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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CHAM 칼럼] 마음을 움직이는 힘, 신의

오랫동안 한국에서 살다가 미국에 와서 보니 여러 가지 차이가 눈에 띄었고,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그 차이가 몸에 뱄다. 다른 사람이 친절을 베풀었을 때는 사소한 것에도 "Thank you"가 입에서 나오고, 운전할 때는 보행자나 교차로의 다른 차에게 양보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나에게 큰 울림을 준 것은 거짓말을 사회적으로 죄악시하고 거짓말할 경우 거의 형벌 수준의 고통을 준다는 것이다.

한번은 필자의 비자 인터뷰 과정에서 다른 신청자의 비자 발급이 거부되는 상황을 목격하게 되었는데 이유는 과거 거짓말한 기록이 문제가 되었다. 우리나라 정서상 사소할 수도 있고 이해될 수도 있는 것으로 보였는데도 단지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당사자에게는 치명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미국의 자본주의가 공고하게 유지되는 데에는 이러한 거짓말에 대한 엄격한 처벌 즉, 신용을 극도로 중요시한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론 신뢰를 받았을 때는 많은 도움의 손길이 다가가는 것을 보았다. 필자는 일하는 과정에서 이를 경험하게 되었는데, 필자가 몸담고 있는 공사는 무역 거래 상대방에게서 거래 대금을 받지 못하는 위험을 대신 떠안아 서로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무역 거래에서 서로 약속한 사항이 지켜져 거래 대금이 제대로 지불된다면 좋겠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대금 지불이 미루어지거나 지불이 안 될 경우 공사는 사고로 정의하고, 그 사유와 현재 상황, 향후 지불 계획 등을 조사하게 된다. 여기에서 당사자가 취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 사례로 분류된다.

#1 신의를 지키려는 기업: 작년 말 한국에서 전자기기를 수입하여 판매하는 기업이 거래 대금을 제때 지불하지 않아 사고 조사를 가게 되었다. 그 기업의 대표는 우리의 사고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면서 대금 일부를 즉시 지불하고, 나머지는 나누어 송금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표와의 면담에서 그의 노력과 의지가 확인되었을 때 그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한 고민이 시작되고 재기를 위한 조치가 검토되었다.

#2 신의를 저버리는 기업: 한국에서 의류를 수입하여 미국 도매시장에 판매하는 기업이 대금 지불을 못하여 사고 조사에 착수하였다. 해당 기업은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조사에 비협조적이었고, 대표는 만남을 차일피일 미루었다. 우리는 대표의 불성실한 자세에서 신뢰를 거둘 수밖에 없었고 결국 법적인 강제조치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두 가지의 극단적인 사례를 일반화시킬 수는 없지만, 도움을 주려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은 바로 자기가 한 약속을 성실히 지키려고 노력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신의 보답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수출이 작년에 6000억 달러를 돌파하여 1948년 첫 수출 이후 70년 만에 약 3만 배 이상 증가하였고, 그 속도도 경이적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다양한 설명이 있겠지만, 근저에는 거래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신의를 받았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올해 세계 경제에 대한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지만, 어려울 때일수록 상대의 마음을 얻는다면 큰 힘이 될 것이고, 필자가 몸담고 있는 공사도 신의를 지키려는 기업에 조그마한 힘을 보태려고 한다.

KOCHAM 이사회사


장형균 / 무역보험공사(K-sure) 뉴욕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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