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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방빼라' 中 '못뺀다'…휴스턴 총영사관 초유의 외교 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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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7/23 21:25

차이 웨이 휴스턴 중국 총영사 美 언론 연쇄 인터뷰
"영사관 정상 운영…美 잘못된 결정 취소하라"
스파이 거점? "무죄 추정 원칙, 증거 제시해야"
"거짓말 100번 했다고 진실되지 않아" 美 맹비난



차이 웨이 휴스턴 중국 총영사가 23일(현지시간) ABC방송과 인터뷰하고 있다. [ABC 방송 화면 캡처]






텍사스주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을 비우라는 미국의 통보에 중국이 '버티기'에 나섰다. 휴스턴 총영사는 미국 언론과 연쇄 인터뷰를 갖고 영사관 문을 닫지 않겠다며 공개 반발했다. 72시간 안에 공관을 폐쇄하라는 미국 통보도 이례적이지만, 닫지 않겠다는 중국 대응도 전례 없다. 중국은 이어 청두의 미 영사관을 폐쇄하겠다는 '맞불 조치'도 내놓아 양측이 일촉즉발 위기를 향해 치닫고 있다.

차이 웨이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는 23일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추후 공지가 있기 전까지 영사관을 정상 운영할 것"이라면서 "미국은 잘못된 결정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오늘 정상적으로 업무를 했다. 내일(폐쇄 기한) 어떻게 될지 두고 보자"고 덧붙였다. 미국이 제시한 72시간은 현지시간 24일 금요일 오후 4시(한국 시간 토요일 오전 5시)까지다.

차이 총영사는 중국 정부가 미국 정부에 총영사관 폐쇄 결정을 백지화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중국과 미국이 물밑에서 현 상황을 논의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호펑헝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 교수는 베이징이 마지막 순간에 총영사관에 행동 지침을 내릴 것으로 관측했다. 칼라 프리먼 존스홉킨스대 외교정책연구소장은 공관을 폐쇄하지 않겠다는 차이 총영사 발언은 협박이라기보다는 상황이 유동적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미국 특송업체 페덱스 직원이 23일 텍사스주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에서 박스를 들고 나오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 정부의 불복 의사에 대해 미국 정부는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다.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중국이 공관 폐쇄를 거부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그는 "중국이 미국에서 산업 스파이 활동을 하고 있다. 이대로 둘 수는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중국이 끝내 총영사관 폐쇄를 거부할 경우 미·중 간 대립이 어떤 양상으로 흐를지는 전문가들도 쉽게 예측하지 못한다. 폴리티코는 2017년 미국이 샌프란시스코 러시아 총영사관 폐쇄를 통보했을 때 러시아는 순순히 물러났기 때문에 중국 같은 사례를 근래에 찾기 어렵다고 전했다.

중국이 끝내 불복하면 어떻게 될까. 한 외교 소식통은 "영사관은 특권면제가 있어 원칙적으로는 강제집행을 할 수 없지만, 미국이 특권면제를 박탈해 더 이상 외교공관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미국이 강제력을 동원할 경우 전쟁에 준하는 행위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아 미국으로서도 부담이 크다"면서 "외교 역사에서 나가라고 하는데 안 나가고 버틴 사례는 없기 때문에 중국도 결국에는 나갈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중국 총영사관 건물 뒤편에서 한 남자가 화물 차량에 짐을 싣고 있다. 공관을 닫지 않겠다는 차이 웨이 총영사 말과 달리 페쇄를 위한 준비가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AP=연합뉴스]






이날 총영사관 건물 뒤에서 대기 중인 화물 차량에 검은색 봉지 여러 개를 싣는 장면이 목격됐다. 차이 총영사 말과 달리 공관 폐쇄를 위한 준비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ABC방송은 전했다.

차이 총영사는 "미국을 금방 떠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공관 폐쇄 통보가 외교관 출국까지 포함하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외교관들이 출국을 거부할 경우 미국 정부는 비자를 취소할 수 있다. 비자가 취소되면 연방 요원들이 중국 외교관을 체포해 추방할 수 있게 된다.

차이 총영사는 휴스턴 영사관이 스파이 활동 중심이었다는 미국 주장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총영사관 활동은 국제 조약에 부합했으며, 다른 나라가 하는 활동과 다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중국에서 마스크를 들여와 휴스턴과 조지아주 등에 공급하는 '마스크 외교' 밖에 한 게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ABC방송 인터뷰에서 "우리가 스파이라고 주장하려면 미국은 증거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거짓말'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지만, 미국 정부와 관료들이 진실을 말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언론 보도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뉴욕타임스가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를 인용해 차이 총영사와 외교관 2명이 중국인 여행객을 환송할 때 공항에서 가짜 신분증을 사용했다고 보도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스틸웰 차관보가 거짓말하는 거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하면서 "미국은 증거를 가져오라"고 재차 주장했다. 그는 "팩트 체크를 해야 할 게 너무 많다"면서 "거짓말이나 진실하지 않은 말을 100번 했다고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고위 외교관이든 주니어 외교관이든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진실을 말해야 한다는 것, 팩트를 말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법의 지배를 받는 미국은 유죄를 입증할 때까지 무죄를 추정하는 원칙이 있지 않으냐"면서 "증거는 어디에 있느냐"고 압박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 안마당에서 직원들이 문서를 태우고 있다. [NBC계열 휴스턴 지역 방송 KPRC 2 캡쳐]






총영사관 안마당에서 문서를 소각한 행위에 대해서는 "표준" 대응이라고 밝혔다. 많은 나라가 주재국 공관을 떠나야 할 때 내부 문서를 불태운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문서 소각을 언급하며 "우리가 문을 닫게 한 곳에서 그들이 문서와 종이를 태운 것 같다. 무슨 일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백희연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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