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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가 있는 아침] 석가의 생애 -조오현(1932∼2018)

석가의 생애 -조오현(1932∼2018)

강물도 없는 강물

흘러가게 해놓고

강물도 없는 강물



범람하게 해놓고

강물도 없는 강물에

떠내려가는 뗏목다리

-한국대표명시선 100 ‘마음 하나’

우리 시대 우뚝한 시승(詩僧)

설악산 신흥사에 대한불교 조계종 기본선원이 섰을 때, 스님을 뵈러 갔었다. 법당을 가득 메운 스님들과 일반 신도들 앞에서 조실이신 설악 무산 대종사의 법어가 있었다. 시인 큰스님은 법어의 마지막을 자신이 쓴 이 시조로 갈무리하셨다. 큰스님의 법어가 끝나자 대중 스님들이 일제히 “석가모니불”을 소리쳐 불렀다.

그렇다. 2600년 전 붓다께서는 큰 가르침으로 강물도 없는 강물을 흘러가게 해놓으셨다. 그 흐름이 큰 감동을 불러일으켜 세상에 범람하게 하셨다. 그리고 스스로는 떠내려가는 뗏목다리가 되셨으니 얼마나 크신 생애인가.

시단에 오현 스님으로 유명했던 그는 내게 큰스님으로 보다는 시인으로 깊이 각인돼 있다. 백담사를 중창하고, 만해축전을 만들고, 만해마을을 건설한 스님은 평소에 시인들을 많이 도왔다. 후배 시인들에게 “시 한 편 잘 쓰는 것이 절 한 채 짓는 것보다 낫다”며 격려하셨다. 당대 최고 시승의 말씀이었다.

1968년 시조문학으로 등단한 스님은 의식으로 사물을 보면서 전신으로 연소하며 시로 형상화했다.(한국시조큰사전) 전통적 선시(禪詩)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들을 많이 남겼다. 불쑥불쑥 전화를 주시던 오현 스님. 스님과의 인연으로 나는 해마다 8월 만해대상 시상식 사회를 하고 있다. 유난히 비가 많이 오는 올여름, 그가 그립다.


유자효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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