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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정겨운 페루, 그리운 인연

누구나 꿈꾸지만 아무나 갈 수 없는 마추픽추와 티티카카 호수를 찾아 떠난 여행.

언젠가부터 안데스 산자락에서 라마 귀를 잡아당기고, 높은 하늘을 날고 있는 커다란 독수리를 마주 보고 싶었다. 그렇게 오래된 꿈은 캐나다와 인디애나, 메릴랜드, 버지니아에서 각각 날아온 언니·오빠·동생·단짝 친구·사이 좋은 부부 등 21명이 페루 리마에서 완전체가 되면서 현실이 됐다.

낯선 나라 페루의 첫인상. 한반도의 12배나 되는 크기지만 인구 대부분 수도인 리마에 바글바글 모여 살고, 이곳만 벗어나면 어디서나 개, 닭, 말, 소, 오리, 라마, 알파카들이 그냥 어울려 사는 곳. 거리에는 자외선에 탄 목이 짧고 키가 작은 옛 모습의 원주민들이 짐을 포대기처럼 둘러매고, 삼단같이 까맣고 긴 머리를 땋고, 그 위에 모자를 쓰고 다닌다. 마치 아직도 산동네에 사는 못 사는 시골 친정집에 가는 느낌이지만 나름 평온함과 행복함이 느껴졌다.

반면 리마에서 찾아간 박물관의 수많은 토기는 글자가 없어 구워서 표현한 것이라니 한글의 소중함이 느껴졌고, 백두산보다 1000m나 높다는 쿠스코에서는 잉카의 땅속으로 꺼져 들어가는 아득함과 고산증 때문에 거의 기절상태로 다니며 평지에서 마음껏 숨 쉬고 살아가는 감사함을 절실히 깨달았다.



이방의 땅에서 번갈아 느껴지는 인간의 평범한 감정들. 여행에서 다가오는 묘미가 새삼스럽다.

이런 삶의 모습을 걸치고 만난 페루의 아름다운 풍광은 평생 지워지지 않을 절경이다. 우루밤바 강을 끼고 찾아간 마추픽추는 기대 이상으로 아름다운 슬픔으로 다가와 좋았고, 빗속의 마추픽추는 마음에 절로 새겨졌다. 또 경비행기를 타고 나스카 안데스 평원 위로 올라가 평지에서는 볼 수 없었던 기하학적인 무늬의 원숭이, 개, 독수리, 도마뱀 등을 보며 마치 신비한 수수께끼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은 지금도 어찌 표현할 길이 없다. 게다가 사막의 모래언덕 꼭대기에 앉아 지는 해를 바라보는 느낌이란……

이번 여행을 통해 느낀 즐거움은 수십 수백 개로 표현해도 모자랄 경험이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높은 티티카카 호수에 사는 갈대로 만든 여러 개의 섬 중에서 아주 작은 초등학교를 방문, 전교생 20여 명이 모여 한국 동요를 함께 부르는 순간에는 뜻하지 않은 가슴 뭉클함까지 꽂혔다. 미국에서부터 학용품과 빵을 미리 준비해 가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후회스러웠을 기억이다.

먹는 게 사는 즐거움인 나는 페루식 생선회무침, 스페인식 해물볶음밥, 해물찜, 양파와 호박수프, 아스파라거스, 송어, 양고기, 토종닭, 맹고, 씨를 퍼먹는 과일, 모둠 꼬치구이, 코카잎차, 국화차, 시금치된장국, 온갖 산해진미를 먹고 또 먹었다. 저녁에는 흙벽돌로 쌓아 올린 잉카의 피라미드 한 귀퉁이에서 선인장 테킬라로 만든 칵테일까지 마셔주며 여행의 완벽함을 자랑했다.

꿈 같은 여행은 끝났다. 그런데 여행은 끝났지만 여행사를 통해 팀으로 만난 젊은 어르신과의 인연은 이제 시작이다. 세계 곳곳을 다 누빈 베테랑들인데도 여전히 지적 호기심 많게 살아가시는 모습이 참으로 배우고 따르고 싶어져, 벌써 다시 만나고 싶은 그리움으로 오늘도 단체 카톡방을 통해 하루의 안부를 건넨다.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그리움을 쌓으리.

박명희/VA 통합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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