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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르포] 애틀랜타 주택경매현장

디케이터 소재 방 3개 2085sqft
1만7500불에 낙찰
올해 경매시장은 '저가낙찰'
고점대비 40~90% 싼 가격
낙찰가 낮아 투자열기 높아

추운 날씨에 비까지 내린 지난달 28일. 차압 주택 경매가 열린 애틀랜타 공항 근처의 '조지아 인터내셔널 컨벤션 센터'는 오전 8시부터 경매정보책자를 손에 쥔 1000여명의 인파로 후끈거렸다. 연령층도 20대 초반에서 60대까지 다양했다.

차압부동산 경매 전문 마케팅 업체인 REDC가 진행하는 이날 경매는 오전 9시부터 총 280여건의 입찰이 예정돼 있었다.

첫 매물이 대형 스크린으로 소개됐다. 디케이터에 있는 방 3칸, 화장실 3개짜리 단독주택(987sqft)의 입찰가는 500달러. 최고 감정가는 한 때 16만4000달러였던 집이다. 한국의 '약장수'를 연상케 하는 진행자는 가격을 올리기 시작한다.

참석자들 사이 사이에는 검정색 턱시도를 입은 도우미(bidding assistant)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호루라기를 불고 박수를 치면서 경매장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4~5명의 입찰자들이 경합을 벌인 끝에 3만 달러에 애틀랜타에 거주하는 릭 멕마치씨에게 돌아갔다. 최고 감정가의 약 18%에 불과하다. 구입 용도를 묻자 멕마치씨는 "투자용"이라며 "지금이 주택구입하기에는 매우 좋은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애틀랜타 보울더크레스트 로드에 있는 방8칸, 화장실 2개짜리 주택(5664sqft)을 현찰 4만 달러에 낙찰했다. 이 주택의 최고 감정가는 28만달러였다. 멕마치씨는 "점 찍어둔 주택은 더 많이 있었지만 경쟁이 붙어서 포기했다"며 아쉬워했다.

이미 지난달 21일과 22일 이틀 동안 열렸던 1차 경매에는 첫 날 500여채와 둘째 날 200여채가 낙찰됐다. 이날 행사를 총괄한 데이브 리 REDC 고객관리부 부사장은 "이번 애틀랜타 경매는 대성황"이라며 "지난해 말에 열었던 경매보다 참석자들이 25%는 늘어나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비로 인한 교통 체증으로 입찰이 개시된 시간은 오전 9시 40분께. 리 부사장의 짤막한 인사말과 경매 방식을 소개한다. 매물에 따라 전액 현금 지불이거나 모기지 대출이 가능하다. 현장에는 모기지 대출기관인 '컨트리 와이드' 등이 나와 있어 즉석에서 대출 예비 심사를 진행한다. 아니면 행사 전 온라인 등을 통해 미리 대출 심사를 받을 수도 있다.

총 매입가는 낙찰가에 5%의 프리미엄이 붙게 된다. 한 관계자는 "낙찰을 했어도 모기지 대출을 받지 못할 경우 계약금 2500달러는 그대로 환불해 준다"고 말했다. 낙찰 후 클로징 기간은 30일에서 최대 45일이다.

이날 참석자들 중에는 일부 한인들도 눈에 띄었다. 둘루스에 거주하는 한 한인 부부는 "투자용 콘도를 5채 구입할 계획"이라며 "이미 매물 조사와 주변 시세 정보 수집 등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며 여유 있는 모습이다. 이들은 다운타운 센터니얼 올림픽 로드에 있는 방2칸, 화장실 2개짜리 고층 콘도가 17만8000달러(최고 감정가 49만9000달러)에 낙찰되자 "저 집은 차압 후 부동산 시장에 나왔던 가격이 21만 달러였는데 너무 비싼 값에 낙찰됐다"고 지적한다.

이번 경매의 핵심은 '저가낙찰'. 리 부사장은 "투자열기는 지난해 말과 비교해 높지만 낙차가율은 크게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5시가 돼서야 끝난 이날 경매에서 낙찰된 주택들 210여건 대부분이 고점대비 40~70%이상 빠진 가격이었다. 이 같은 저가 낙찰은 대부분 단독입찰이 아닌 평균 4~5명 이상 경쟁을 벌인 결과여서 더욱 눈길을 끈다.

디케이터 스레셔서클에 있는 방3칸, 화장실 2.5개 주택(2085sqft)은 최저 경매가 500달러에 시작, 1만7500달러에 낙찰됐다. 고점대비 약 90%가 빠진 액수다. 한 투자자는 "이번 경매는 초보자들이 무턱대고 뛰어 들어 경매가를 올리고 있는 게 아니다"며 "눈치작전이 뜨겁다는 증거"라고 귀띔했다.

이날 경매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킨 상당수는 예비 투자자들이었다. 마리에타에서 왔다는 한 백인 남성은 "오늘 처음으로 경매장에 나왔는데 생각보다 흥미진진하다"며 "오늘 현장체험을 토대로 다음 경매에서는 실제로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잘은 모르지만 지금이 부동산 투자를 하기에는 최고인 것 같다"며 경매장을 나섰다.

이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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