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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세상은 이미 바뀌었다

세상이 '이미 바뀌었다'는 것을 확인한 현장이었다.

애너하임에서 지난 주 열린 '비드콘(Vidcon 2019)' 이야기다. 비드콘은 쉽게 말해 부모의 갖은 잔소리에도 우리 아이들이 수많은 시간 모니터와 스마트폰에 붙어있게 만드는 사람들의 컨벤션이다. 올해로 10년이 되었고 지난해 대형 미디어 회사가 엄청난 액수를 주고 매입해 화제가 됐다.

컨벤션의 참관자 중 다수는 40~50대 성인들이다. 중년들도 콘텐트 창작에 관심을 갖나 싶어 조심스럽게 물었더니 흥미로운 답이 돌아온다. "딸이 6개월 전부터 죽도록 오고싶어 했는데 아내와의 가위바위보에서 제가 졌으니 올 수밖에 없었죠."

컨벤션은 수년 전 행사에서 참관자 한 명이 총기를 발사하는 바람에 이후 18세 이상 청소년은 어른이 반드시 동반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놀이공원 입장료에 가까운 비싼 티켓을 동반 어른도 구입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 비싼 컨벤션은 예상대로 '창조적'이었다. 신문과 방송 등 전통 미디어에 익숙한 중년들의 상상을 뛰어 넘었다. 통성명을 하지 않아도 부스에서 함께 게임을 즐기며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팔로우'하는 인플루언서를 현실에서 직접 만나 대화한다. 온라인에서만 듣고 보던 내용을 직접 만지고 느끼며 만끽한다. 여기저기 무대에 선 유튜버들은 아이돌 그룹 못지 않은 환호와 박수를 받는다. 그 뿐인가. 인기있는 제작자와 출연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한달 전부터 추첨에 응모해야 했다.

비드콘에 꼭 와야 했다는 이유를 12세 소녀는 이렇게 전한다.

"온라인 공간은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달라서 각자가 꿈꾸고 바라고 기대하는 것에 가까워 질 수 있게 해주죠. 그것이 우스운 슬랩스틱이든, 희한한 요리 강좌든, 신나는 게임 해설이든 말이죠. 이렇게 많은 청소년들이 이곳 컨벤션을 메운 이유죠."

실제로 시애틀, 애틀랜타, 뉴욕 등 타주에서 온 가족과 청소년들도 적지 않았다.

행사의 두번 째 큰 기조는 '비즈니스'였다. 역시 수백 여명의 유튜버들이 '어떤 콘텐트를' '어떻게' '누구에게' '얼마나 자주' 전달할 것인지를 논하는 것이다. 여기엔 유튜브 본사 임원들 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실무자들도 대거 참석해 치열함을 더했다. 결론은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에 제작 환경이 더욱 복잡한 경쟁 구도로 탈바꿈했다'는 것이다. 참관자 또는 유튜버로 비드콘을 지켜본 사람들이라면 다음에 공감할 것이다.

첫째, 자존심과 힘을 뽐내던 기존의 대형 미디어들이 이름과 모양을 바꿔 SNS로 진출하고 있다. 단순히 '본 상품'을 팔기 위한 홍보가 아니라 아예 온라인용 자회사를 만들어서 팔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둘째, 온라인 마케팅의 타겟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8~10세 초등생들도 비드콘의 고객층이다. 이들에게 각인된 상품과 브랜드는 최소 60~70년 동안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셋째, 온라인 콘텐트는 더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인종 간 벽이 허물어지고 있으며, 시간과 장소를 넘어 복고와 퓨전을 오가기도 한다.

종합하면 지금 우리 아이들은 좀 더 좋은 세상에서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독주는 사라지고 선택은 훨씬 다양해질 것이니 말이다.


최인성 / 기획콘텐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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