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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진영논리 아닌 바름과 그름의 문제

겉과 속이 다른, 즉 자기의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 이중적 인격을 가진 사람을 '두 얼굴의 사나이'라 부른다. 인간의 내면에는 항시 선(good)과 악(evil)이 공존하며 인간은 스스로 그들 중 하나를 선택하며 살아간다.

낮에는 학식과 훌륭한 인격을 드러내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명예를 누리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고, 밤에는 탐욕과 쾌락을 위해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행동을 자행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는 것이다.

'두 얼굴을 가진 사나이' 하면 금방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다. 낮엔 실험실에서 가운을 두르고 연구와 실험에 여념이 없는 상류 지식층의 과학자요, 의사인 지킬 박사, 그는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이며 부와 명예를 지닌 존경받는 귀족의 인물이었다.

밤엔 음산한 기운에 안개가 뒤섞인 런던 거리에서 서슴없이 폭력과 살인을 일삼는 망나니인 젊은 하이드, 그는 남루한 옷에 불쾌한 인상으로 공포와 혐오감을 떨치는 저주받아 마땅한 악마의 적자였다.



살인자 하이드는 수사관에게 쫓기다가 결국엔 지킬 박사의 실험실에서 자살로 그의 인생을 마감한다. 인질로 잡혀 있을 지킬 박사를 구하기 위해 수사관은 잠긴 문을 부수고 실험실에 들어 갔지만 하이드의 시체만 있을 뿐, 지킬박사는 존재하지 않았다. 두 얼굴을 가진 사나이, 지킬박사와 하이드는 한 사람이 두인생을 살았다.

1886년에 출간된 이 소설은 지금까지도 영화와 연극, 뮤지컬, 만화 등 여러 장르로 리메이크되고 있다. 인간의 내면이 지닌 탐욕, 호기심, 즉 이중성의 선과 악을 철저히 파헤친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품이다.

저자 로버트 스티븐슨은 그의 고향, 에든버러의 시민들이 존경했던 인물, 윌리엄 브로디의 실제 이중적인 삶(밤엔 도둑과 거짓으로, 낮엔 친절한 신사로)을 토대로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요즘 한국 뉴스를 보면,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새로운 장르(현대 정치극으로)로 리메이크한 것같은 착각이 든다. 멋진 외모와 지식인으로 존경받는 그의 모습은 분명 지킬 박사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벼슬자리를 향한 욕심과 자기중심적 성취욕, 이기적인 변명, 불리한 것은 모르쇠로 일관하는 행동은 위선자 하이드를 연상케 한다.

분명 주인공은 하나인데 그의 삶은 둘이었다. 그 주인공 하나를 놓고 두 진영으로 갈려서 외쳐대는 구호는 어떤가? 인간사회는 다면적이고 이율배반적인 별개의 인자들로 구성된 집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잘 포장된 음식이라도 한쪽 구석에 곰팡이가 발생하면 삽시간에 전체로 오염되듯이, 한 가정의 구성원 중에 하나가 비상식적이면 금방 전체 가족으로 전염되어 구성체 전부가 비상식화로 변화되는 모습도 보게 된다. 집단 최면, 이것은 이성적 판단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감성적인 내 편의 집단심리에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지금 한국은 집단 최면의 최대효과를 전 세계에 보여 주고 있는 나라가 되었다. 사태의 핵심은 '바름(正)'과 '그름(不)'을 구별하는 것이다.

참과 거짓의 판별이 상실되고, 진영논리와 세(勢) 대결로 치우친다면 이는 나라의 비극이다. 대다수의 국민은 이념보다 나라를 더 순수하게 사랑한다.


이보영 / 한진해운 전 미주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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