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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공부하는 아이]평강공주와 바보 온달

김윤회 / 공부습관 예스클래스 러닝센터 원장

고구려 평강왕 때 온달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놀림을 받을 만큼 괴상한 용모를 하고 있었지만 마음씨는 착했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바보 온달이라고 했습니다.

왕에게는 어린 딸이 있었는데 울기를 잘하여 왕은 ‘너는 늘 울기만 하니 크면 바보 온달에게나 시집 보내야겠다’고 농담을 하곤 했습니다. 공주가 16살이 되어 고씨에게 시집 보내려 하자 공주는 임금이 거짓말을 하면 안된다며 약속대로 온달에게 시집을 가겠다고 고집합니다. 결국 궁에서 쫓겨난 공주는 온달의 집으로 찾아가 자초지종을 말하고 온달의 처가 되었습니다.

바보 온달은 공주의 도움을 받아 무예를 익히고 공부에 몰두합니다. 그러던 어느해 매년 열리는 사냥대회에 참가한 온달은 가장 뛰어난 실력을 보여줍니다. 얼마 후 고구려는 후주와 전쟁을 하게 됐는데 온달은 스스로 선봉으로 나서 승리에 공헌합니다. 왕은 온달이 자기 사위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했습니다. 몇년 후 신라에게 빼앗긴 땅을 되찾기 위해 전쟁에 나선 온달은 아단성 전투에서 적의 화살에 맞아 죽음을 맞습니다.

삼국사기 열전에 실린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바보로 놀림받던 주인공이 공주의 도움으로 시련의 과정을 이겨내고 영웅으로 거듭난다는 일반적인 영웅 설화의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소망을 이루지 못한 채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 전개는 전설의 전형적인 요소이기도 합니다.



역사적 상황과 관련한 해석도 있습니다. 고구려의 왕권이 약화되었던 시기, 평민 계층의 신분 상승과 그를 경계하는 지배 계층의 대립 관계가 드러나 있다는 겁니다. 이야기에 나타난 온달의 행적으로 보아 그는 원래부터 바보가 아니며 못생긴 용모나 바보라는 별명은 온달이라는 평민 출신 장군을 경멸하는 기득권 계층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서 우리가 가장 주목할 점은 평강공주의 삶입니다. 평강공주는 공주의 신분을 포기하고 사람들 사이에 바보라고 불렸던 온달을 찾아가 그와 결혼합니다. 그리고 온달이 훌륭한 장군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합니다.

자기가 갖고 있던 지위에 얽매지 않고 스스로를 낮춰 새로운 세계를 개척한 겁니다. 신영복 선생님은 평강공주와 온달의 이야기를 ‘어리석은 자의 우직함이 세상을 바꾼다’는 말로 정리했습니다. 평강공주의 주체적인 삶은 편안함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는 말입니다.

많은 아이들은 자기가 공부하는 이유를 알지 못합니다. 단순히 좋은 직업을 갖거나 경제적으로 풍족해지기 위해, 혹은 높은 지위에 오르기 위해 공부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이들의 생각이 조금 더 커지기를 바랍니다. ‘왜 공부하느냐’는 질문에 ‘더 가치있게 살기 위해서’, ‘세상을 더 좋게 변화시키기 위해서’라고 대답하기를 기대합니다. 고구려 시대를 살았던 한 여인의 삶이 자기 것을 지키려고 혹은 빼앗으려고 아등바등하는 2016년의 이 세상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문의: 703-314-2899, yesclassv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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