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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늦게까지 간사이 공항엔 탈출 행렬…관광ㆍ물류에 빨간불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9/04 21:40

24주년 생일에 태풍 제비 직격탄 맞은 간사이 공항
고립된 승객 3000명 고베 공항과 육지로 수송전
복구 장기화 우려…"서일본 관광산업에 타격"
日 기업 아시아 수출 허브 공항, 물류에도 영향
개항이래 3~4m 지반 침하, 인공섬 약점 노출

일본 오사카(大阪)의 간사이(關西)공항이 21호 태풍 '제비'의 직격탄을 맞은 4일은 이 공항의 개항 24주년 기념일이었다.


침수된 간사이 공항의 4일 모습 [AP=연합뉴스]

간사이 공항은 오사카만 해상에 만들어진 인공섬으로 지난 1994년 9월 4일 개항했다.

강력한 태풍 앞에 ‘해상 공항’으로서의 약점이 고스란히 노출된 모양새다.


물이 일부 빠졌지만 여전히 상당부분이 침수된 간사이 공항의 5일 모습[AP=연합뉴스]

바다위 인공섬 공항에 높은 파도가 몰아치면서 어디까지가 공항이고, 어디까지가 바다인지 육안으로 구별이 어려울 지경이었다.

초속 58.1m라는 기록적인 강풍에 떠밀린 2591t 급 유조선이 바다위 공항과 육지를 잇는 연결 다리에 충돌했다.


4일 태풍에 휩쓸린 유조선이 간사이 공항과 육지를 잇는 다리와 충돌한 모습[AP=연합뉴스]

유조선과 충돌한 다리 한 쪽이 파손됐고, 안전상의 이유로 선박과 충돌하지 않은 반대쪽까지 양 방향 통행이 모두 금지됐다.

연결 다리는 편도 3차로의 양 방향 자동차 전용도로를 사이에 두고 가운데 밑에 열차용 철로가 설치된 구조다.

이 연결 다리의 교통이 막히면서 승객 3000명과 공항직원 2000명 등 5000명이 공항에 고립됐다.

육지에서 5km 떨어진 인공섬과 육지를 잇는 연결 수단이 끊기면 공항은 고립될 수 밖에 없다.

승객들은 공항에서 쪽잠을 자며 하룻밤을 보냈다. 공항 내 편의점의 식음료는 동이 났다. 정전때문에 에어컨 작동이 멈추면서 더위를 호소하는 이들도 많았다.

5일 새벽부터 고립된 승객들을 공항에서 탈출시키는 작업이 시작됐다.


전날 강풍에 휩쓸린 유조선이 충돌했던 간사이 공항 연결다리의 5일 모습. 간사이 공항과 육지를 잇는 연결다리의 왼쪽이 파손돼 있다. 오른쪽 도로를 이용해 공항에 고립됐던 승객들이 육지로 이동했다. [AP=연합뉴스]

일부는 고속페리를 통해 인근 고베(神戶) 공항으로 옮겨졌고, 다른 승객들은 유조선과 충돌한 쪽이 아닌 연결다리의 반대쪽 자동차 도로를 통해 육지(오사카부 이즈미사노)로 이동했다.

4일엔 양쪽 모두 통행이 금지됐지만 안전 점검을 거쳐 5일 오전 8시쯤부터 고립된 승객들을 이동시키기 위해 셔틀버스가 투입됐다.

하지만 버스는 50명, 고속페리는 100명으로 정원이 제한돼 있어 이날 밤 10시까지도 간사이 공항엔 '탈출'을 기다리는 승객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TV 아사히는 "5일 밤도 공항에서 보내야 하는 승객들이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날에 이어 5일에도 완전 폐쇄된 간사이 공항은 전세계 80개 도시를 잇는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서일본 지역의 핵심 공항이다. 하루 이용객만 7만8000명이다.

그러나 침수된 활주로와 공항내 시설 정비가 언제 완료될지, 공항 이용이 언제 재개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특히 육지와의 연결도로가 완전히 복구되기 까지는 "수 개월,길게는 6개월까지 걸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 오사카에서 강풍에 휩쓸려 쓰러진 차량이 뒹굴고 있다. [AP=연합뉴스]


간사이 공항 부근의 ‘오사카-교토(京都)-나라(奈良)’지역이 외국인 관광객 증가세를 이끌었던 것을 감안하면 일본의 관광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마이니치 신문은 "간사이 공항이 해외의 저가 항공사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한 결과 2017년까지 3년 연속 이용객 수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서일본 각지에 걸쳐 관광파급 효과가 컸다"며 "공항 기능 정지 상황이 장기화되면 공항 이용객 감소로 이어져 '2018년엔 개항 이후 처음으로 이용객 수가 3000만명을 돌파할 것'이란 기대에도 암운이 드리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2017년 공항 이용객 2880만명중 52%가 국제선을 이용한 외국인들이었다.

물류 등 산업계에 미칠 영향도 우려된다. 지난해 간사이 공항을 통해 수출된 화물의 총액은 약 5조6000억엔(약 56조원), 이중 반도체와 전자부품 등 아시아 지역에 수출하는 화물이 70%를 차지했다.

공항 기능정지로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강풍에 휩쓸린 오사카지역의 차량들 [EPA=연합뉴스]

인공섬인 간사이 공항에 대해선 개항 이후 줄곧 지반침하 우려가 제기돼 왔다. 개항 이후 지난해까지 약 3~4m의 지반 침하가 있었고, 2004년에도 태풍에 의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높은 파도에 견디도록 둑을 높이는 공사를 계속해왔지만, 제비와 같은 강력한 태풍엔 속수무책이었다.

일본 정부는 간사이 공항의 조기 복구를 위해 국토교통성과 해상보안청, 경찰청 등이 참여하는 대책팀을 총리관저에 설치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트위터에 "인프라 복구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적었다.

한편 NHK는 태풍 제비에 의한 인명피해와 관련 "5일 오전까지 사망자는 11명, 부상자는 610여명"이라고 보도했다.

5일에도 간사이 전력 관내에서만 오사카를 중심으로 57만 여 세대에 정전 피해가 이어졌다. 또 태풍이 북상한 홋카이도에서도 5만여 세대에 전력공급이 끊겼다. 일부 철도 노선에선 전날에 이어 운행 보류가 계속됐다.

교토의 세계유산인 니조(二?)성은 일부 건축물의 기와가 강풍에 떨어져 나가는 피해를 입어 일반 관람이 중지되는 등 문화재들도 태풍의 영향을 피해나기 못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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