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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세월 변해도 기본은 '발품 노력'

이달부터 LA생활 20년째로 접어들었다.

2020년대의 첫해인 경자년(흰색 쥐띠해)도 멀지 않았다. 영어로 10년 단위를 일컫는 '데케이드'(decade)를 한 직장에서 5번째로 맞게 될 전망이다. 지천명 인생에 대한 상념이 없을 수 없다.

오래전 서울 본사 앞 이화여고에서 치른 시험 현장은 험난한 언론계 생활을 예고하는 증거로 각인돼 있다. '여성 전용 화장실'로 몰려간 남자 수험생들이 가래침을 뱉고, 꽁초를 내던지고, 심지어 문을 발로 차는 매너 불감증을 목격하며 "한 달 전 서울올림픽 치른 나라 맞아?"라고 생각했던 기억도 또렷하다. 당시 상당히 놀랐을 그 학교 재학생이 지금 이곳 간부로 재직중인 것을 보면 사람 팔자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주요 일간지 가운데 역사가 가장 짧은 신문사에 들어간 직후 원고지·볼펜이 사라지고 랩탑으로 기사를 치며 인터넷·스마트폰으로 취재하는 21세기까지 오게 됐다. 그렇지만,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일제시대 때부터 변하지 않는 원칙은 여전하다. 기계가 사람을 대신하는데 한계가 있듯 취재의 기본 역시 비효율의 대명사인 '발품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편안하고 효과적으로 각종 첨단시설에 의존하는 '취재 왕도', '기자 속성재배'는 아예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지적하고 싶다.

이를 입증하듯 학벌 좋고, 글솜씨·외국어 실력까지 압도적이던 중앙정보부장(2명)·법무장관·공보처 장관·신문-방송사 사장 자제들 대다수가 현실세계를 접한 뒤 누구보다 빨리 사표를 내고 편안한(?) 회사로 옮긴 뒤 돈도 많이 벌고 높은 자리로 올라갔다. 해병대 출신까지 힘들다며 나가는 것을 보노라면 신문사가 유별난 곳이란 말은 맞는 것 같다.

최근 경쟁지 사회부장이 쓴 칼럼도 필자 생각과 거의 일치한다. 독재시절 불의에 맞선 유명 언론인의 후손인 그는 "몸·시간으로 때우는 무식한 교육은 이제 불필요하다"는 논리에 대해 '경험상 결코 동의할 수 없고 복잡한 사회에 대한 노력과 이해 없이 손바닥 기기에 의존하는 사람은 결코 기자로 성공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때 국민의 눈과 귀를 대신했다던 언론계 현재 위상은 어떤가. 소명의식을 지닌 선후배도 거의 사라진 채 신뢰를 잃고 '기레기' 소리를 듣는 처지가 됐다. 무책임한 1인 인터넷 매체가 난무하고 저마다 팩트 대신 선동형 보도가 줄 잇는다.

기본적인 띄어쓰기·맞춤법도 모르는 '글쟁이'들이 사람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사안을 놓고 무책임한 필봉을 휘두르기에 이른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주장과 현실이 비단 기자 직종에 한정된 것일까. 소명의식이 없는 직장인 역시 '영혼 없는 공무원' 아바타는 아닐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하지 않는가. 편안한 것이 항상 안락한 것이 아니고, 괴로운 것이 늘 고달픈 것이 아니란 고집으로 지내다 보니 어느덧 세월이 흘러 저절로 고참이 됐다. 이력서 역시 '중앙일보 기자' 달랑 한 줄로 아주 간단하다.

그러나 미국서도 노구(?)를 이끈 채 현장을 누비는 일은 개인적으로 행운이자 축복이라고 자부한다.

업적도 미흡하고 출세도 못한채 왜 '변신'을 시도하지 않느냐는 책망성 질문을 들을 때마다 사실 할 말이 없다. 그저 한마디만 한다면 '부족하지만 여전히 기사를 원하는 독자 때문'이라 말하고 싶다.

인생은 100m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 레이스란 생각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봉화식 전략콘텐츠 TF팀 부장 bong.hwashik@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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