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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책]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합니다’

“아, 내 삶을 이끌어주신 고마운 분들, 소중한 이들에게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해야겠다. 자꾸 미루지 말고….”

이향영(Lisa Lee) 시인의 시집 ‘당신의 평화를 빕니다’를 읽으며 이런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뭔가 아늑하고 향기로운 바람 같은 선한 영향을 받았다는 느낌이다. 무릇 시란, 문학이란 착한 영향력을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도 새삼스럽게 확인했다. 예술성이니 문학적 성취 등은 그 다음의 문제다.

이 시집은 시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준 사람들에게 바치는 송시(頌詩)로 꾸며져 있다. 가령 교황님이나 고 이태석 신부님을 비롯한 여러 신부님들과 수녀님, 스승님들, 친구들, 부모형제, 그리고 먼저 세상 떠난 아들과 시인 자신을 대상으로 그들과의 소중한 인연을 되새김질하면서, 애틋한 마음으로 감사와 존경이 깃든 사랑의 정서를 진심 어린 목소리로 노래한다.

리사 리 시인은 40년 넘게 LA에 살면서 문인, 화가로 활발하게 활동한 우리와도 친숙한 분이다. 그래서 이 시집을 읽는 느낌도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반갑고 정겹다.



시인은 3년 전에 오랜 미국생활을 접고 귀국하여 부산 해운대에 살고 있는데, 지금 암과 함께 살고 있다고 한다. 암 진단을 받았고 의사는 수술을 적극 권하지만 정중하게 사양했다고 한다. 시인은 시집 후기에 이렇게 썼다.

“암과 더불어 사니까 쓰고 싶은 책도 더 많이 쓰게 되고, 좋은 일도 더 많이 하고 싶어지네요. 실력도 능력도 없으면서 마음만 달려가고 있습니다. 아무도 제게 수술 받으라고 권하지 마세요. 저는 지금 좋아하는 라인댄스를 하고, 쓰고 싶은 글을 쓰면서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으니까요.”

아마도 그래서 더 서둘러 이 시집을 쓰고 펴냈는지도 모르겠다.

리사 리 시인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사람과의 온전한 만남이 우리의 삶을 기적 같이 풍요롭게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시를 쓴다. 시집 구석구석에 인간의 고귀한 가치와 사랑에 대한 시인의 믿음이 배어 있다. 그래서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인다. 여러분도 더 늦기 전에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하세요!

아, 나도 그렇게 해야겠다. 고마운 분들, 사랑하는 이들에게 마음을 전해야겠다. 시라도 좋고 편지라도 좋겠지, 형식이 무슨 상관이랴, 진심으로 정직하게 쓰면 되지! 날마다 한 사람을 생각하며 감사의 글을 쓴다면….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죄송했습니다…. 적어도 그 시간만은 향기롭고 구수한 사람냄새에 젖고, 사람구실한다는 흐뭇함, 아주 조금은 더 깨끗하고 착한 사람이 되었다는 뿌듯함에 취할 수 있겠지.

그 시간은 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간도 될 것이다. 얼마나 귀한가.

그런 생각으로 차근차근 꼽아보니, 내게도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담은 글을 보내야 할 분이 꽤 많다. 그런데 그 중 많은 이들이 이미 이 세상에 안 계신다. 부모님, 동생, 스승님, 그리운 벗들…. 왜 그렇게 무심하고 거칠게 살았을까? 뭐가 그리 바쁘다고 이리 겅중 저리 겅중 뛰어다니며 살았을까?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라는 말 하는 것이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울컥해진다. 날이 갈수록 메말라가는 세월에 그런 축축한 반성의 시간을 갖게 해준 시인에게 감사한다. 당신의 평화를 빕니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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