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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Northbrook Public Library Auditorium에 도착 했을 땐 벌써 연주회가 시작되고 있었다. 무대 위에는 두 대의 그랜드 피아노가 가까이 마주 보고 있고, 두명의 연주자의 손가락은 파도를 타듯 부드럽게, 때론 빠르게, 광야를 달리는 말처럼 격렬하게 건반 위를 움직이고 있었다. 파도가 밀려오듯 거칠게 다가오다 미끌어지듯 빠져 나가는 썰물처럼 건반을 매만지며 사라져 간다.

가끔씩 손을 교차하며, 왼손이 오른손을 건너뛰어 건반을 누르고, 마지막 음에 손 끝을 튕긴다. 한 소절을 주고 다음 소절을 받고, 오랜 기억을 끄집어 내듯, 꿈 꾸듯 잠깐의 고요가 흐른 뒤 다시 구슬 구르듯 잔잔하게 멜로디가 흐르고 있었다.

계단식 객석을 갖춘 아담한 연주장엔 거의 빈자리가 없을 만큼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가끔 젊은 커플들도 보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를 지긋이 먹은 장년층의 관객들이 대부분이었다.

우리 일행도 앞쪽 빈자리를 찿아 몸을 눕혔다. Beethoven의 Moonlight(월광) 이나, Chopin의 Nocturnes(야상곡) 처럼 우리 귀에 익숙한 클래식 만이 아니라 나른하고 편안하게 다가오는 재즈, 정렬적인 탱고, 부드럽고 감칠 맛 나는 포크 뮤직의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거기에 탁월한 기량과 감성이 곁들어진 멋진 무대였다. 혹자는 이 바쁘고 할 일 많은 세상에 무슨 음악회냐고 손사래를 칠 수도 있지만, 아직 경험하지 못해서 생소한,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내 삶의 저 편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우물에서 퍼낸 두레박에 담긴 물 한 모금이 갈증나고 꽉 막혀있던 체증을 시원하게 풀어 주듯이, 비록 내가 가지고 있는 한계가 작더라도 여전히 그 안에서 발견 할 수 있는 행복과 편안함을 발견 할 수 있게 되기를... 그리고 그 기쁨과 감격을 나눌 줄 아는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게 되기를... 우리를 지은이가 펼쳐놓으신 넓고 높고 깊은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인생이 되어지길 바란다.

한 연주자는 오른손을 들어, 또 한 연주자는 왼손을 들어 올리며 마지막 한곡을 열정적으로 마무리 했고 잔잔한 박수가 연주장 안에 오랫동안 울려 퍼졌다. 그리고 내 마음속에도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오랫동안 머물러 행복의 길로 이어지기를 바래본다.

그저 약간의 시간을 내어 내면의 공간을 만들어 주면 흐르는 물같이 당신의 향기가 흘러 들어와 빈 공간이 채워지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며 내 자신에게 말을 걸어 보기도 하고, 게으른 산책의 느린 걸음 위에 밟히는 봄기운도 느껴 볼 수 있을 것 같다.(시카고 문인회장0

햇살 한줌 더해야 / 신호철

창문을 열었지
햇살 한줌 더불어
파란 하늘 스며들고
봄은 싹을 피었지
물감을 풀어
신비롭게 빚어낸
봄의 색조

걷다 만나는
반가운 얼굴
힘들게 버틴 겨울
침묵 후 돋아낸 옹아리
살며 견디어낸
봄의 노래

돌아보면 아름다운
다 못 주고 떠나야 할 인생
그 세상의 끝에서
환희 웃을 수 있도록
그 부르심의 자리
기쁘게 꽃 피울 수 있도록

창문을 열었지
겨우내 무겁던 겉옷
한 겹 두 겹 벗으면
이만큼 가까워지지
햇살 한줌 더해야
완연한 봄날이지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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