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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생물교사가 만든 파충류 전시ㆍ교육 공간

시애틀 인근 파충류 동물원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동쪽으로 약 30마일 가량 떨어진 먼로라는 조그만 도시에 파충류 동물원이 있다.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동쪽으로 약 30마일 가량 떨어진 먼로라는 조그만 도시에 파충류 동물원이 있다.

중학교 1학년 개학을 며칠 앞둔 여름방학이었다. 과목마다 숙제가 산더미처럼 밀려 있었다. 벼락치기로 과제를 하느라 부산을 떨었다. 생물 숙제는 곤충이나 식물을 채집해 제출해야 했다. 시간과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자연에서 채집할 수 있지만 시장에서 살 수 있는 조그만 거북이를 표본으로 만들어 제출하면 좋은 점수를 받지 않을까 하는 짧은 생각을 했다. 어머니를 졸라 남대문 시장에 나갔다. 조그만 새끼 거북이는 발견 못하고 조그만 자라를 발견했다.

메기, 붕어, 잉어 등 살아있는 생물을 파는 가게 큰 고무 함지박에 자라 몇 마리가 헤엄치고 있었다. 몸집이 작은 자라를 골랐다. 자라는 거북이와 달리 입이 길게 나와 있었고 눈이 초롱초롱 했다. 잔뜩 겁을 먹고 목을 움츠린 자라를 물이 담긴 투명한 비닐 봉투에 넣어 들고 왔다.

액침 표본을 만들기 위해 시장에서 인삼주를 담는 투명한 원통형의 유리 항아리도 사고 메틸 알코올도 샀다. 아무 생각없이 멀쩡히 살아있는 자라를 유리 항아리에 넣고 메틸 알코올을 가득 붓고 공기가 안들어가게 뚜껑을 봉했다. 자라가 버둥거리며 서서히 고통스럽게 죽는 장면을 목격했다. 살아있는 생물을 살생했다는 자책감이 심하게 들었다.



더운 여름 날씨탓도 있었고 무엇인가에 열중하다 긴장이 풀린 탓이었는지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근 일주일간 헛소리를 하며 열병을 앓았다. 나중에 어머니에게 들은 얘기로는 '안돼' 소리를 연발했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뱀인 검은 맘바.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뱀인 검은 맘바.

군대시절 생존훈련을 하면서 내키지 않았지만 뱀도 잡아먹고 했는데 자라에서 느꼈던 죄책감은 들지 않았었다.

도마뱀, 악어, 거북을 보면 먹이를 먹는 시간이 아니면 거의 미동 없이 누워있다. 그래서 파충류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멍청함' 또는 '아둔함'이다.

파충류를 아둔하다고 여기는 다른 이유는 파충류의 지능과 뇌에 대해 연구한 사례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1950년대부터 동물이 얼마나 영리한지 연구를 했는데 검사를 받은 동물은 대부분 포유류였다. 그러니까 파충류는 아예 지능에 대한 정보 자체가 없었다.

오늘날 젊은 과학자들이 파충류에게 적합한 인지검사 방법을 개발해 지능을 측정했는데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일부 파충류는 돌고래처럼 숫자를 셀 줄 알고 강아지처럼 학습도 할 수 있으며, 사람처럼 꿈도 꿀 가능성이 크다고 한국 유일의 파충류 연구원 박진영씨는 말한다.

지구 대부분의 파충류는 육식 동물이며 사람들이 해충으로 간주하는 벌레, 동물을 먹는다. 특히 농촌지역에서 작물을 먹어 피해를 입히는 해충과 설치류를 잡아먹어 농부들이 선호하는 유익한 동물이다.

또 악어는 가죽을 남기고, 뱀의 독소는 심장 발작과 혈액 질환, 뇌 손상, 뇌졸중,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질환을 치료하는데 사용된다.

카리브해의 이구아나 같은 초식 파충류는 식물 생존에 필요한 비료(배설물)를 제공하며 이렇게 자란 식물은 포유동물과 새의 음식이 된다. 어느 지역에 파충류가 서식한다는 것은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표시이다.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동쪽으로 약 30마일 가량 떨어진 곳에 먼로(Monroe)라는 조그만 도시가 있다. 이곳에 파충류 동물원(Reptile Zoo)이 있어 관람을 했다. 파충류만 따로 사육하고 전시, 교육하는 보기 드문 전문 동물원이다.

먼로 파충류 동물원은 고등학교 생물선생을 하던 스콧 피터슨 (Scott Petersen)이 1996년 설립했다.

자연에 이로운 파충류를 이해시키고 교육하기 위해 22년째 파충류 동물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 파충류 동물원은 전 세계 이국적인 파충류를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매우 독특한 곳이다. 거북, 악어, 도마뱀, 코브라와 방울뱀과 같은 독이 있는 뱀을 포함한 파충류를 광범위하게 전시하고 있다.

가장 인기있는 동물은 두 머리 거북이, 흰둥이 악어,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뱀인 검은 맘바다.

동물원 입구에는 파수꾼 거북이가 있어 눈을 꿈뻑이며 사람을 반기는데 등을 만질 수 있다.

파충류를 비롯한 지구의 동물과 식물은 우리가 숨쉬는 공기, 우리가 먹는 음식, 그리고 우리가 마시는 물을 정화해 생존하게 한다. 파충류 동물원은 자연을 보호하고 자연과 공존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곳이었다.


신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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