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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도 축구를 경기장에서 보고 싶다"

이란 여성들 러시아서 기습 시위
FIFA "사회적 호소 해당" 안 막아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 이란-모로코 경기가 열린 15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 한쪽에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플래카드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이란 여성의 경기장 출입을 지지해주세요(Support Iranian women to attend stadiums)'. 메시지와 함께 'NoBan4Women'이라는 해시태그도 눈에 띄었다. '여성의 경기장 출입을 막지 말라'는 의미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수십 명의 이란 여성이 자국팀을 응원하면서, 동시에 여성의 경기장 출입을 금지한 자국의 여성인권 문제를 전 세계에 알렸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여성의 스포츠 경기 관람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여성이 경기장에 출입하면 종교경찰에 체포되며 이슬람 율법에 따라 처벌받는다. 이란 당국은 여성이 남성 선수의 노출된 몸을 보면 안 된다는 종교적 이유와 남성 관중의 성적 욕설과 위협으로 여성을 보호한다는 안전상의 이유 등을 내세우고 있다.

여성의 경기장 입장 금지 조치는 지난 40년 가까이 많은 논란을 낳았다. 특히 2006년엔 남장을 하고 경기장에 들어가려 한 이란 소녀들 이야기를 그린 영화 '오프사이드'가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다. 비판이 이어지자 이란 당국이 배구.농구 등 일부 종목에서 비공식적으로 여성의 경기장 출입을 허가했다. 하지만 축구장은 여전히 금녀의 구역이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지난달 "여성의 경기장 입장을 금지하는 게 과연 이슬람의 가르침인가"라며 변화를 향한 전향적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축구장 출입과 관련해선 변화가 없자 러시아 월드컵을 계기고 이란 여성들이 이 문제를 들고 일어섰다.



더구나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 1월 개혁 조치의 하나로 여성의 축구장 출입을 허용했고, 러시아와 사우디의 14일 월드컵 개막전에선 히잡과 마스크를 쓴 사우디 여성 팬들이 응원을 펼쳐 이란과 비교가 됐다. 국제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의 이란 출신 인권운동가 타라 세페흐리는 "여성이 스포츠를 즐기는 건 결코 범죄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 망명한 이란 저널리스트 예가네레자이안은 '워싱턴포스트' 기고를 통해 "사회 문제에 관심이 있다던 이란 당국은 (여성의 경기장 출입) 금지 해제를 약속했지만, 의지가 없었다. 여성은 공공장소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는 이란 사회에 만연한 여성 혐오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도 이란 수도 테헤란 시내 중심가에 내걸린 월드컵 대형 포스터에 여성이 한 명도 등장하지 않아 성차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란-모로코전이 열린 경기장을 찾은 이란 여성들은 히잡을 벗은 채 자국기를 흔들면서 춤을 췄다. 한 이란 여성은 영국 '인디펜던트' 인터뷰에서 "내게는 희망과 같은 순간이었다. 이란에서도 월드컵이 열리고, 여성뿐 아니라 모두가 이런 장면을 함께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란 여성들은 남은 경기에서도 여성 인권과 관련한 행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국제축구연맹(FIFA)은 "경기 중 팬들의 정치적 표현은 금지하지만, 이 운동은 사회적인 호소다. 정치적 슬로건이 아니다"며 "해당 플래카드는 사전에 지역 조직위 승인을 받았다"고 용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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