 서류 작성하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어요. 일이 쉬워 보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아요."

올해로 10년차 부동산 중개인이 된 임현(49)씨. 스스로 '일중독자'라고 했다. 매일 아침 7시에 사무실로 출근해 새벽 1~2시가 돼서야 퇴근한다. 365일 쉬지 않고 일한다. 손님 일정이 우선이라 주말도 없다. 때로는 공항까지 손님 픽업도 나간다.

철저한 직업 정신 덕분에 임씨는 매년 최소 10만 달러를 버는 '스타 중개인'으로 성공했다. 한 달 평균 2~3건 이상의 부동산 거래를 통해 많게는 20~30만 달러까지 번다고 했다.

누구나 그렇듯 지금의 성공은 과거의 고생에 대한 보답이다. 그녀의 중개인 지론은 단순히 부동산 거래 한 건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서 고객들에게 상담사, 청소원, 비서, 운전기사 등 일인다역을 마다하지 않았다.

"손님이 손님을 연결해주거든요. 필요하다면 영어에 서툰 손님들의 개인 우편물까지 통역해줘야 해요.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한 직업이죠."

돌아보면 어린 시절부터 장사 수완이 좋았다. 서울 미아리에서 자란 그녀는 10살이 되던 1978년 텍사스 포트워스로 부모, 오빠 둘과 함께 이민왔다. 화려한 색을 좋아한 막내딸은 주말이면 부모를 따라 벼룩시장에 갔다. 부모는 도매시장에서 귀걸이며 팔찌 등 저가 액세서리를 시장에서 팔았다. 옆에서 장사를 돕던 그녀는 부모에게 '당찬 사업 제안'을 했다. 고가 액세서리를 팔아보자고 했다. 당시만 해도 100달러짜리면 백화점에서나 파는 물건이었다. 아버지는 "시장에서 누가 그런 걸 사냐"고 잘라말했다. 하지만 임씨는 밀어붙였다. 감각은 통했다.

"학교를 마치면 현금 몇천 달러씩을 들고 혼자 도매시장으로 갔어요. 팔릴만한 물건을 골라 주말에 시장에 나가 되팔았죠. 물건이 없어 못팔 정도로 백인들에게 반응이 좋았어요."

좌판 생활 3년 만에 가족은 백화점으로 진출해 가구점을 열었다. 아버지는 계약서를 쓸 때마다 딸을 데리고 다녔다. 임씨는 통역사 역할을 하며 부동산 가격도 흥정했다. 일을 똑 부러지게 하는 임씨를 가족들은 '또순이'라 불렀다.

"어렸을 때부터 고기 잡는 법을 배운 셈이죠. 대학생 때도 가구점에서 판매원, 계산원, 디자이너 역할을 했죠."

가구점은 4곳으로 확장했고 백화점을 나와 5만 스퀘어피트의 대형 가구점으로 독립했다.

임씨가 가주로 눈을 돌리 건 10여 년 전이다. 가구나 건축 관련 일을 하다 보니 대부분의 물류가 중국에서 출발해 가주를 거쳐 유통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임씨는 가주에서 자리를 잡으면 크게 성공할 거라고 생각했다.

"가주로 올 때 텍사스 친구들이 미쳤다고 했어요. 잘 나가던 사람도 가주에 가면 망하는 일이 많다고요. 저는 어쩌면 그게 기회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교만이었죠."

시장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인테리어 회사를 차렸지만 수익이 신통치 않아 고전했다.

어려울 때 포착한 기회가 부동산 중개업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계약서를 쓰는 것에 익숙했고 무엇보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했다. 한 달여 만에 부동산 중개사 자격증을 따 일을 시작했다.

"가주로 오기 전 텍사스에서도 3년 정도 부동산 중개일을 했었어요. 가구일을 하다 보면 건축일도 알아야 하고 부동산 쪽도 알아야 했거든요. 그래서 다시 시작했죠."

