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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시편23편: 정의와 사랑

시편 23편은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찬양이다. 어린 아이들도, 죽음을 눈 앞에 둔 자도 시편23편을 암송한다.

"1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2 그가 나를 푸른 초장에 누이시며 쉴만한 물 가으로 인도하시는도다 3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도다 4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찌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5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베푸시고 기름으로 내 머리에 바르셨으니 내 잔이 넘치나이다 6 나의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정녕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거하리로다."

그런데 3절에서는 목자되신 하나님이 우리를 의의길로 인도하고, 6절에서 인자하심이 나를 따른다고 노래한다. 의의 길이란 심판을 포함하는 정의 즉 엄밀함을 의미하고 인자하심이란 용서와 사랑을 포함하는 포용을 의미한다. 엄밀함과 포용은, 정의와 사랑은 서로 충돌하는 것은 아닐까? 하나님의 의와 사랑은 어떤 의미일까?.

기독교의 하나님을 딱 두 단어로 요약한다면 "의, 사랑"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런데 정의를 세우려면 죄인을 심판해야 하는데 인간의 법정에서는 죄인을 심판하면 용서할 수 없고 용서하면 심판할 수 없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전통적으로 심판으로 해석해오다가 현대에서는 심판보다는 용서와 사랑으로 이해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죄를 짊어지고 죽으셨다는 의미에서는 심판이지만 죄인을 위해서 예수께서 심판 받으셨다는 의미에서는 용서이기도 하다. 이렇게 기독교의 하나님은 의와 사랑을 신비스럽게 품고 있다.



성경에서 의, 정의란 무엇일까? 일반사회에서 "의"란 주로 법률적, 도덕적 의를 의미한다. 그러나 기독교의 의는 개인의 도덕적 의로움뿐만 아니라 거짓과 위선에 물들지 않는 영적 의로움, 이웃과 사회를 돌보는 사회정의, 하나님과 사람과의 관계가 회복되는 것, 심지어 하나님을 아는 지식까지 포함하는 굉장히 포괄적인 뜻을 가진다.

그렇다면 왜 이토록 성경은 악과 의로움에 대해서 지나치게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을까? 하나님의 기준으로 인간을 경멸하는 것은 아닐까? 왜 시편에서 여호와는 여호와 자신의 이름을 위해서 의의 길로 인도하신다는 엄청나게 높은 수준의 의를 기준을 설정해놓고, 또한 동시에 자신의 선함과 깊은 연민이 우리를 평생 쫓아다니면서 우리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다고 하실까?.

의의 높은 기준은 사랑과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또 다른 면이기도 하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의를 허무는 많은 한국교회와 교인들에게 이것은 정말로 중요한 기독교의 가치다. 만약 하나님께서 인간의 도덕적, 법률적인 면에서만 의를 세우기를 원하신다면 하나님은 인간의 도덕적이고 법률적인 면만 사랑하시는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인간의 영적,사회적,지적,관계적,도덕적인 면, 즉 인간의 모든 면을 사랑하신다. 그 총체적 사랑으로 인해서, 인간이 전 인격적으로 의로운 자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신다. 물론 어떤 인간도 모든 면에서 온전히 의로운 자가 될 수 없다. 거기에 하나님의 최종적인 용서와 깊은 자비, 연민이 있다. 그러나 우리를 말씀과 성령으로 고치시어 의의 길로 인도하시기를 원하신다. 따라서 의의 높은 기준은 사랑의 높을 기준을 반영한다.

사랑하는 자만이 질책할 수 있다. 사랑하는 자만이 지팡이와 막대기로 채찍질해서 의의 길로 인도할 수 있다. 인간의 이름을 위해서 인간의 의의길로 인도하지 않고 하나님의 이름을 위해서 하나님의 의의길로 인도하시는 하나님께, 우리는 깊고도 깊은 위로와 연민, 사랑을 발견한다. 사랑은 정의를 배제하거나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의의 길을 통해서 더 온전히 이루어진다.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큰 틀이 하나님의 의로움이라는 엄밀함을 신비스럽게 품고 있다.


차재승 / 뉴브런스윅 신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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