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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와 세상] 기술 혁신과 근본 가치

기술의 혁신은 필연적으로 가치와 관점의 변화를 수반하게 되어 있다. 최근 IT 업계의 카풀 서비스 도입 시도에 따른 택시 업계와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전통적으로 운수업계의 기반이었던 면허제도, 관리 시스템, 결제 방법 등이 새로운 기술 앞에서 무용지물이 될 위험성이 수많은 택시 기사들을 시위 현장으로 불러낸 것이다. 이는 의료에서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 진료, 원격의료, 의약품의 택배 서비스 등은 환자에게는 편리한 기술이겠으나, 전통적인 의료 프랙티스의 기반을 사실상 뒤흔들 소지가 있다.

현대적인 의사면허와 규제 시스템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 예컨대 미국에서 면허제도가 도입된 것은 1876년의 일이었다. 19세기 이전까지는 많은 나라에서 정규 교육을 받지 않고도 스스로 의사임을 표방하는 자들이 의료행위를 하는 데 큰 지장이 없었다. 정규 의학의 수준도 다른 의학 종파 못지않게 열악한 상태여서 특별한 수월성과 그로 인한 독점권을 주장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전문의 체계가 등장한 것도 각종 장비가 발달하고 의료지식이 매우 증가한 1차 세계대전 이후의 일이다. 그와 더불어 선진국에서는 주치의와 의뢰 시스템, 종합병원 등이 나타났다.

오늘날 의료기술의 발전은 여전히 낯선 근대 의학의 관점과 가치에 새로운 도전을 제기한다. 오랜 세월 지식과 경험을 쌓아야 가능했던 의료전문가의 전문성이 인공지능에 의해 위협을 받는다.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휴대용 진단기기들이 번거로운 검사기관을 대치하고, 환자 스스로 상당수의 검사를 수행할 수도 있게 되었다. 적절한 보상만 주어진다면 원격의료의 발달로 세계적인 권위자를 개인의 진료실이나 수술실에서 호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경우 환자에게 최종적인 책임을 지는 이는 누구이어야 하는가? 또한 신약이나 신의료 기술이 개인이 구매하기에 지나치게 고가라면 사회가 그 기술의 적용을 보장해야 할까? 아니면 생명 가치의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그러한 기술은 애초 개발하지 않는 편이 바람직할까?



사실 우리의 의료문화는 겨우 근대성을 쫓아가기에도 급급하기에 이러한 질문들은 사치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은 전문성, 그리고 정의와 평등이라는 오래된 가치의 의미를 다시 묻기를 요구하고 있고 이를 피해가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물음들에 제대로 대답할 수 있을 때 비로서 혁신 기술의 가치도 빛을 발할 것이다.


권복규 / 이화여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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