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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공부하는 아이]수업의 기술

김윤회/ 공부습관 예스클래스 러닝센터 원장

오래 전에 ‘따봉’이라는 오렌지주스 광고가 있었습니다. 좋은 오렌지를 찾기 위해 남미 어딘가에 간 사람이 현지의 오렌지를 여기저기 세밀하게 검사하더니 활짝 웃는 얼굴로 엄지 손가락을 세우고 ‘따봉!’하고 외칩니다. 주변에 있던 원주민들이 함께 ‘따봉!’하고 외치면서 기쁨에 넘치는 춤을 춥니다.

그런데 ‘따봉!’이라는 말은 기억나는데 그 주스가 무엇이었는지는 생각나지 않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그럴 겁니다. 제품보다는 따봉에만 관심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거품이라는 별명을 가진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수업 시간마다 얼마나 재미있는지 눈물나게 웃어야 했습니다. 평소에도 아이들을 웃기려고 무척이나 노력하셨던 분입니다. 당시 유행하던 코미디언들의 흉내에서부터 말로도 웃기고, 행동으로 웃기고, 더 압권은 자기가 한 말에 스스로 도취되어 거품을 물 정도로 웃으십니다. 그래서 거품입니다.

그런데 수업이 끝나면 뭘 배웠는지 잘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그냥 친구들끼리 웃겼던 장면만을 되풀이하며 깔깔대곤 했습니다.



주객전도의 사례들입니다. 제품보다 유행어가 기억나는 광고, 배운 것보다 웃음만 기억나는 수업. 겉으로 볼 때는 문제 없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잘못된 것들입니다.

수업을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아이들이 집중하도록 만드는 것은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래서 교사는 여러가지 화려한 기술을 구사해서 수업을 재미있게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유별난 톤이나 어법을 구사하기도 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관심을 유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언변이나 지적 능력의 과시가 아닙니다. 아이들과의 소통입니다. 아이들이 수업에 공감하고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집중력은 저절로 높아집니다.

웨인대학의 위로드콥스키 교수는 수업의 동기유발을 위한 몇 가지의 요건들을 제시했는데요, 그 중에서 ‘공감’과 ‘문화 반응성’이 주목됩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 아이들을 존중하는 수업 환경을 조성하고 아이들의 개인적인 관심사나 사회적 관심사와 연관지어 수업을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아이들의 학습 수준이나 성향, 관심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합니다.

미국 생활을 막 시작했을 때, 1년 정도 엘에이에 있는 서점에서 일한 적이 있습니다. 서점 일의 처음 시작은 책장에 꽂힌 책들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재고 도서들의 위치를 확인하고 쌓인 먼지를 제거하는 작업인데 더 중요한 것은 한 권 한 권 오래된 책들을 만져보면서 책을 이해하고 사랑을 시작하는 일이었습니다.

교사가 됐든 강사가 됐든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도 그렇게 시작되면 좋겠습니다. 얼마나 화려한 모습으로 아이들 앞에서 나를 보여줄 것인가가 아니라 아이들 하나하나를 알고, 이해하고, 사랑하는 일에서 시작하는 것입니다.
▷문의: 703-314-2899, yesclassv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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