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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공부하는 아이]소나기와 동백꽃, 순수한 사랑빛

김윤회/ 공부습관 예스클래스 러닝센터 원장

1 시골 소년이 있습니다. 서울에서 왔다는 운초시네 증손녀 딸 아이가 개울 가운데에 앉아 있습니다. 피부도 참 하얗고 예뻐서 몰래 숨어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갑자기 여자 아이가 벌떡 일어나더니 조약돌을 던집니다. ‘이 바보’ 하면서… 소년은 조약돌을 집어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의 도입 부분입니다.

2 또 다른 소년이 있습니다. 옆집 사는 계집아이 때문에 화가 잔뜩 나 있습니다. 점순이는 왜 그렇게 우리 닭을 괴롭히는지 모르겠습니다. 소년의 닭은 허구헌 날 점순이네 힘센 닭에게 쪼입니다. 오늘도 보니 피투성이가 되어 있습니다. 울화통이 터지지만 방법이 없습니다. 점순이가 마름집 딸이기 때문입니다.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의 도입 부분입니다.

1 소녀가 보이지 않습니다. 소년의 가슴에는 허전함이 자리잡았습니다. 조약돌을 주무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우연히 마주쳤는데 소녀가 말을 겁니다. “저 산 너머 가본적 있니?’ ‘없다’ ‘우리 가보지 않으련? 두 사람은 산으로 향합니다. 소년은 일찍 집으로 돌아가서 일을 해야 하지만 다 잊어버렸습니다. 소녀와 함께 있는 것이 행복합니다. 소나기의 사랑은 그렇게 시작됩니다.

2 며칠전 점순이가 소년의 집에 왔었습니다. 괜히 이런저런 말을 붙이더니 갑자기 잘 익은 굵은 감자 세개를 내미는 것이었습니다. ‘느 집엔 이거 없지?’ 생색을 내더니만 얼른 먹으라고 합니다. 소년은 ‘너나 먹어라’면서 보지도 않고 어깨 너머로 밀어버렸습니다. 갑자기 점순이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지더니 눈물까지 핑 돕니다. 동백꽃의 갈등은 그렇게 시작됩니다.



1 비가 그쳤습니다. 집에가는 길에 물이 불어 있습니다. 소년은 소녀를 업고 흙탕물을 건넜습니다. 물이 너무 높아서 소녀는 소년의 목을 끌어앉았습니다. 그 뒤로 한동안 소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여러 날이 지나서야 소녀가 나타났습니다. 얼굴이 야위었습니다. 그 동안 앓았답니다. 스웨터 앞자락에 진흙물이 들어있었습니다. 그리움이 더욱 깊어집니다.

2 산에서 나무를 하고 내려오는데 집근처에서 풀피리 소리가 납니다. 바윗돌 틈에 노란 동백꽃이 소복히 깔려 있습니다. 점순이는 풀피리를 불고 있고, 그 앞에서 닭들이 싸우고 있습니다. 소년이 내려오는 길목에 일부러 자리잡고 닭싸움을 붙인 겁니다. 소년은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소년의 닭은 피를 흘리고 다 죽게 생겼습니다. 소년은 저도 모르게 지게 작대기로 점순이네 수탉을 내려쳤습니다. 갈등은 최고조로 치닫습니다.

1 잠결에 엄마 아빠의 대화 소리가 들립니다. ‘증손이라곤 계집애 그 애 하나뿐이었지요?’ ‘계집애 어린 것이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아. 글쎄 죽기 전에 이런 말을 했다지 않아? 자기가 죽거든 입던 옷을 그대로 입혀서 묻어달라고…’ 소나기의 결말입니다.

2 마름집 닭을 죽였으니 집에서 내쫓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엉’하고 울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너 이담부터 안 그럴테냐?’ 점순이의 말입니다. 소년은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끄덕입니다. 점순이는 닭죽은 건 염려 말라며 내 어깨를 짚고 퍽 쓰러집니다. 그 바람에 함께 동백꽃 사이로 파묻혀 버렸습니다. 정신이 아찔해졌습니다. 동백꽃의 결말입니다.

매스컴과 인터넷이 급격하게 발달하면서 ‘순수함’이라는 말이 아이들의 세계에서조차 멀어진 것 같습니다. 때로 순수함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뜻으로 변질되어 쓰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순수한 사랑을 그려냈던 이런 오래된 소설을 통해서 우리의 아이들과 순수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문의: 703-314-2899, yesclassv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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