차별화부터 시도했다. 가구점을 하며 익힌 인테리어 감각과 건축업계 인맥을 살렸다. 부동산 매물을 있는 그대로 거래하지 않고 집을 모델 하우스처럼 꾸며서 팔았다. 이른바 '홈스테이징(home staging)'이다. 7년 전만 해도 색다른 시도였다.

"당시만 해도 한국 사람들은 미국 사람들과 달리 집을 예쁘게 꾸미는데 서툴렀죠. 제가 집을 꾸며 놓고 매물 팻말만 꽂으면 며칠 지나지 않아 팔렸죠."

전국부동산 중개인협회(NAR)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개인 한 명당 12건의 계약을 성공시켰다. 경력 16년 이상이 평균 15건 거래해 중간 소득 약 7만 8500달러를 기록했다. 2년 미만 초보 중개인은 중간소득 8930달러에 그쳤다.

그녀는 업계에서 '해결사'라는 별명으로 통한다. 잘 풀리지 않는 매물도 끈기 있게 달라붙어 계약을 성사시키곤 한다.

한번은 그녀가 신은 '하이힐' 덕분에 계약이 이뤄졌다. 집 구매자와 함께 집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하이힐에 부딪히는 바닥 소리가 이상했다. 외관상 볼 수 없었던 바닥재 접착 불량을 찾아낸 것이다. 상대방과 추가 협상을 해 좀 더 나은 조건에 손님이 집을 살 수 있도록 도왔다.

"역설적이지만 저는 집이 필요한 사람에게 싸게 살 수 있도록 돕고 판매하는 사람에게는 최대한 많은 이득을 얻도록 중개합니다.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 모두 만족시키는 것은 어렵지만 제가 해야할 일이죠."

여성 중개인으로서 겪는 어려움도 있다. 성별 가리지 않고 손님과 적극적으로 대화를 해야 하다 보니 외모나 말투를 두고 오해를 사는 경우다.

"가령 여시(여우)같이 하고 다닌다는지 살이 쪘다든지 외모에 대해 아무렇게 나 말하는 경우가 있어요. 대부분 웃어 넘기지만 때로는 가슴이 아플 때가 있죠."

부동산 업계에서는 3년이 고비고 5년을 버티면 길게 갈 수 있다고 말한다. 임씨는 "부업으로 부동산 중개업을 시작할 거라면 시작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처음 시작하면 지속적인 수입이 없어 힘들어 하죠. 그러다 한두 건 하면 꽤 큰돈을 법니다. 도박과도 같죠. 올인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 중개인이 되려면

18세 이상으로 중대한 범죄 기록이 없다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라이선스 시험을 치기 위해서는 부동산국이 허가한 부동산 학교에서 일정 시간 이상의 수업을 받아야 한다. 가주 교육과정은 135시간이다. 통상 10~13주 과정이다. 대학에서 부동산을 전공했다면 곧바로 시험을 칠 수 있다.

비용은 부동산 학교마다 다르다. 보통 400~500달러 정도다. 인터넷 수업을 들을 경우 100달러다.

시험은 부동산 개론과 부동산 실무 등 2개 필수 과목과 부동산 법률, 부동산 감정, 파이낸스 등 1개의 선택 과목으로 이뤄져 있다. 객관식 150문제 중 70%인 105점 이상을 받으면 합격이다. 시험은 모두 영어다. 합격률은 80% 이상이다.

부동산 중개인(Sales Person) 자격증을 따면 회사에 소속돼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 2년 정도 경력을 쌓으면 브로커 자격증 시험을 칠 수 있다. 커미션은 전체 부동산 가격의 약 6%다. 부동산 거래가 이뤄지려면 보통 부동산 판매회사와 판매 대리인, 부동산 구매회사와 구매 대리인 등 4곳이 개입해 커미션을 1.5%씩 나눠 가진다. 배원홍 부동산자산관리사(CPM)는 “자격증을 따도 서류를 작성하는 법 등 3~6개월 이상의 실무 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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