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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삶이라는 종합선물세트

선물(膳物)을 받으면 기분이 좋습니다. 누군가 나를 생각해서 선물을 고르거나 만드는 장면을 생각하면 선물은 참 귀한 행복을 우리에게 줍니다. 선물은 물건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마음입니다. 물건을 받으면서 따뜻한 마음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래서 마음이 담기지 않은 선물은 부담스럽거나 돌려주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종종은 실제로 돌려주기도 합니다. 어떤 선물을 잘못 받았다가 두고두고 후회하게 됩니다. 선물이 독이 되기도 하는 거죠.

선물은 고르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선물을 잘 고르는 사람은 재주가 좋은 사람입니다. 선물을 고를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상대에 대한 관심일 겁니다.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어떤 색을 좋아하는지 신체 사이즈는 어떻게 되는지 알아야 할 게 많습니다. 평소에 관심이 없었다면 선물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그냥 돈이나 상품권으로 선물을 대신하기도 합니다. 의외로 돈이나 상품권이 환영을 받기도 한다는 점에서 선물은 참 알 수 없는 것이기도 하죠.

선물을 고르기가 너무 어려워서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준비하기도 합니다. 그 중 하나라도 좋아하겠지 하는 마음이 있는 겁니다. 예전에는 다른 집을 방문할 때 아이들이 어떤 것을 좋아할지 몰라서 '종합선물세트'라는 과자 모음을 선물하는 것이 유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희 집에도 아버지 친구들이 가끔씩 종합선물세트를 사 오신 적이 있습니다. 종합선물세트는 먹을 때도 재미있지만 열어볼 때가 더 재미있습니다. 무엇이 들어있을지 궁금하기 때문이죠. 자기가 좋아하는 과자가 나오면 환호하기도 합니다. 서로 가지려고 다투는 경우도 생깁니다. 물론 잘 나눠먹는 경우가 더 많지만 말입니다. 선물을 가지고 싸우면 큰 문제입니다. 선물을 가지고 서로 갖겠다고 싸우다가 아무것도 갖지 못하고 혼만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종합선물세트이다 보니까 선물 중에는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도 들어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도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과자가 나오면 얼굴을 찡그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게 선물이라는 것을 잊고 투덜거리게 됩니다. 더 좋은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을 주지 않았다고 화를 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이라고 선물이 아닌 것은 아닙니다. 선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것은 다 선물입니다. 기쁨과 즐거움만이 선물이 아니라는 겁니다. 어렵지만 괴로움도 슬픔도 외로움도 서러움도 모두 선물입니다. 인생이라는 종합선물세트 속에 들어있는 선물입니다. 아무리 봐도 그 중에는 선물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도 있습니다. 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수도 없이 드는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선물이 아닌 것은 아닙니다. 그걸 잊으면 안 됩니다.

인생은 종합적입니다. 하나씩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기쁨과 슬픔, 괴로움과 즐거움은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슬픔과 괴로움이 없는 인생은 없습니다. 만남만 있고 헤어짐은 없는 인생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기쁨 앞에서 슬픔이 떠오르고 즐거울 때 걱정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삶은 모두 선물입니다. 슬픔 때문에 기쁨이 귀해지고, 괴로움 때문에 즐거움이 빛이 납니다. 이것은 변할 수 없는 진실입니다.

내게 주어진 삶이라는 선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어떤 건 우연히 들어있을 수도 있지만 전체의 조화를 위해서 들어있기도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그 선물 때문에 다른 선물이 더 빛나기도 합니다. 나는 오늘 어떤 선물을 마주하고 있을까요? 정말 인생은 선물이라는 생각이 드나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이 자리도 선물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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