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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사람은 살던 대로 죽는다" 살아가며 죽어가며

어느 80대의 일기장(99)

"사람은 살던 대로 죽는다."

얼마 전 한국서 출간된 ('마음愛터' 편저) 어떤 책의 제목이다. 책 내용은 아직 읽지 못하고 제목을 응시하며 많은 생각에 잠겼다. 무슨 뜻일까? 깊은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이 느껴져 그 말을 자꾸 되씹어 보았다. 어렴풋이 상상이 가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머리가 갸우뚱 해진다.

"살던 대로 죽는다?" 무슨 의미일까? 다분히 철학적 종교적 심오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알듯 모를 듯 하다. 이는 곧 '잘 살면(Well-Living) 잘 죽는다(Well-Dying)'와 일맥상통하는 다른 표현이겠는데, 이 역시 선뜻 이해가 안 간다. 사람이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어떻게 죽는 것이 '잘 죽는' 것인지, 확신이 안 서기 때문이다.

우리는 제 각각 자기 삶을 산다. 따라서 자기가 일평생 '살아온 대로' 각기 '자기 죽음'을 맞게 된다. 그리해서 죽는다는 사실은 모두에게 똑 같겠지만 그 죽어가는 과정은 모두가 같을 수는 없을 거다. '살던 대로 죽는다'는 말이 이런 의미라면 좀 납득이 될 것 같다.



여기서 '잘 산다'와 '잘 죽는다'를 연계시켜 다시 생각해 보자. 우리는 흔히, 돈이 많아 경제적 풍요를 누리는 사람들을 보고 '잘 산다'고 말한다. 그러면 그런 사람들은 죽음도 '잘 죽는' 것이 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거다.

물질적으로 '잘 사는' 사람은 '못 사는' 사람보다 죽는 과정이 조금은 편하고 안락할 수가 있다. 돈으로 최고급 시설과 환경, 최신예 의료 기술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생명을 조금은 더 연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 봐야 그 종착역은 결국 '못 사는' 사람과 똑 같겠지만…

전인(全人) 이란 말이 있다. 지정의(知情意)가 완전히 조화된 원만한 인격자를 지칭한다. 이 같은 인격자가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를 갖고 박애(博愛)적인 삶을 산다면 이들이야 말로 진정 '잘 사는' 삶이고, 이들의 죽음이야 말로 진정 '잘 죽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이다.

사람이 '잘 산다' '못 산다'는 두 가지 기준으로 평가돼야 할 것 같다. 첫째는 본인 자신의 인생관 가치관이고, 둘째는 세상 사람들의 객관적인 평가다. 이 두 기준에 부합돼야 합리적인 판단이겠는데, 아무래도 본인의 신념이 앞서지 않나 싶다.

'죽음의 품격과 삶의 품격을 사유하는 생사학 에세이.' 그 책 광고 문구다. 삶의 품격은 그 뜻을 알겠는데, '죽음의 품격?' 죽음에도 '품격'이 있다? 알쏭달쏭하다.

어찌됐건 '살던 대로 죽는다'니 나는 어떤 삶을 살아왔는가? 그리고 그 결과로 어떻게 죽게 될 것인가? 곰곰이 생각케 된다. 지난 80여 삶을 돌아보면 큰 후회와 아쉬움 뿐, 그러니 참회와 미련 속에서 이 세상을 하직(下直)하게 될 것 같다.

* "우리는 오직 한 번 산다, 그러나 '잘 산다'면 한 번도 족하다(You only live once, but if you live right, once is enough)." -Mae West

https://dmj36.blogfspot.com


장동만 / 언론인·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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