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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원짜리 클래식 공연 누가 보라는 건가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9/10 08:22

서울국제음악제 류재준 예술감독
교향곡 5만원, 전야제 무료 파격
외국연주단도 현지와 같은 가격
정부·기업 후원 늘려 10년째 행사

“한 명이라도 더 편안하게 즐겨야”
오는 11월 초 11차례 무대 꾸며


작곡과 연습을 하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만난 류재준 서울국제음악제 예술감독. 서울국제음악제는 2012년 열지 못했고 이듬해 2회를 열어 올해로 꼭 열번째를 맞았고 11월 시작한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오는 11월 2일 서울에서 열리는 재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 티켓 가격은 최고 4만8000원이다. 올해로 10회를 맞은 서울국제음악제(SIMF)의 개막공연이다. 티켓 가격은 공연에 들어간 제작비에 비교하면 낮은 편이다. 전체 티켓 판매 금액은 오케스트라와 연주자 출연료, 항공료, 숙박비, 공연장 대관료 등을 합산한 제작비의 20% 수준이다. SIMF는 지난해부터 5만원 미만으로 오케스트라 공연을 볼 수 있게 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손해를 보더라도 이 가격을 유지한다”는 게 음악제의 예술감독인 류재준(48)의 신념이다.

11월 1일에는 180석 일신홀에서 전야제가 열린다. 티켓 가격은 무료다. 하지만 1만원을 낸다. 사전 신청으로 자리를 배정받는 관객들은 실제로 공연에 오면 티켓과 함께 1만원을 돌려받는다. 초대권을 받고 공연에는 등장하지 않는 청중을 향한 일종의 계몽운동이다. 이 역시 지난해 시작했는데 180명 중 노쇼(no show) 청중은 3명뿐이었다고 했다.

2009년부터 SIMF를 맡은 류 예술감독은 기존 관행에 계속해서 딴지를 건다. “외국 오케스트라 공연의 티켓 값이 15만, 30만원이면 어떤 사람에게는 한 달 식비다. 이건 오지 말라는 얘기다.”

그래서 그는 올해도 해외 오케스트라의 경우 그 나라에서 열리는 공연과 비슷한 수준의 티켓 가격을 유지한다는 ‘로컬 프라이스’ 제도를 내걸었다.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서는 안 되고 한 명이라도 더 와서 봐야 한다”는 게 이유고, “티켓 판매액 대신 정부와 기업의 후원 비중을 높이면 된다”는 게 해법이다.


Q : 티켓 값을 낮추는 게 왜 중요한가.

A : “더 많은 관람객에게 다가가고 싶기 때문이다. 서울 시민이 1000만명인데 그중에 마음 편히 클래식 음악을 들으러 올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음악제를 10회째 해오며 우리가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겼다. 단지 좋은 공연을 몇 번 하는 게 아니라 의미있는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 지원금·후원금이 더 필요할 텐데.

A : “2016년 블랙리스트에 SIMF가 포함됐던 일에서 보듯, 지원금에 의존한 계획은 거의 도박이었다. 해결책으로 봄에 하던 음악제를 가을로 옮겨 정부 지원금이 확정되면 공연을 한다.

음악제 예산이 12억원인데 그 중 약 40%가 정부 지원, 40%가 기업 후원이다. 미국 대사관, 폴란드·일본 정부에서도 후원을 받았다. 후원금을 늘리면 한 명이라도 더 와서 음악제를 봐야 후원자에게도 이익이 있다. 수준 높은 공연을 싼값에 제공하는 것밖에는 답이 없다.”


Q : 가장 먼저 달라져야 할 것은.

A : “후원 방법이다. 후원 비용에 대한 대가로 티켓을 가져가고, 비싼 티켓을 후원사에 돌려주느라 티켓 가격이 올라가는 게 문제다. 오히려 티켓 가격을 낮춰 더 많은 사람이 보게 하고, 그걸로 후원 효과를 얻어가는 게 맞다. 공연의 품질 관리 측면에서는 내 역할이 중요하다. 나는 연주자들이 사용할 악보 판본까지 다 지정한다. 그리고 마디 하나하나까지 일일이 주문을 한다. 청중이 듣게끔, 듣고 남는 게 있게 만들어야 한다.”


Q : 음악제 10년의 성과를 꼽자면.

A : “연주자들을 섭외해보면 우리 음악제에 호의적이다. 또 티켓 가격 때문에 개런티도 협의해야 할 경우가 많은데, 이건 상업적 공연이 아니고 내 뜻이 확고하단 걸 알기 때문에 해외 연주자까지도 이해해준다.”


Q : 메시지가 잘 전달됐다고 보는가.

A :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다. 음악제 전체의 퀄리티가 있어야 한다. 음악제의 공연 중 어떤 걸 가서 봐도 괜찮다는 얘기를 들어야 한다.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가장 성공한 지휘자가 된 비결이 뭔지 아나. 뭘 해도 중간 이상은 했기 때문이다. 브람스는 무지막지하게 잘하지만 말러 교향곡? 난 별로라고 본다. 그래도 보통 지휘자들보다는 훨씬 낫다. 그렇게 사람들이 믿고 올 수 있는 음악제를 만들고 싶다.”


Q : 높은 티켓 가격, 초대권 문화 등 공연계 관행에 늘 직격탄을 날린다. 주변 반응은.

A : “워낙 전투적 이미지가 있어서 잘못 건드렸다가는 큰일 난다 생각하는지 직접 뭐라고 하지는 않는다. (웃음) 하지만 이윤을 남겨야 하는 클래식 공연들을 정면 비판하고 싶은 건 아니다. SIMF는 공익적 목적이 있기 때문에 다른 메시지를 전하고 싶을 뿐이다. 다만 공연 하나하나의 퀄리티 면에서는 질 생각이 없다.”

그는 음악제 감독으로서가 아니라 작곡가로서도 독설가다. 서울대 음대 작곡과를 졸업하고 해외에서 의뢰받은 작품을 만들고 있는 류 예술감독은 현대음악의 거장인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의 제자다. 평소에도 “작곡가들끼리 최신 경향을 두고 경쟁만 하는 바람에 현대음악은 너무 어려운 곡만 나오고 있다” 또는 “연주자들이 연주료만으로는 생활이 안 되는 현실이 문제”라고 비판해왔다. 그는 비판적 문제의식이 예술의 출발점이라 믿는다.

올해 서울국제음악제는 11월 1~11일 11번의 공연을 연다. 첼리스트 다니엘 뮐러 쇼트 독주회(3일),상하이 콰르텟(6일), 앙상블 오푸스(10일)의 음악회가 이어진다. 류재준은 “11회 전체 공연의 객석을 다 채우면 약 1만명이다. 매년 1만명씩 관람객을 늘려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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